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돈 이야기를 잘 하지 않던 남편이 어느 날 통장을 내밀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받아 들었는데 손이 조금 떨렸습니다.숫자가 크게 적힌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줄을 보는 순간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말없이 내민 통장 한 권
남편은 설명 없이 통장을 건네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평생 무뚝뚝하던 사람이라 더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표지가 닳은 것을 보니 오래 들고 다닌 모양이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저 조용히 첫 장을 넘겼습니다.

마지막 줄에 적힌 이름
입금 내역은 크지 않은 금액이 꾸준히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 제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조금씩 모아 온 돈이라고 짧게 말했습니다. 어디에 쓰라는 말도 없이 그냥 두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 한 줄에 오랜 시간이 담겨 있었습니다.

표현은 늘 늦게 도착합니다
마음을 말로 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신 그 마음은 다른 방식으로 조용히 쌓여 갑니다. 알아차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늦게 도착했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은 아닙니다. 그날 이후 남편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큰돈이 아니어도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오래 쌓인 시간이 한 줄로 보였을 뿐입니다.오늘 곁에 있는 사람에게 짧은 말이라도 건네 보시면 어떨까요. 표현은 늦을수록 아쉬움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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