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전보’로 체면 차린 韓, ‘김건희’ 리스크에 난감한 尹…독대 지형 판세는?
내주 尹 만나 ‘김건희’ ‘인적쇄신’ ‘의정갈등’ 세게 말할 듯…尹 반응은 ‘물음표’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최근 위기론에 빠졌던 여권은 10.16 재보궐 선거에서 '부산 금정'을 사수하며 한숨 돌린 분위기다. 부산을 6차례 찾으며 선거 지원에 집중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내주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유리한 위치에 올랐다는 평을 받는다. 반면 윤 대통령은 최근 '김건희 리스크'에 '명태균 게이트'까지 겹치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리스크' '인적쇄신' '의정 갈등' 등 민감한 의제에 대한 여론을 강도 높게 전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입지' 올라간 한동훈, 곧바로 '용산發 악재' 칼 빼들기
부산 금정은 보수 진영의 핵심 텃밭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데 이어 운명공동체 격인 국민의힘 지지율도 떨어지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만연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금정구청장 후보 단일화 직후 '제2 정권심판론'을 꺼내들며 국민의힘과 박빙 경쟁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16일 선거 개표 결과, 국민의힘의 윤일현 후보가 61.03%를 얻으며 김경지 민주당 후보(38.96%)를 큰 격차로 이겼다.
한동훈 대표는 이 같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뛰었다. 그는 지난달부터 선거 전날까지 6번이나 부산 금정을 찾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여기에 중앙정치가 모인 여의도에선 본인 측근들과 함께 김 여사에 대한 활동 자제 촉구는 물론,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 등 요구 사항을 전달하며 대통령실을 압박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을 운명공동체에서 분리하며 '김건희 리스크'가 보수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로 보였다.
이후 승전보를 전달받은 한 대표는 대통령실을 향해 발언 수위를 더욱 높이는 모습이다. 그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선 김건희 여사를 향해선 "대선 당시 약속처럼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하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에 그는 용산발(發) 악재로 분류되는 '김대남 녹취록'에 이어 '명태균 게이트'에 대해서도 칼을 빼들었다. 그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명태균씨에 대한 당무감사위원회 보고를 받았다. 앞서 본인 공세 사주 의혹에 휩싸인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과 사례처럼, 명씨가 탈당할 경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된 당내 인사들에 대한 추가 당무감사도 가능해진 것이다. 당내 친윤(親윤석열)계 인사들 입장에선 위기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尹, '김건희 리스크' 태도 바꿀까…"'맹탕 독대' 되면 '당정 희망' 없어"
한 대표의 입김은 내주 예정된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최근 '명태균 게이트'로 김 여사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어 이를 수습하는데 진땀을 빼고 있다. 윤 대통령도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지난 16일 보궐선거에서 김 여사와 따로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4월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영부인이 대통령과 투표 일정에 이례적으로 동행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이날 검찰에서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방조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정부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은 더욱 빠르게 식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야권에선 "검찰이 면죄부를 주고 있다. 특검의 필요성이 더욱 강해졌다(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며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곧바로 '명태균 게이트' 의혹까지 덧붙여 김건희 특검법을 다시 제출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위기 속에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 리스크' 등을 과감하게 끊어낼 것을 촉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당정 지지율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 '김 여사 비선라인' 의혹이나 '의정갈등 장기화'와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에게 구체적 해법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도 "어려운 상황에서 주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며 "국민의 뜻대로 정부·여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당부에도 각종 현안에 대한 전향적 태도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보수 지지층의 민심 이탈이 없었다고 판단할 수 있어서다. 특히 친윤계 인사들은 김 여사 리스크와 관련해 "오히려 사과하면 야권의 공세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옹호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고 있다. 관련해 친한(親한동훈)계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내주 독대도 맹탕으로 끝난다면 당정은 희망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