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자가 말하는 "나이들수록 여행 다녀야 하는 이유"

조회수 2023. 4. 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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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와 명상의 나라,
인도에 도착하다

인도 자이푸르Jaipur

인도의 핑크빛 도시 자이푸르를 여행한 적이 있다. 반건조기후의 뜨거운 태양을 이고 도착한 이 도시에는, 스모그가 깔린 수도 뉴델리와는 달리 활짝 펼쳐진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도시를 둘러싼 능선 위로는 붉은색 사암으로 절묘하게 빚어낸 암베르궁이 화려했던 과거의 위용을 뽐냈다.

산 아래 시내에는 분투하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이푸르 사람들의 분주하지만 복잡하고 기묘한 일상이 펼쳐져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리를 가득 메운 인력거와 자전거, 오토바이와 삼륜차, 크고 작은 자동차들이 사방에서 뿜어내는 매연과 요란하게 울리는 경적소리, 그 사이를 한가롭게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소,나귀, 염소, 돼지, 독수리까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 가볍게 부딪히는 일이야 늘 있겠지만 서로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싸우는 장면도 보지 못했다. 이 땅에서 험한 꼴을 당하지 않으려고 정신 줄을 꽉 붙들고 있는 것은 여행자인 나뿐이었다.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왜 웅장한 건물들이 아니라 이런 일상에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을까? 나는 그들과, 나의 삶터는 그들의 삶터와 어떻게 다를까? 결국 나는 누구일까? 낯선 것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당신에게 여행이 필요한
지리학적 이유

한때 자아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로 인도가 떠오른 적이 있다. 인도 문화에서 중요한 요가와 명상이 자아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일부 여행가들의 주장이 일반인들의 호응을 얻었던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요가와 명상으로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온전한 자아를 찾는 데 필요충분조건일까?

지리학자인 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행서들을 읽을 때 중요한 것이 간과되어 있음을 확인하곤 한다. 여행지에서 낯선 대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한, 이곳과 그곳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지리’ 의 문제를 별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한가득 꽂혀 있는 여행서들은 대부분 ‘ 여행하는 자’ 에 초점을 맞춰 그 의미와 가치를 설파하고 있다. ‘나’ 를 여행의 중심에 놓고 어떤 곳을 둘러보고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여행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나’ 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에’ ‘어디로’의 문제를 소홀하게 다루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의문이 든다. 나는 오히려 인도 사람들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색다른 모습을 경험하는 것이, 자아와 내가 속한 문화집단의 특성을 올바르게 파악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요가와 명상을 하면서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는 있지만 꼭 인도에서 하는 요가와 명상이 한국에서 하는 것보다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인도만이 아니라 내가 사는 곳과 다른 장소라면 어디에서든 자아를 발견하고 성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여행에서는 여행하는 자인 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지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존중도 필요하다. 여행되는 것을 나의 즐거움과 호기심만을 충족하는 일방적인 소비 대상이 아니라, 겸손한 소통과 조심스러운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관계맺기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그러니 여행의 장소를 고를 때는 그곳이 어떤 곳이고 또 그곳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도 부지런히 고민해야 한다. 이는 결국 ‘나 자신을 바로 알기’ 라는 여행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나이가 들어도
인생이 힘든 당신을 위해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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