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입성 '난타' 첫 공연 현장

2003. 9. 3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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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두드림 "꿈의 무대" 난타 지난달 25일 <난타>의 브로드웨이 입성은 한국 공연예술의 가능성을 확인시킨쾌거였다. 한국의 전통 타악음악을 소재로 한 넌버벌(비언어) 퍼포먼스 <난타>는PMC프러덕션(대표 송승환・이광호)이 제작해 지난 97년 10월 국내에 첫 선을보였다. 그 뒤 유럽과 아시아, 북미 등 세계 20여개국을 돌며 3500회가 넘는공연을 기록했다. 개런티(14만달러)와 공연팀 현지 체재비를 받고 정식 초청을받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것은 아시아 작품들 가운데 처음이다.

499석 매운 관객 환호 이어져 ‘쿠킨(COOKIN")’이란 이름으로 첫 무대에 선 지난 25일(현지 시각) 저녁 뮤지컬극장들이 밀집된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뉴빅토리아극장은 기묘한 설레임과 기대감에 휩싸였다. 공연이 시작되기 30여분전부터 이 가족극 전용극장에는 어린이들의 손을 잡은 젊은 부모나 노인들의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져 오후 7시 공연이 시작될 무렵에는 1~2층의 499석이 가득메워졌다.

극장 안을 들어서자 농악과 사물놀이의 빠른 리듬을 주제로 한 타악음이흘러나왔으며, ‘쿠킨’ 글씨가 새겨진 까만 티셔츠와 하얀 주방 모자를 쓴 현지스태프들이 관객들을 안내했다. 무대 위에는 ‘쿠킨’이라는 대형 글자를 중심으로왼쪽 귀퉁이에는 천하대장군이 촛불 두 자루와 향로를 품고 섰으며, 오른쪽에는크고 작은 장독 4개가 외진 공간을 장식하고 있었다.

오후 7시가 되자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난타>에 대한 소개에 이어 한국의 인삿말인‘AHN YOUNG HA SE YO’를 주변 이웃과 나누자는 자막이 등장하자 곧바로 “안-용- 하- 세- 요”라는 외침이 울려퍼졌다. 특히 오늘 생일을 맞은 난타 식당의지배인을 축하해 달라는 애교있는 요구와 함께 음악이 흘러나오고 관객들이 ‘해피버스데이’ 노래를 합창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바로 그 순간 김강일, 김원해, 설호열, 이범찬, 서추자 등 한국의 광대들이무대로 뛰쳐나와 관객들의 심장 박동을 자극하는 강하고 빠른 비트의 타악리듬을마구 난타하며 역사적인 첫 공연을 시작했다.

즉석 결혼식・무대위 청백전 이날 1시간20여분간 펼쳐진 공연에서 관객들은 배우들이 싱크대와 프라이팬,남비, 부엌칼, 도마 등 주방도구는 물론 물통, 드럼통, 쓰레기통 등 두드릴 수있는 모든 물건들을 악기로 삼아 다양한 타악리듬을 창조해 내는 모습에 환호했다.

또 채소 저글링과 접시 던지기, 태권도와 봉술, 쌍절곤, 불 쇼, 부엌칼 춤 등다채로운 묘기와 코믹연기에 폭소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남녀 관객 한쌍이 무대에서 즉석 결혼식을 올리고, 무대 위로 초청된관객들과 배우들이 청팀과 홍팀으로 나눠 벌이는 ‘만두 빨리 빚기’ 시합에서는자연스럽게 집단 응원전을 벌이기도 했다. 관객들은 ‘Fun!’ ‘Great!’‘Wonderful!’ 등을 외쳐댔고, 아이들이 발을 구르거나 자리에 일어나 소리를질러대는 모습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이날 아들과 함께 공연을 지켜본 톰슨(35・뉴저지 거주)은 “아들이 무척즐거워해서 몹시 기분이 좋다”면서 “매우 흥미롭고 인간적인 공연이었으며, 특히생수통과 쓰레기통 등으로 신나는 음악을 연주해 내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고말했다.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송승환(46) 대표는 “오랜 꿈이 이뤄졌다”면서 “몹시걱정했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현지 언론에서 반응이 좋을 경우 500석 미만의 ‘오프 브로드웨이’에 상설관개설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샌 안토니오의 인카니트 워드 대학교의 교환교수로 있으며 이날 공연을 관람했던김창화(50) 상명대 연극학과 교수는 “<난타>가 외국인들, 특히 미국인들에게는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오프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더라도성인관객이 많이 찾으리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브로드웨이나 오프브로드웨이 중 일부의 공연의 경우 이제는 작품의 예술성이나 문제의식보다는대중적 파급효과와 오락성이 좀더 중요한 이슈가 되는 것 같다”면서 “<난타>는전체적인 이야기의 짜임새와 극적 전달, 음악적 효과, 배우들의 연기와 열정,표현력, 아이디어 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잘 배합되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송승환대표 "상설관 개설 자신감" <난타>의 해외 에이전시인 브로드웨이 아시아의 대표 시몬 자넷도 “아시아에서수많은 작품이 우리를 통해 브로드웨이 진출을 시도했지만 장기공연을 할 수 있는것은 현재까지 <난타>가 유일한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난타>는 뉴빅토리극장의 2003〜2004시즌 공연의 개막작으로 오는 10월19일까지4주간 공연될 예정인데, 개막 1주일 전에 이미 전회 매진을 기록했으며 권위있는인터넷 사이트 ‘시티 가이드’에 ‘이번 주 최고의 작품’으로 소개됐다.

뉴욕/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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