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년세대들은 가족의 행복을 모른다? f.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림 연구위원

# 흑사병에 걸린 듯 빠르게 소멸하는 한국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가 0.7명으로 줄어든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인구감소 심각성을 지적했습니다. 올해 2분기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0.5명으로, 이정도 감소 속도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비유했습니다.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노인인구가 많아져 사망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겁니다. 덧붙여 태어나는 아기들도 감소하는데요. 한국에서 인구 감소는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양극화 현상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청년들의 생계를 막는 구조적인 요인들이 있습니다. 일자리, 주거, 교육비 등을 지원해준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특히 가정을 이룰 생각이 없거나 아이를 낳고 싶어하지 않는 청년들이 많은데요. 지금 청년들은 자라오면서 가족에 대한 정서를 못 느낀 세대입니다. IMF 이후 경쟁 사회로 성장하면서 가족 구성원이 과거와는 다르게 변했습니다. 가족 간의 정서적 친밀감을 경험하지 못하면서 극단적인 상황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본질적으로 '현재 가정이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부모님 사이가 좋은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거부감이 없습니다.

내가 중산층이라고 해서 아이를 2~3명 낳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등 내 삶을 포기하고 다시 부모님이 살았던 삶을 살아야 하는데, 굳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2021~2022년엔 혼인이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코로나 때 출산과 결혼을 유보했던 친구들이 다시 재기하는 시점이라 저는 작년에 저점을 찍고 올라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어지고, 하방 압력이 너무 강력하다 보니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 겁니다. 내년엔 0.7명도 무너지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격차를 줄이고, 지방에 균형 발전을 추진해 청년들이 지역에서 삶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저출산을 극복했다고 말하는 북유럽의 경우를 보면 고졸과 대졸의 임금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학벌 등의 요인으로 임금차이가 크지 않다면 안정적이면서 유동성이 높아지는 시장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하고, 미래에 더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체계를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지금 청년세대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경쟁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서울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거점도시를 어떻게 만들어야 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정치권에서 책임지고 진행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와 인구에 대한 담론이 고도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2015년부터는 청년들의 삶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청년들의 수도권 유입이 갑자기 증가했는데요. 특히 SNS가 등장하면서 가족의 가치보다는 외적인 요소들을 중요시하는 등 가치관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출산율 감소와 관련이 있고, 청년들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현재 이민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인해 이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민을 받을 때 중요한 건 확대의 양이 아니라 앞으로의 사회 설계와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다만 지금 들어오고 있는 이민자들은 기존의 생산성과 효율성만큼 뛰어나진 않습니다. 확대만 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설계하고, 이에 부합하고 있는 방향이 아니라면 검토해야 될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삼프로TV 한지원 기자 cds04202@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