'소설'이 '기술'을 만났을때
[한겨레] K1 ‘TV문학관…곰팡이꽃’ 한국방송 1텔레비전의 〈HD TV 문학관-곰팡이꽃〉이 28일 밤 11시 안방극장을찾아간다.
99년 동인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하성란씨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아파트 단지내에 버려진 쓰레기 봉투의 내용물을 분석하는 독특한 취미를 가진 한20대 남자의 심리를 통해 이 시대의 소통단절과 이웃과의 소통을 원하는 간절한욕구를 그린다. 지난주 금요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이 작품은 기존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치열한 주제의식과 제작기술의 진보를 느끼게 했다.
고선명 텔레비전(HDTV) 방식으로 제작된 16 대 9의 화면은 영화 화면처럼깊이있고, 5.1채널의 입체음향은 마치 영화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아파트 단지내 쓰레기를 집에 가져와 내용물을 분석함으로써 같은 아파트에 사는사람들의 취향을 꼼꼼히 파악하는 기훈(남궁진), 야간경비업소에 다니는 남편원기(이얼)의 컴퓨터 음란물 중독으로 섹스 없는 부부로 살아가는 30대 초반의은숙(박현숙), 사채에 시달리다 애인한테마저 버림받고 끝내 자살하는용재(이두일) 등 현대인의 파편화된 삶들이 1인3각 경주처럼 펼쳐진다.
2년 전에 기획된 뒤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말 제작에 들어가 미술비를 포함해3억원이 들었다는 이 작품은 한편의 진지하고 심각한 문학작품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텔레비전 시청자에게 90분 내내 긴장과 몰입을 요구하는 듯한 드라마가얼마나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티브이문학관이란 타이틀에서 ‘문학’에제작진의 강조점이 지나치게 강하게 찍힌 탓이 아닌가 싶다. 이는 소설을 원작으로하는 티브이문학관의 숙명적 한계라고도 한다면, 이제는 오리지널시나리오를발굴해 ‘티브이 영화’로 탈바꿈할 때다. 영상언어의 실험이 문자로 인해방해받고 제한받는다면 과감하게 폐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김도형 기자ⓒ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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