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도 없고...000도 없는 유럽
이 사진을 보라.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주택 사진인데 방충망이 보이지 않는다. 유럽 여름도 햇빛이 따가울 정도로 무더운 데다 벌레가 없는 것도 아닐텐데 굳이 방충망을 쓰지 않는 거 같은데 이유가 뭘까. 유튜브 댓글로 “왜 유럽 건물에는 방충망이 없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백한열 한남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유럽은 이제 조적식 그러니까 돌을 쌓아서 만드는 이제 건축 양식이니까 그러다 보니까 창문이 이제 작을 수밖에 없죠. 돌을 쌓다 보니까 크게 구멍을 내면 이제 구조적으로 이렇게 건물이 무너지기가 쉽겠죠.”
유럽 주택에 방충망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 첫째. 유럽 건축 양식의 특징. 유럽엔 예로부터 벽돌로 쌓아 만든 건물, 조적식 건물이 많다. 가로로 길고 큰 창문을 내면 무게 구조를 버틸 수가 없어서 가로 길이가 짧은 대신 햇빛이 잘 들어올 수 있도록 세로 길이가 긴 형태 창문이 발달했다고 한다.
위로 긴 공간으로는 반만 여는 미닫이 또는 미서기 창문으로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보통 환기를 위해서 위로 열리는 창인 틸트창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틸트창에도 종류가 여러가지가 있기는한데 창 아래쪽이 고정된 채 위로만 열리는 틸트 온리 방식도 있지만 틸트(환기)&턴(여닫이) 방식으로 핸들 조작에 따라 위로 창을 여는 것뿐만 아니라 여닫이가 가능한 창도 있다.
[방충망 설치업체 사장님]
“틸트 자체가 환기 기능이 있는 창인데 방범 기능까지도 있는 거죠. 창문이 위쪽만 환기될 정도만 열리고 나머지는 개폐가 안 되는 부분이니까 1층이나 2층이나 외부에서 침입하기 어렵죠. 또 바깥 풍경 또는 그 뷰는 중요한데 그래도 환기 장치가 안 되면 습도도 그렇고 어려우니까 창을 만들되 밖으로 미는 프로젝트 창이 아니고 안으로 당기는 틸트 창으로 만들지 않았나...”
안쪽으로 열리는 틸트창에는 방충망을 설치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사장님의 설명.
[방충망 설치업체 사장님]
“유럽 같은 경우는 집 안쪽으로 당겨서 여는 형태가 많기 때문에 외부에다 설치하려면 그런 작업 공정이 조금 더 위험성도 있고 그다음에 공간적으로 한계가 있을 거예요. 사다리차나 스카이 차량으로 외부에서 작업을 해야 되는데 그러기에는 비용적 측면도 많이 들어가다 보니 아마도 전체적인 방충망 시장이 우리나라나 동남아시아보다는 작지 않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틸트창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건물 사무실이나 오피스텔에서도 볼 수 있다. 뷰를 위해 통창으로 내는데 내부 공기 순환 시스템 장치가 없는 경우에는 고정형 창문 이외에 환기를 위해 중간에 틸트창을 설치하는 것.
그래도 방충망이 정말 필요하다면 어떻게든 설치를 할 것 같은데 유럽에서 방충망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서라고 볼 수 있다.
유럽에 방충망이 없는 이유 둘째. 건조한 기후다. 물론 유럽 내 지역 차이는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건조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모기는 주로 연못이나 물웅덩이 등과 같이 물이 고여 있는 곳에 알을 낳고, 습한 환경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건조하고 물이 고여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 유럽의 경우 도시 내에 모기가 대량 서식할만한 환경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나방, 파리 등 크기가 있는 벌레가 있긴 하지만, 가끔씩 파리나 나방이 들어와도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기도 하고, 방충망을 사용하기보다는 살충제 등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편이라고 한다.
[백한열 한남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벌레나 모기나 이런 것도 제가 한 10년 살면서 한국보다 훨씬 적다고 느꼈거든요.그래서 저녁에 여름에 그냥 열어놔도 창문 열어놔도 큰 문제없이 생활을 했었던 것 같고…”
또 한 가지는 유럽에선 창문에 사용하는 덧문, Window shutter라는 걸 많이 사용한다. 이런식으로 창문이 있고 바깥에 블라인드 같이 생긴 문이 하나 더 있는 것인데, 주로 햇빛을 가리는 용도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게 어떻게 보면 보호창과 방충망의 역할을 어느정도 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덧문이 있는 창문에 방충망을 달게되면 창문을 옆으로 밀 수도 없고, 덧문을 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굳이 덧문을 제거하면서까지 방충망을 달 이유는 없다는 거다.
하지만 최근엔 뎅기열과 같은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도 있는 모기가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현지 전문가들은 예방법 중 하나로 방충망 사용을 권고하기도 한다. 쇼핑몰 사이트에서도 창문에 붙이는 접착식의 방충망이 판매되기도 하고, 방충망 사용이 익숙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설치하는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다.
[백한열 한남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제가 한 15년 전에 처음 유럽을 갔을 때는 덥지 않았고요. 여름도 덥지 않고 모기가 없었거든요. 근데 요즘은 좀 더운 날 무더운 날이 한 일주일 정도씩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벌레들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