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의 전기 SUV 'GV60'이 출시 6개월여 만에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뛰어난 성능과 품질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3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한 GV60의 월평균 판매량은 100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3월 6대를 시작으로 4월 147대, 5월 111대, 6월 80대, 7월 81대, 8월 91대, 9월 81대 등 부진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G80, GV70, GV80이 월 수천 대씩 판매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성능 면에서 GV60은 결코 부족함이 없다. 퍼포먼스 모델은 최고출력 482마력, 최대토크 71.4kg.m의 강력한 동력 성능을 자랑한다. 부스트 모드 작동 시에는 490마력까지 출력이 상승한다. 84kWh 배터리 용량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481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복합 전비는 4~5.1km/kWh 수준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승차감이다. 전방 카메라로 노면을 인식해 실시간으로 댐퍼를 조절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이전 모델 대비 개입 속도가 빨라져 방지턱이나 노면 요철을 부드럽게 처리한다. 전기차 특유의 딱딱한 승차감을 효과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내 마감도 프리미엄 브랜드답다. 가죽과 스웨이드 소재가 조화를 이루며, 크리스털 기어 노브는 야간 주행 시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뱅앤올룹슨 스피커, 27인치 디스플레이, MLA 헤드램프, 디지털 사이드 미러 등 최신 편의사양도 대거 적용됐다. 아이오닉 5 N의 기술이 적용된 VGS(가상 변속 시스템)와 드리프트 모드까지 갖췄다.

그렇다면 왜 GV60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을까. 가장 큰 원인은 가격 경쟁력 부족이다. 스탠다드 후륜구동 모델이 6,490만원, 스탠다드 4륜이 6,870만원, 퍼포먼스 4륜은 7,330만원부터 시작한다. 풀옵션 적용 시 8,900만원에 달한다.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구형 대비 500만원이나 가격이 상승했다.

문제는 이 가격대에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다는 점이다. 7,000만원 중반이면 같은 제네시스의 GV70을 선택할 수 있다. 제네시스를 찾는 고객층은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대형 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GV60은 전장 4545mm, 전폭 1890mm의 콤팩트한 사이즈다. 제네시스 라인업 중 가장 작은 차량이다. 8,000만원대 가격에 작은 차체 크기는 제네시스 고객층의 기대와 거리가 있다. 브랜드가 책정한 가치와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치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가성비가 중요한 구매 요소로 작용한다. 충전 인프라 제약과 잔존가치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 시 가격을 더욱 민감하게 고려한다.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와 대폭 개선된 상품성을 근거로 이번 가격을 책정했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좋은 차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 브랜드 정체성에 부합하는 포지셔닝이 뒷받침돼야 한다.

GV60의 판매 부진은 단순히 한 차종의 문제를 넘어선다. 전기차 시대에 프리미엄 브랜드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제네시스가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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