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 강조하면 '페미세요?'…남자 청소년 15.6% 딥페이크 시청 경험"(종합)
"남자 청소년 성 인식 여자 청소년보다 낮아"
"간극 발생…남자 청소년 성교육 새로 모색"
"딥페이크는 국가 책임…성평등교육 강화돼야"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많은 학교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언론화된 직후 여학생들을 강당에 불러 온라인에 올린 사진을 내리라고 주의를 줬는데, 그 시각 남학생들에게는 어떠한 당부나 주의도 주지 않아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29일 여의도 국회에서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를 위한 토론회: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 학교 성교육의 변화에서부터'에서 손지은 전교조 부위원장이 이 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해 남학생 '맞춤' 성평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발제를 맡은 한채윤 남다른성교육연수소 편집위원은 "남자 청소년의 성 관련 인식은 여자 청소년보다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여성정책연구원이 2018년 발표한 청소년 성교육 수요조사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해당 조사는 남녀 중학생을 대상으로 자신이 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실제 성 지식을 확인했다. 그 결과 남학생의 경우 자신감은 높게 나왔으나 성 지식 수준을 묻는 항목 정답율은 3.16으로 여학생(4.29)보다 낮게 나타났다.
또 서울시가 운영하는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의 '2021 청소년 성문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자 청소년의 15.6%가 유명인이나 보통 사람의 얼굴이 합성된 음란 사진이나 영상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자 청소년(8.3%)보다 약 두 배 가량 높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한 편집위원은 "남자 청소년과 여자 청소년이 발딛고 사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성별 고정관념, 성적 편견, 왜곡된 남성성이 만들어내는 차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성범죄 예방교육과 관련해 "성교육을 받는 남자 청소년들은 왜 모든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냐며 교육 자체에 거부와 반감을 드러낸다"며 "'역차별', '페미세요?'라는 빈정거림이나 분노가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여학생과 남학생 사이 인식의 간극이 존재하는 현실에 맞춰 이 같은 차이는 왜, 무엇 때문에 생기는지 더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에 따라 학습 목표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두번째 발제자 손지은 전교조 부위원장은 '성평등교육'을 강조하며 학교 내 성범죄 관련 예방교육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손 부위원장은 "현행 양성평등기본법, 성폭력방지법 등에서 성평등교육의 실질적 시행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학교 성희롱, 성폭력예방교육, 등은 연 1시간씩이라 교육 방법과 범위가 매우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매년 같은 방법으로 같은 내용을 찍어내듯 실시할 수 밖에 없고 높은 확률로 수십, 수백 명을 모아놓은 집합식 강의에 그치거나 실시 여부만을 형식적으로 제출하는 식"이라고 짚었다.
손 부위원장은 올해 3월 전교조가 여성의 날을 맞아 실시한 '학교 성평등교육에 대한 교사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학교 성평등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내용 중 가장 동의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 '성평등교육, 성교육, 폭력예방교육 등이 중복되고 체계 없이 추진된다'가 63.22%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5.9%는 성평등 실천 의지 없이 기계적이고 형식적으로 학교 성평등 관련업무 담당교사를 지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50%는 국가 차원의 성평등교육 목표 및 교육과정이 부재하다고 했다.
아울러 손 부위원장은 "성폭력에서 '젠더'를 지우면 안된다"며 "딥페이크 성범죄는 가해자의 절대 다수가 남성으로 불평등한 젠더 권력에 기반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라고 봤다.
또 "성평등교육은 여성가족부만이 담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 법무부 등 범부처가 담당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성평등교육 관련 법률적 근거 확립 ▲성교육과 성폭력예방교육을 통합한 성인지교육 ▲성평등교육 시민적 권리로 확대 등을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명화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상임대표는 여가부의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와 관련 "여성가족부의 예산의 지원 근거가 구체적이지 않아 매해 진행되지 못할뿐더러 예산 자체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동형' 청소년문화센터와 관련해서는 "여가부는 국비 지원이 곤란하다며 폐지 기조를 보인다"며 "최소 국비 50%의 예산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딥페이크는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국가 책임"이라며 "성차별 사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반짝 등장하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아동 및 청소년의 발달 단계에 맞춘 교육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애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성평등교육, 성교육, 폭력예방교육이 통합돼 있지 않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성폭력 관련 내용을 성평등 교육 안에서 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랑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는 "가해자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를 고민해야 한다"며 "교육은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는 남성문화와 여성혐오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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