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지폐를 보라. 1000원 지폐 이황, 5000원 지폐 이이, 1만원 지폐 세종대왕, 5만원 지폐 신사임당. 화폐 속 4명의 인물들이 모두 오른쪽이 아닌 왼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 아닌 초상화라도, 왼쪽 얼굴 라인이 더 잘 나오기 때문인 걸까? 위인들의 모습을 더 살리려면, 차라리 똑바로 정면을 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유튜브 댓글로 “화폐 속 인물은 왜 정면이 아닌 측면을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화폐 인물들이 측면을 보고 있는 이유 첫째. 위조화폐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실제 돈을 찍어내는 한국조폐공사의 설명.

[한국조폐공사 관계자]
“왜 그러냐면 위조를 복제를 하지 못하도록 … (정면을 바라보면 얼굴을) 반을 접어가지고 반을 복사를 할 수 있거든요”

미술 시간에 종이 한쪽에 물감을 칠하고 반으로 접어 반대쪽에 같은 모양을 찍어본 왱구들 있을 테다. 데칼코마니라는 건데그 기법이 화폐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러니까 화폐 속 인물을 정면을 보도록 설정하면, 위조범들이 얼굴 절반만 위조한 후 나머지 반을 그대로 반전시켜 복사하기 쉬워진다.결국 위조가 용이해지는 것.

근데 얼굴이 측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반대편을 그대로 찍어내는 게 불가능하다.즉 위조 과정이 복잡해지는 것. 그래서 한국뿐만 아니라 달러, 엔화, 위안화 등 세계 화폐 속 인물들은 모두 옆을 바라보고 있다고.

왜 전세계 대부분 나라의 지폐에 인물이 들어갈까?얼굴은 표정이나 모습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어색함이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물을 통해 화폐가 위조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훨씬 쉽다고 한다.

지폐 속 그림은 가는 선과 점으로 표현하기 때문에미세한 표정들을 따라하기 어렵다. 반대로 자연풍경 등 배경의 경우는 조금 변해도 맨눈으로 차이점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깨알 정보 하나 더. 지난해금융기관 또는 개인이 신고한 위조지폐는 143장이다.권종별로는 5000원권이 75장으로 가장 많았다고

그런데 만약 내가 위조지폐인지 모르고 누군가에게 돈을 받은 뒤 뒤늦게 신고하더라도 해당 금액은 보상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위조지폐를 만든 사람이 직접 신고해 돈을 챙겨가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라는데. 아무튼 왼쪽 얼짱 각도의 인물을 지폐에 그려 넣는 이유가 위조지폐를 막기 위해서라는 건 처음 알았다.

둘째, 화폐 오른쪽에 위치한 인물이 왼쪽을 바라보게 되면, 시선이 중앙에 모여 통일감을 준다는 것.

[한국조폐공사 관계자]
“디자인의 전체적인 조화를 맞추기 위해서 대부분 지폐 (인물) 보면 오른쪽에 있잖아요. 오른쪽에 있으면 약간 왼쪽을 바라보는 측면으로 좀 하거든요. 그러니까 오른쪽을 바라보면 등지는 것 같잖아요.”

반대로 미국 달러의 경우인물이 왼쪽에 있기 때문에 시선이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다. 인물의 위치에 따라서 가장 자연스러운 시선을 넣기 위해서는 측면을 바라봐야 하는 것.

한국에서 예전부터 사용하던 지폐 속 인물들도 측면을 바라봤을까? 1962년 기존의 ‘환’ 표시 화폐를 현재의 ‘원’으로 바꿨는데.

이때 당시 오백원, 백원, 오십원에는 남대문, 독립문 등이 그려져 있어 인물은 없었다. 1970년대에 천원, 오천원, 만원권이 등장했고이때 최초로 인물이 들어간 것.

취재하다 알게 된 건데 최초 만원권의 세종대왕은 왼쪽에 있었는데 1979년 이후 오른쪽으로 바뀌었다. 인물이 왼쪽에 있으면 정치적으로 좌파적 또는 공산주의 상징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왔기 때문. 또한 ATM, 자동판매기 등에서 기기 인식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최근에는 화폐에서 인물이 사라지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인물 대신 손, 지구본, 자연요소 등을 추가했다.디자인의 현대성 강화를 위해 인물을 제거한 것.

노르웨이는해양국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인물 대신 바다 관련 그림들을 그려넣고 있다. 이런 흐름이 이렇게 이어진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화폐에서도 위인들이 사라질 날도 올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