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 돌풍의 주역 이서진
요즈음 연예인 매니저 성용주씨의 휴대폰은 하루 50차례 이상 울린다. 문화방송텔레비전의 무협사극 <조선 여형사 다모> 돌풍의 진원으로 떠오른 탤런트이서진(30)을 인터뷰하려는 언론사 기자들이나 시에프・방송 출연 교섭을 위한전화벨이다.
시청률은 20%에도 못미지지만 <다모>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방송 2주만에 15만건이넘는 시청소감이 쏟아질 정도로 <다모>는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받고 있다. 올해최대 히트 드라마인 <올인>과 <옥탑방고양이>가 각각 6만건과 3만건에 머문 점과비교해봐도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다모>가 사전전작과 고해상화질(HD) 촬영을 통해 기존의 드라마를 한차원뛰어넘은 측면을 반영한 것이지만 이서진이란 연기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서진이 <다모>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은 일주일도 못돼 12만건이 넘는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모> 이후 그는 인생역전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드라마 주연급을 두번이나 맡았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는 서자출신으로 사랑과 야망 사이에 갈등하는 좌포도청의 황보윤 종사관역을 통해 일찌기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평이다. 어떤사람들은 황보윤에게서 강렬한 눈빛을 발견하기도 하고 어떤 여심은 절제되고어딘지 억눌린듯한 그의 낮고 깊은 중저음에 흔들리기도 한다.
“황보윤의 낮게 깔린 저음의 목소리가 환상이오”(<다모> 게시판의 송미섭씨).<다모>의 정형수 작가도 “<그여자의 집>에서 이서진의 중저음 목소리, 착하고, 또어떤 때는 우유부단해보이는 모습을 보고 윤의 성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만나보지 못한 목소리의 매력에 빠져들고있는 것이다.
매니저와 네다섯번의 통화 끝에 지난 8일 이서진과 만났다.
-인기를 실감하는가 =못 느낀다. 막연한 네티즌 반응으로 짐작할 뿐이다. 컴퓨터 안에서 벌어지는것일뿐 피부로 느끼지는 못한다. <다모>는 채옥의 것이니까 채옥을 많이 좋아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윤에 대한 열광은 정말 의외이다. 솔직히 인기가 부담스럽다.
내 손끝 하나까지 관찰 당하니까,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까지 사람들이느끼니까, 책임 때문에 집 밖에 나오기가 더 싫어졌다. 인터넷이 좋기도 하지만요즘은 무섭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열광하게 했다고 생각하나 =정말 모르겠다. (이 부분에 대해) 감독과 얘기를 해봤는데 감독도 잘 모르겠다고하더라. 생각해보면 황보윤이라는 캐릭터가 멋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드라마에서 황보윤은 감성적인 면을 드러내야 하는 역인데 보는 사람들이멜로장면에서 좋은 느낌을 갖는 것같다. 특히 여성 분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같다.
어쨌든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연기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대본을 많이 읽어본적은 없다.
-다모의 인기비결 중에는 사전전작을 시도해 작품성을 높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있다.
=그림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사전전작제가 상당히 기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배우로서는 쉽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방영 전에 오랫동안촬영하다보니 감정을 살려서 이어가는 부분이 어려웠다. 단기간에 찍으면 감정선을금새 이어가기 쉬운데 그런 점에서 사전전작이 배우한테 100% 좋은 것만은 아닌것같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틈틈히 편집필름을 보면서 어떻게 연기를 이어갈지고민하고 대본도 1~10회까지 읽고 또 읽고 하다보니 새로운 감정이 생긴 것같다.
-극중 황보윤 종사관은 어떤 인물인가 =태어날 때부터 서자라는 아픔이 있어 강해지고 싶고 뜻을 펴고 싶어 각고의 노력끝에 신분의 제약을 뛰어넘었으나, 사랑하는 여인의 신분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못하는 아픔이 있는 인물이다. 또 자신을 업신여긴 양반을 미워하다 양반의 부류가되어 그 속에서 야망을 키워가는 복잡한 인물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사랑도하지만 야망도 있는, 그런 인물이다.
-드라마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쓴 점은 어떤 것인가. =채옥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항상 염두에 뒀다. 4부까지 방영된 황보윤의 액션신에서도 채옥에 대한 사랑이 배어있다고 생각한다. 15년간 키워온 사랑이 다치게될까 걱정하는 마음을 크게 생각했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만들어낼수 있겠는가, 가슴에서 나와야지. 그것을 표현하는 게 제일 힘들었고, 액션 연기는그에 비해 오히려 쉬운 편이었다.
-발성에도 꽤 신경을 쓴 듯하고, 절제연기도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데…. =황보윤의 대사발음톤은 낮고 굵으면서 억눌린듯한 것으로 설정돼 있는데처음에는 제대로 되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감독이 그냥 놔두지 않았다. 한달 넘게촬영하면서 심하게 몸살을 앓고 나니까 그때부터 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였고감정이 몸에 익숙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채옥에 대한 느낌도 생기고…. 하지만채옥과 매화밭을 거닐면서 채옥의 팔에 난 상처를 보고 “아프냐. 나도아프다”라는 대사를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데 나는 감정을 더 실어야 했는데하는 아쉬움이 있다.
-애초 배역은 장성백이었다는데…. =2월초 처음 장성백 역 제의를 받고 대본을 다 읽어 봤는데 드라마답지 않게스케일이 크고 재미있어 곧바로 합류했다. 대본을 읽을 때부터 윤이라는 역이끌렸다. 감독이 배역을 바꾸자고 제의했을 때 쉽게 동의한 것도, 시청자한테는금방 드러나지 않지만, 연기자로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매력있는 배역이라고생각한 때문이다.
-채옥 역을 맡고 있는 하지원과 평소 친한 편인가 =아직도 존댓말을 쓴다. 별로 친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슛이 들어가면 이 여자는정말 윤이 사랑하는 여자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배우이다. 그는 표정 하나로도상대방을 몰입하게 한다. 하지원씨도 그만큼 배역에 몰입돼 있다는 거다.
하지만 “컷” 소리가 나면 어느새 감정이 사라진다. 개인적으론 전화 한통 한적도 없다. 배우로서 하지원씨는 굉장히 독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하고액션 신이 제일 많은 데도 어떻게든 해낸다.
-차인표의 스타탄생 과정과 비견되는데…. =그렇다면 영광이다. 유일하게 친한 연예인이 인표형이다. 그동안 인표형한테인간적으로 배운 점이 많아 친형처럼 생각한다. <왕초> <그여자의 집>에서 같이출연하면서 친해졌다. 인표형은 항상 겸손하고 예의 바른데 똑같을 수는 없지만비슷해지려고 노력한다.
-연기자 이서진이 보는 다모 연출자인 이재규 피디는 =이 감독이 없었다면 다모가 이 정도로 못했을 것이다. 매화밭 장면도 애초 낮장면이었는데 밤으로 돌린 것도 이 감독 판단이다. 김승수 당시 문화방송드라마국장이 이 큰 작품을 연출을 한번도 하지 않은 신인감독한테 맡겼다는이야기를 듣고 김 국장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신인 때부터 쭉 지켜봤는데 이감독이 대인관계도 좋고, 제일 까다로운 연출자 밑에서 조연출 생활을 했는데 잘이겨내 저 친구라면 할 수 있겠다 싶어 맡겼다”고 하더라. 요즘 드라마 조연출자사이에서 “첫 작품을 저렇게 하면 우리는 무엇하라고 그러느냐”는 우스갯소리가나온다고 한다.
글 김도형 기자, 사진 강창광 기자 aip209@hani.co.krⓒ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