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두 번 해낸 텐 하흐, '무관' 토트넘이었으면 잘렸을까…포스텍의 자조적인 의문

▲ 에릭 텐 하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경질 됐다. 그래도 맨유에서 리그와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연합뉴스/REUTERS/AFP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에릭 텐 하흐를 전격 경질하고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CP 후벵 아모림에게 위약금을 지불하고 영입 작업을 펼치는 중이다.

아모림은 젊은 전술가로 스리백 수비에 기반한 촘촘한 공수 전개를 즐긴다. 상황에 따라 포백 수비로 변형해 선수들이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능력도 발휘한다. 스포르팅 부임 후 프리메이라리가 우승도 두 차례나 해내며 벤피카, FC포르투, SC브라가와의 4대장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우승의 맛을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텐 하흐는 2022-23 리그컵, 2023-24 FA컵 정상을 맨유에 맛보게 해줬다. 이를 통해 유럽클럽대항전 출전이라는 티켓도 부수적으로 선물했다. 리그는 2012-13 시즌 이후 우승권에서 멀어졌지만, 언젠가는 할 수 있는 희망을 유지 중이다.

맨유의 이런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구단은 단연 토트넘 홋스퍼다. 지난 9월 30일 6라운드 맞대결, 그것도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부상으로 이탈한 손흥민 없이 3-0으로 이겼던 토트넘이다.

영국 다수 언론은 토트넘전 완패가 텐 하흐 경질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종합지 '미러'는 '텐 하흐 체제에서 위기였던 5경기 중 하나가 바로 토트넘전 완패다'라며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텐 하흐와의 지략 싸움에서 이기면서 맨유 경영진을 자극했다고 보고 있다.

▲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은 에릭 텐 하흐 감독이 토트넘을 맡아 두 번 우승을 시킨 경력이라면 잘릴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연합뉴스/REUTERS/AFP

'익스프레스' 역시 '텐 하흐는 자신 있다고 했지만, 토트넘전에서 패한 것은 치명적이었다'라고 지적했다. 토트넘이 널뛰는 경기력을 보여주는 상황에서 맨유가 더 불안함을 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맨유는 우승이라도 했다. 토트넘은 우승 없이 감독이 계속 교체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시각도 부러움 반, 이해 불가 반이었다.

매체는 맨체스터 시티와의 리그컵 16강전을 앞두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생각을 전하면서 맨유 상황에 대해 "(텐 하흐의 경질에) 별로 충격받지 않았다. 텐 하흐는 맨유에 2년 반을 있었고 매 시즌 우승컵 하나는 들었다. 첫 시즌에는 리그 3위였다"라며 충분히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토트넘이었다면 잘릴 이유가 없다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다. 그는 "만약 그가 그런 기록(우승)을 갖고 여기에 있었다면 직장에서 잘렸을까. 모를 일이다"라며 상대적인 비교를 아끼지 않았다.

우승에 목이 마른 토트넘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리그는 1960-61 시즌이 마지막이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전이다. FA컵은 1990-91 시즌, 리그컵은 2007-08 시즌이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는 2018-19 시즌 결승에 올랐지만, 리버풀에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2019년 아우디컵 우승이 최신이라 놀림을 받는 이유고 손흥민이나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무관으로 토트넘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장기 계획으로 토트넘에 온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지만, 여전히 경기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믿음도 흔들리고 있다.

물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단단하다. 맨체스터 시티 차기 사령탑 후보로 꼽히는 등 경력을 알차게 쌓아가고 있다. 오히려 그는 "텐 하흐는 좋은 감독이고 다시 올라서리라 확신한다. 앞으로도 좋은 경력이 이어질 것이다"라며 무운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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