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들도 김수미 추모…“음식 나누고 베푼 요리 연구가”

박미향 기자 2024. 10. 2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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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복 “매번 나눌 음식 가져와 감동 선사”
여경래 “빈틈없는 대가의 모습에 감동 받아”
고 김수미 배우. 한겨레 자료 사진 ⓒ강현욱 (스튜디오 어댑터)

“요리를 거침없이 하시는 분인데, 요리보다 더 감동한 것은 매번 많은 음식을 만들어 오셨다. 게장, 김치 등 이것저것 주셨는데 놀랍고 고마웠다. 레시피가 딱 있는 요리를 하시는 분이 아니라 요리 경력 많은 분이 툭툭 감으로 하시는 그런 요리를 하셨다.” 중식대가 이연복 셰프가 배우 김수미(본명 김영옥)의 별세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 셰프는 김수미 배우와 요리 예능 ‘수미네 반찬’ 시리즈에 동반 출연했었다.

25일 별세한 배우 김수미는 배우로서 명성을 쌓았지만 말년엔 요리연구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요리 예능 ‘수미네 반찬’(tvN) 시리즈를 비롯해 ‘밥은 먹고 다니냐?’(SBS Plue), ‘식탁의 기사’(kbs) 등 여러 음식 프로그램에 출연해 특유의 손맛을 펼쳤다. 김치 판매 등 음식 사업에도 도전해 홈쇼핑에서 ‘완판’ 행진을 하는 등 식품업계 ‘블루칩’으로도 떠올랐다.

그의 대표적인 요리 프로그램인 ‘수미네 반찬’은 김 배우 자신만의 음식 비법을 보여주며 한식문화에서 홀대당했던 ‘반찬’의 소중함을 일깨웠다는 호평을 받았다. 당시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한 최현석, 여경래 등 유명 요리사들은 그가 만든 반찬을 맛보고 “정말 맛있다”는 평을 아끼지 않았다. 여경래 셰프는 “(촬영 현장에서 요리를 만들 때) 빈틈없는 대가의 모습을 보여줘서 놀라웠고 출연한 셰프 모두가 인정하는 맛을 구현하셨다”며 안타까워했다. 당시 여 셰프는 70명 넘는 스태프 음식을 2~3번이나 김 배우가 직접 만들어 와 챙기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고 김수미 배우가 옥상에서 식재료를 챙기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그는 요리에도 ‘진심’인 배우였던 것. ‘전원일기’를 찍을 때도 촬영이 끝나면 촬영 장소였던 밭에 가서 채소를 따 요리했다. 만든 요리를 촬영 장소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2018년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배우들 다 가는데 나는 밭에서 채소 따 요리했다. (무 등) 막 뽑아 와서 세수도 안 하고 바로 김치부터 담갔다. 그걸 나눠줬는데 다들 맛있다고 하니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특히 방송에서 계량하지 않고 맛을 내는 방식에 대해 “한식은 원래 감으로 조리하지 계량이 없다. 어머니가 해줬던 맛을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유독 식재료에 예민한 ‘요리연구가’였다. 명란은 속초, 풀치는 군산 등 식재료 구입처도 나름의 기준으로 정해 구입했다. 그는 요리 방송을 통해 한식의 조연으로만 취급받았던 ‘반찬’의 소중함과 주부 등 요리하는 이들의 수고에 대한 가치를 널리 알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집 옥상은 작은 채소밭이다. 직접 키운 채소로 음식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손 크게 나눠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후한 음식 인심은 태풍 등으로 피해 입은 지역에서도 빛을 발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 김치 사업용으로 만든 김치를 트럭에 싣고 거제도로 간 사연은 훈훈한 미담으로 회자됐다.

고 김수미 배우. 한겨레 자료 사진 ⓒ강현욱 (스튜디오 어댑터)

그가 남다른 손맛을 가진 데는 고향과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는 ‘개미진’(전라도 말로 ‘맛있다’는 뜻) 음식이 많은 전라도 군산에서 태어났다. 그의 음식 철학은 오랫동안 사람을 살리는 음식 운동에 매진해온 이들과 다르지 않다. “제철 채소로 만든 게 제일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다. 어머니는 봄엔 시금치로 여름엔 오이지로 맛깔스러운 반찬을 만들어주셨다. 사계절이 있으니 반찬은 무궁무진한 세계다. 발효 김치는 훌륭한 먹을거리”라고 했다. 외식 콘텐츠 전문가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는 “그분이 하는 음식은 어머니들이 해줬던 푸짐하고 정성 담긴 음식이 떠오르게 한다”고 추모했다. 그의 이런 철학은 ‘음식 그리고 그리움’ ‘김수미의 전라도 음식 이야기’ 등 그가 출간한 음식 저서에도 잘 드러난다.

그의 좌우명은 ‘명예는 정직의 왕관’이다. “아무리 큰 부자라도, 권력을 가졌어도 정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 그는 우리 시대의 배우였을 뿐 아니라 ‘정직한 음식’을 만드는 우리 시대 요리사 중의 한 사람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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