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뒤만이 아니었다…반려동물 잃기 전부터 오는 펫로스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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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떠나지 않았는데도, 보호자는 먼저 슬퍼진다.
박씨처럼 반려동물이 늙고 아프기 시작한 순간부터, 보호자는 이미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애도를 먼저 겪을 수 있다.
연구 결과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상태를 더 부정적으로 인식할수록 보호자 자신의 심리적 고통도 커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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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연구진, 개·고양이 보호자 600명 조사
“떠날까봐” 불안형 애착이 심리 고통 키워
예기 애도부터 이별 후에도 주변 도움 필요

아직 떠나지 않았는데도, 보호자는 먼저 슬퍼진다. 반려동물이 늙고 아프기 시작한 순간부터 상실의 고통이 시작될 수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한 반려견 ‘해피’를 1년 전 떠나보낸 박희선씨(27)에게 해피의 마지막 6개월은 이별의 순간만큼이나 고통스러운웠던 순간으로 남아 있다.
당시 17살이던 해피는 치매 증상을 보이며 밤낮없이 울부짖는 날이 많았다. 가족들은 여러 번 동물병원을 오갔지만, 수의사는 “나이가 많아 더 이상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말뿐이었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보려면 뇌 자기공명검사(MRI) 촬영이 필요했지만, 고령이라 마취 위험이 커 검사도 쉽지 않았다.
박씨는 “6개월 동안 울지 않은 날이 없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박씨에게 가장 힘들었던 건 점점 약해지는 해피를 보며 “오늘은 괜찮을까” “더 버티게 하는 게 맞을까”를 매일 스스로에게 되묻는 일이었다.
그는 “해피가 아프고 난 뒤부터는 집에 늘 전화해 해피 건강 상태를 물어보는 게 습관이었다”며 “직장에 있어도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불안했고, 내가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늘 마음 한편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펫로스(pet loss) 증후군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보호자가 겪는 상실감과 우울, 죄책감을 뜻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이별 이후에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박씨처럼 반려동물이 늙고 아프기 시작한 순간부터, 보호자는 이미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애도를 먼저 겪을 수 있다. 이른바 ‘예기 애도’다.

이같은 예기 애도는 실제 연구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영국 에든버러대학교의 록산느 D 호킨스 교수 연구팀은 2023년 약 2개월간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 등이 보호자의 정신건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조사했다.
연구는 영국에 거주하는 18~26세 반려동물 소유자 600명(개 소유자 341명, 고양이 소유자 25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반려동물과의 애착 정도와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상태를 더 부정적으로 인식할수록 보호자 자신의 심리적 고통도 커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반려견 소유자의 경우, 개가 우울해 보이거나 활기가 없다고 느끼는 등 ‘정신적 상태’를 나쁘게 평가할수록 보호자의 불안과 우울 수준도 더 높게 나타났다. 반려견의 걷기나 움직임 같은 신체 기능이 저하됐다고 느낄 때도 우울 증상과의 연관성이 나타났다.
특히 연구진은 ‘반려동물이 나를 떠나지 않을까’와 같은 불안정한 애착 관계를 지닌 보호자일수록 반려동물의 사소한 행동을 고통이나 불편의 신호로 더 민감하게 해석하고, 그 결과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실제보다 낮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연구는 한 시점에서 이뤄진 조사여서 인과관계를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펫로스는 반려동물이 ‘떠난 뒤’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반려동물이 아프고 늙어가는 시간을 함께 견디는 과정에서도 보호자는 이미 상실의 문턱에 서 있을 수 있다.
이제는 이별 이후의 슬픔뿐 아니라, 이별 이전부터 시작되는 보호자의 심리적 고통까지 함께 살피는 시선이 필요하다.
미국수의학협회(AVMA)는 펫로스를 겪을 때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잊으려고 노력하기보단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함께한 추억들을 떠올리기’ ‘반려동물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기기’ ‘주변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기’ 등을 제시한다.
국내에서 무료로 지원되는 ‘펫로스 상담 지원 상담’을 받아보는 방법도 있다. 사랑의전화복지재단은 5월부터 전용 번호를 통해 ‘펫로스’ 무료 전화상담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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