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관 1주년 맞는 대구어린이세상…"돈 안 쓰면 볼 것도 없어요"

2일 대구어린이세상 체험관 앞에 콘텐츠 이용료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해 6월 대구 수성구 황금동 '대구어린이세상' 개관식을 맞아 이곳을 찾은 어린이들 모습. 매일신문DB

내달이면 재개관 1주년을 맞는 대구어린이세상이 콘텐츠 부족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목적의 기관이 아님에도 유료 콘텐츠가 대부분이라는 점 역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 역시 나오고 있다.

'백만인 모금 걷기 운동'으로 마련한 시민성금을 보태 1983년 개관한 대구어린이회관은 지난해 6월 어린이세상으로 이름을 바꿔 재개관, 현재 계명문화대학교가 위탁 운영 중이다.

대구시는 2020년 기준 31억 원에 달하는 운영예산을 들이면서도 인건비로 24억원이 쓰이는 등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유료화를 선언했다. 재원 한계 때문에 시민 기대에 충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고,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이 때문에 어린이세상 건물에 입장하려면 1인당 4천원을 내고 사전 온라인 예매를 해야 한다. 입장료를 내면 0~9세를 위한 콘텐츠를 담은 1, 2층을 관람할 수 있다. 꾀꼬리 극장 공연을 보려면 1~2만원 가량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옥상휴게정원과 조경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실내 공간이 없다.

50분에 1만원짜리 인문학, 영어, 미술 분야 등의 원데이 클래스는 온라인으로 예약 신청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이는 유아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유아교육 전공자들이 만든 9개의 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어린이세상 측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했는데 아직은 참여가 저조하다.

시민들도 양질의 무료 콘텐츠 부족 문제를 지적한다. 최근 서울에서 대구로 이사를 왔다는 양모 씨는 "5살 아들과 방문했는데 서울의 어린이 체험시설에 비해서 규모가 작아 아쉽다"며 "1시간이면 관람이 끝날 정도로 볼 거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대구 수성구 '어린이세상'이 재개관 후 첫 주말을 맞은 가운데 가족단위의 방문객들로 붐비는 모습. 매일신문DB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한 컨텐츠 부족 문제도 제기됐다. 재개관 이전에는 어린이를 두루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짰는데 대구시가 어린이세상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자 유아부터 초등학교 2학년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게 어린이세상 측 설명이다.

김정학 어린이세상 관장은 "하루에 많으면 900명, 일주일에 3천여 명이 온다. 관람 시간 1시간 반이 끝나면 관람객들을 좀 더 머물게 할 만한 볼거리나 즐길거리, 무료 시설 등이 부족하다"며 "관에서 지은 시설은 콘텐츠를 자주 바꾸기보다는 유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다채롭게 바꿔줄 필요성을 느낀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어린이세상의 건립 취지 등을 고려했을 때 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어린이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혜진 대구대학교 교수(유아교육학과)는 "체험관은 아이들이 단순히 통과하게끔 만든 정도로, 컨텐츠 자체가 너무 단순하고 감각을 자극할 만한 콘텐츠가 아닌 듯하다"며 "키즈카페는 많이 비싸고, 영·유아를 위한 서비스가 많지 않다. 공공시설을 무료로 활용한다면 주변 녹지와 연계해 훨씬 더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김지수 기자 inde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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