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용산만 보수 우세… 전국 민심 보여준 서울교육감 선거
지난 16일 실시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정근식 후보가 당선되자 국민의힘에선 “서울 등 수도권 민심 이반이 더 심각해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없는 선거지만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나선 정 후보와 사실상 보수 진영 단일 후보로 나선 조전혁 후보가 대결하면서 정치권에선 이번 선거를 사실상의 여야 맞대결로 해석했다. 특히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나타난 서울 25구(區) 투표 결과를 보면 지난 총선 때 나타난 ‘진보 우위’가 다시 확인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수도권의 유권자 지형에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고는 재집권이나 다수당 탈환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보수 진영 차원의 위기”라고 했다.
중앙선관위가 집계한 전날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투표 결과를 보면, 보수 진영의 서울 지역 득표력은 더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정근식 후보는 50.24%, 보수 성향 조전혁 후보는 45.93% 득표율을 기록했다.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윤호상 후보는 3.81%를 얻었다. 조 후보는 서울시 25구 가운데 4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에서만 정근식 후보를 이겼다. 나머지 21구에선 정 후보가 1위를 했다. 선거전 초반 보수층에선 “중도·보수 성향 후보가 단일화하면 해볼 만하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조전혁·윤호상 후보 득표율 합계(49.74%)는 정 후보 득표율에 미치지 못했다.
수도권 민심 이반 현상은 지난 16일 치러진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4월 총선 때 강화에서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63.25% 득표율을 기록해 민주당 조택상 후보(35.74%)에게 27.5%포인트 앞섰다. 그런데 이번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선 국민의힘 박용철 후보(50.97%)와 민주당 한연희 후보(42.12%) 득표율 격차가 8.85%로 나타났다. 총선 후 6개월 만에 ‘보수 텃밭’으로 꼽혀온 강화에서 18.6%포인트가량 국민의힘 지지율이 ‘증발’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때 서울 등 수도권에서 참패했다. 그러다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고, 이듬해인 2022년 3월 대선,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서울 민심은 국민의힘 손을 들어줬다. 2022년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는 보수 진영 후보 난립으로 진보 성향 조희연 전 교육감이 당선되긴 했지만, 당시 보수·중도 성향 후보(박선영·윤호상·조전혁·조영달) 득표율을 모두 합하면 58.56%로 조 전 교육감(38.1%)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서울 민심은 2년 만에 다시 뒤집혔다. 지난 총선 때 국민의힘은 서울지역 48개 선거구 중 11곳에서만 이겼고, 이런 흐름이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조전혁 후보의 패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은 “당원들 사이에서 서울 등 수도권 바닥 민심은 돌이키기 어려울 지경이란 얘기까지 나온다”며 “당장 민심 수습에 나서지 않으면 다음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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