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發 반도체 품귀…제조업 넘어 소비시장까지 '타격'
D램·그래픽카드 부르는게 값
PC부품 교체에 수천만원 필요
식자재·전기료까지 올라 '최악'
손님 위장해 메모리 훔쳐가는
PC방 부품절도사건도 잇따라
◆ 칩플레이션 ◆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은 그동안 전자제품 업계 내부의 문제였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소비자들에게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반도체 품귀 현상이 길어지면서 가격 상승 부담을 모두 흡수하지 못한 기업들이 제품 가격 상승·옵션 축소·출고 지연 등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노트북·스마트폰 교체나 업그레이드를 늦추고 PC방 자영업자는 폐업을 고민하는 등 소비를 미루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PC를 업그레이드하고 나서 최근에 다시 사양을 올려볼까 싶어 램과 그래픽카드 견적을 봤는데 너무 비싸더라고요. 당분간은 이대로 운영해야 할 것 같아요."
13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에서 15년째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채혜진 씨(54)는 최근 급등한 컴퓨터 부품 가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채씨는 게임 이용자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컴퓨터 핵심 부품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매장 PC 교체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손님을 붙잡기 위해 시간당 요금을 낮추고 서비스 개선에 나섰지만 방학 대목에도 매장 운영은 쉽지 않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는 하루 15시간 넘게 직접 매장을 지키고 있다.
PC방은 통상 적어도 3~4년에 한 번은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요즘 유행하는 게임을 구동시키기 위해 최소 사양으로 DDR5 16기가바이트(GB) 램을 장착한다. 프리미엄 PC방은 32GB 램을 설치하는 곳도 적지 않다. D램뿐 아니라 SSD와 낸드플래시 등 컴퓨터 핵심 부품의 가격 상승세마저 더해지며 업주들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업그레이드나 신규 매장 개설 시 수백 대 분량의 PC 부품을 한꺼번에 구매하면 반도체 가격 상승 이전에 비해 비용 부담이 수천만 원이나 늘었다고 한다.
서울 중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 모씨(39)는 "한 달 반 전에 매장 리모델링을 하며 전 좌석을 업그레이드했는데, 그때도 이미 램 가격이 한 개당 20만원 가까이 올라 있어 총 2500만원이 더 들었다"며 "그나마 지금보다 더 상승하기 전에 끝낸 게 다행"이라고 하소연했다.
폐업을 고민하는 업주들도 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서 2층 규모 PC방을 운영하는 전 모씨(46)는 "게임 인구가 줄어든 데다 식자재값과 전기료까지 올라 부담이 크다"며 "PC 127대를 모두 업그레이드하려면 1억원 이상이 들어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다. 굳이 큰돈을 들여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지 회의가 든다"고 했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한 직원은 "PC방 운영자 가운데 램 가격이 비쌀 때 폐업하려고 매일 메모리 가격을 체크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부품 가격 급등은 PC방 내 컴퓨터 부품 절도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PC방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새벽 시간 아르바이트생이 졸고 있을 때 손님인 척 들어와 1분에 메모리 1개씩 총 50개를 훔쳐갔다"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13일 경기도 수원영통경찰서는 총 5차례에 걸쳐 램 50개를 절도한 20대 남성을 검거했다. 피해액은 약 3000만원이다.
이처럼 램 가격 폭등에 따른 절도 우려가 불거지자 PC방 관리 프로그램 업체들은 매장 내 컴퓨터 사양이 변경되면 즉시 알림이 뜨는 기능을 업데이트했다. 특정 좌석의 램이나 저장장치 등 부품이 제거되면 카운터 PC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6GB 램 두 개를 장착해 32GB로 운용하는 매장이 많은데, 이 중 한 개만 없어져도 컴퓨터 부팅과 게임 실행에는 큰 문제가 없어 즉각적으로 눈치채기 어렵다"며 "사양 변동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기능을 도입한 이후 이틀 만에 실제 램 절도 사건을 조기에 적발해 범인을 검거한 사례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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