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장기금리 상승…韓 30년물도 2년 6개월래 최고[Pick코노미]

김병훈 기자 2026. 5. 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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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30년물 5.7%대…美도 5%선 재돌파
중동發 물가 불안에 韓 장기금리 상승
적극재정 기조에 국채시장 경계감 확산
“부채 증가 속도·준칙 부재가 더 문제”
로드리고 발데스 국제통화기금(IMF) 재정국장이 지난 4월 1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춘계회의에 참석해 ‘IMF 재정모니터’를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부가 적극 재정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하는 가운데 국내 채권시장의 장기금리가 빠르게 들썩이고 있다. 중동 전쟁에 따른 물가 불안, 미국·영국 등 주요국 장기금리 급등, 한국은행의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다. 정부가 재정 여력을 앞세워 확장재정 기조를 강조할수록 시장에서는 국채 발행 확대 가능성을 더 크게 반영해 장기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5일)보다 0.029%포인트 오른 3.844%로 마감했다. 2023년 11월 이후 2년 6개월래 최고 수준이다. 장기 국채금리가 뛰면 정부의 이자 부담뿐 아니라 회사채·대출금리 등 민간 차입 비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채권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확장재정을 둘러싼 강한 정책 신호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시도 때도 없이 긴축 노래를 부르는 이상한 분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나라살림연구소가 국제통화기금(IMF) 재정 모니터를 분석한 기사를 공유했다. 연구소는 올해 한국의 순부채비율 전망치가 10.3%로 주요 20개국(G20) 평균(89.6%)을 크게 밑돈다며 “재정 여력이 크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IMF 재정 모니터는 한국을 역사적으로 재정이 튼튼한 나라로 규정하고 한국의 재정 확대를 여력을 활용한 정책 선택으로 언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재정 확대론이 물가와 금리가 동시에 불안한 시점에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와 물류비가 흔들리면서 5월 소비자물가부터 충격이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하반기 금리 인상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쟁의 불확실성이 워낙 커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수립한다는 데 이견을 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채권시장도 국내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영국 30년물 국채금리는 5일(현지시간) 5.742%로 마감해 1998년 이후 2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도 4일 5.025%로 장을 마쳐 심리적 저항선인 5%를 약 1년 만에 다시 넘어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선진국의 높은 국가부채에 이란 전쟁발 인플레이션 우려와 통화 완화 지연 전망이 겹치면서 국채금리가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의 대차대조표 축소 정책이 장기채 가격 하락, 즉 금리 상승을 부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이 시중 채권을 더 이상 사들이지 않으면 채권 수요가 약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비기축통화국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확장재정에 따라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시중금리까지 따라 올라 기업과 가계의 투자·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가채무(D1)나 일반정부 부채(D2) 기준으로는 아직 괜찮다고 볼 수 있지만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한 공공 부문 부채(D3)로 보면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 전문가들도 “정부의 확장재정 의지가 너무 강하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반대로 한국의 재정 여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한국의 재정은 굉장히 건전한 편”이라며 “미래의 연금·건강보험 부담에는 대비해야 하지만 현재 재정 위기를 과도하게 부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부채의 절대 수준보다 증가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는 반론은 여전하다. IMF 일반정부 부채 기준으로 한국의 부채비율은 2019년 39.7%에서 2026년 54.4%로 14.7%포인트 뛰었다. 이는 G20 평균 상승 폭인 9.5%포인트를 웃도는 수준이다. 순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5%에서 10.3%로 11.8%포인트 늘어나 G20 평균 증가 폭인 9.8%포인트보다 컸다.

제도적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와 함께 둘뿐인 재정준칙 미도입국이다. 지출 확대와 부채 증가 속도를 통제할 공식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의미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인구구조상 재정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중장기 시계에서 봐야 한다”며 “정년 연장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할 구조조정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훈 기자 cos@sedaily.com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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