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엔씨소프트가 던진 '대작'이란 위험한 승부수 [IT+]
게임업계에 ‘대작’ 열풍
트리플A급 게임 개발 중
엔씨 ‘호라이즌’ 기반 게임 준비
넥슨·넷마블 최근 실적 좋아
엔씨 홀로 우울한 성적표
대작으로 반등할 수 있을까
국내 게임사 3대장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가 '3N' 중 유일하게 백스텝을 밟았다. 올 2분기 엔씨소프트는 넥슨과 넷마블과 달리 실적이 고꾸라졌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엔씨소프트가 꺼내든 전략적 무기는 '대작'이다. '큰 게임'을 론칭해 반등의 기회를 찾겠다는 건데, 대박 가능성만큼 쪽박 위험도 있다. 엔씨소프트의 위험한 승부수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게임업계에 '대작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게임사 크래프톤은 자회사 '몬트리올 스튜디오'를 통해 2026년까지 트리플A급 게임인 '눈물을 마시는 새'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몬트리올 스튜디오는 '눈물을 마시는 새'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30명 수준이던 인원수를 120명까지 늘렸다.[※참고: '트리플A급' 게임이란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투입해 만드는 대작을 의미한다.]
카카오게임즈도 최근 트리플A급 온라인 액션 역할수행 게임(RPG)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의 출시를 예고했다. 넥슨은 2025년에 넥슨의 핵심 지식재산권(IP)인 '던전앤파이터'를 기반으로 삼은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공개할 예정이다.
대작 열풍에 올라탄 게임사 중엔 엔씨소프트도 있다. 지난해 11월 소니의 게임사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SIE)'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엔씨소프트는 2026년까지 SIE 대표 IP '호라이즌' 기반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호라이즌은 액션 RPG 게임으로, SIE를 대표하는 트리플A급 게임이다.
이중 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곳은 단연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에 '대작'은 벼랑에서 던진 승부수나 다름없어서다. 올 2분기 엔씨소프트는 홀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엔씨소프트의 2분기 매출은 36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5.0% 쪼그라든 88억원에 머물렀다. 최근 야심차게 출시한 '쓰론 앤 리버티(TL)'마저 국내에서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얻었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와 함께 게임업계 3N으로 불리는 넥슨과 넷마블이 신작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실적을 끌어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게임 대작이 엔씨소프트를 부활시키는 전략적인 무기가 될 수 있느냐다.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대작은 판매 단가가 높고 한번 흥행하면 장기간 매출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수익성이 악화한 엔씨소프트로선 큰돈을 넣어야 하는 대작에 힘을 쏟는 게 쉽지만은 않다.
중국 게임사들은 대작을 발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엔씨소프트엔 부담 요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검은 신화: 오공'이다. 지난 8월 중국 개발사 '게임사이언스'가 출시한 이 게임은 3일 만에 1000만장을 판매했다. 게임 개발에 750억원을 투입했는데 620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개발비의 무려 8배를 벌어들인 셈이다.
주변 환경도 엔씨소프트에 우호적이진 않다. 엔씨소프트의 주무대 중 하나인 모바일 게임시장이 위축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급성장했던 모바일 게임 시장은 최근 들어 역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플랫폼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1년까지 증가하던 글로벌 모바일 게임 수익이 2022년 처음으로 감소했다(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기준). 20 22년 전세계 모바일 게임 수익은 2021년 대비 9.0% 감소한 788억 달러에 그쳤다. 2023년엔 767억 달러를 기록해 2.7% 더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엔씨소프트는 긍정적인 미래에 베팅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마존 게임즈, 소니와 같은 글로벌 게임사와 협업해 발굴하는 IP도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엔씨소프트의 '대작 승부수'는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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