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무덤'에서 '보물'찾는 동묘벼룩시장, 쫓겨날까 불안한 노점 상인들[르포]
"옷 무덤에서 보물 찾는 재미"
서울시는 "도로 점유로 안전사고 우려"
전문가 "노점 공간 따로 마련 필요"

12일 서울 동묘시장에서 만난 이모씨(22)의 말이다. 이날 평일임에도 구제 옷을 구하던 20대와 외국인, 어르신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동묘시장 노점상을 돌며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동묘 시장은 노점이 즐비한 일종의 '길거리 아웃렛'으로 해외에서도 입소문을 탔다. 국내 유명 연예인들과 해외 패션 디자인까지 이곳을 다녀갔다. '힙(hip)'한 노점 거리지만 상인들의 표정이 어둡다. 서울시측이 관할 지자체인 종로구청에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도로를 점유한 노점은 불법 소지가 명확하다. 하지만 인기몰이 역할을 톡톡히 해온 상인들 입장에선 서울시 지적도 생업에 지장이 있을까 우려하고 있다. 종로구청 입장에서도 섣부른 정비로 관광 핫스팟을 잃을까 고심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이 거리에 안좋은 소식이 들렸다. 당시 서울시 감사위가 발표한 '도로무단점유 등 위반 건축물 관리 실태 감사 결과'다. 서울시 감사위는 "종로구청이 도로 전구간 303m 양측에 걸쳐 보도와 차도 점유사항에 대해서도 단속과 행정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감사위는 "보행자 등의 통행공간 협소, 무분별한 도로점유증가로 도시미관 저해, 도로기능 상실과 화재피해확산 등 안전사고발생 우려를 초래했다"고 봤다.
7년간 만물상 노점을 운영했다는 김모씨(66)는 "점포에서 파는 보청기는 100만원이 넘지만 우린 20만~30만원짜리 보청기를 판다"며 "매출이 한달에 60만~70만원 수준인데, 일반 점포는 엄두도 못 낸다"고 토로했다.
동묘시장에서 30년간 옷을 팔았다는 60대 이모씨는 "창신동 공장에서 버리는 샘플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져온 헌옷을 ㎏당 사는 식으로 싸게 사서 팔고 있다"며 "㎏으로 사서 옷 한 벌에 1000~2000원에 파니까 사람 인건비 정도밖에 안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과거 기초 수급자나 돈 없는 노인, 노숙자에게 꼭 필요한 시장이었지만 요새는 노점에서 물건 사는 그 자체가 재미 요소로 알려지고 있다"며 "노점상이 없어지면 상권이 다 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묘시장은 빈티지 명소로 해외 관광객에게도 먹히는 지역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2018년 세계적인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는 동묘시장에 들른 뒤 "세계 최고의 거리. 스포티(sporty)함과 캐주얼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감한 믹스매치 정신"이라며 이곳을 드나드는 노인들의 옷차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로변은 정비하되 노점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주자는 절충안을 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종로 쪽은 대로변이고 이용자도 많으니까 정비해야 하지만 뒷길이나 골목 쪽은 그런 시장이 형성되는 게 필요할 것 같다"며 "동묘 쪽에 조그마한 길 정도는 노점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아예 따로 마련해 주는 게 좋다"고 제언했다.
#시장 #노점 #동묘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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