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만 끝나면 텅 비는 교실… 결과 중시 공교육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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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면접이나 정시에 대비하는 게 효율적인데 굳이 학교에 남을 이유가 있을까요."
충청지역 대부분 학교도 2학기 기말고사를 수능 전에 끝내는 등 중요한 학사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상태여서 이른바 '시간 때우기' 식으로 교실을 운영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수능 이후 고3 교실이 무기력해지는 현상에 대비해 일부 학교는 점심시간 직전인 4교시까지만 학사를 운영하고 오전 중에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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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교 수업시수 미리 채워 오전에 하교 실시
교육부 권고에도 반응 냉담… "학생 설득 불가능"
고3 교사들도 교육 역할 수행 없어 무기력감 호소
전문가, 수능 결과 중시 대입제도 문제 원인 지목

"수시 면접이나 정시에 대비하는 게 효율적인데 굳이 학교에 남을 이유가 있을까요."
김모(18·대전 둔산동) 양은 지난 14일 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고 나서 가정학습(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한 뒤 더 이상 등교하지 않고 있다.
학교에 가봤자 엎드려 자거나 영화를 시청하다 하교하는데 그럴 바에 학원에서 논술·면접 등 대학별 수시 고사에 집중하는 게 이롭다는 설명이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능이 끝난 고3 교실은 교과 수업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자율학습으로 대체되고 있다.
충청지역 대부분 학교도 2학기 기말고사를 수능 전에 끝내는 등 중요한 학사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상태여서 이른바 '시간 때우기' 식으로 교실을 운영하는 분위기다.
교육부가 이달 초 '수능 이후 학사운영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등교 수업을 원칙으로 고3 학생들에게 금융교육, 진로체험, 대학탐방 등의 프로그램 제공을 권고했으나,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학생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데 교과 이외의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해서 수업 참여도가 높아지겠냐는 지적이다.
대전 A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는 "학생들이 대학입시에 목매는 상황임을 뻔히 아는데 학교 수업에 충실하라고 지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왜 학교에 출석해야 하는지 설득할 수 없으니 연간 20일 쓸 수 있는 교외체험학습도 막을 명분이 없다"고 토로했다.
교사들도 법령에 명시된 190일 이상의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학생들을 '억지로' 잡아두고 있는 상황이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역할 수행 없이 행정사무만 처리하면서 직무 효용감이 떨어지는 등 업무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다.
이처럼 수능 이후 고3 교실이 무기력해지는 현상에 대비해 일부 학교는 점심시간 직전인 4교시까지만 학사를 운영하고 오전 중에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한다.
수능 이후 진행되는 수업시수를 앞서 8-10월 세 달 동안 선제적으로 보충하는 방식의 편법을 도입한 것이다.
충북 충주의 B 고등학교 교사는 "우리 학교는 고3 학생들도 6-7교시 정규수업을 끝마치고 오후 4-5시에 하교한다"며 "'옆 학교처럼 일찍 끝내 달라'는 학생들의 성토를 날마다 듣는다. 그럴 때마다 학교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교육과 연계성이 부족하고, 과정에 대한 평과 없이 결과만을 중시하는 현행 대입제도에서 문제 원인을 찾는다.
수능 결과가 12년간 이어지는 공교육의 '종착지'처럼 여겨져 모든 교육과정이 수능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고3 학생들이) 개별적인 대입 전략에 따라 최소한의 졸업 요건만 충족하면 학교 현장에서 이탈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학교 수업 자체가 학교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 수능에 대비하기 위한 기능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과 입시제도의 연계성을 높이고 미세한 변별을 지양하는 방식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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