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과연 이번엔 될까…"기득권 내려놓고 국민 설득해야"
당내서도 의견 갈려…金의장 "선거제 개혁 마지막 소명" 완수 의지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여야가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법 개정안을 세 개로 압축해 국회의원 299명 전원이 모여 토론하기로 하면서 선거제 개혁이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 개정안들은 현행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350명까지 늘리거나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어 여야 간 격론이 예상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거법 개정안은 이해득실에 따라 여야는 물론 같은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4월까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꺼냈고, 김 의장의 의지가 강한 만큼 극적인 합의안 도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전날(17일)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를 열어 △소선거구제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와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3개 개편안을 전원위에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오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원위를 구성하면 의원 전원은 오는 27일부터 2주간 5~6차례 전원위를 열고 토론을 진행한다. 전원위가 열리는 것은 헌정사상 두 번째로, 지난 2003년 3월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 토론 이후 20년 만이다.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지난 총선에서 발생한 위성정당 문제를 해소해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고하고,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여야 모두 셈법이 다르다.
국민의힘 내에선 연동형·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에 방점을 두고, 권역별·병립형 비례제를 선호하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민주당은 16일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소선거구제 유지, 권역별·연동형 비례제 선호도가 70%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같은 당내에서도 지역구 사정에 따라 의원마다 의견이 다 다르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 관련해서는 당론을 정하기 지극히 어렵다"고 밝혔다. 여야를 막론하고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 개편에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힘 영남권 중진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중대선거구제에 오래전부터 찬성해왔지만, 당내 여론을 보면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며 "선거구제를 바꾸면 지역구에 영향을 크게 주는 데다, 양당 텃밭인 영·호남 의원들의 당선 가능성이 떨어져 합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는 가뜩이나 당이 어려운데 지역구 문제 때문에 서로 불안해하고 혼란이 생기는 것에 대한 약간의 우려가 있는 것 같다"면서 "선거구제 개편은 의원들이 자기 목에 방울을 다는 일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든 이 대표든 그립을 세게 잡아야 가능한데, 시간 등 제약도 있는 상황에서 과연 개편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과거에도 수차례 선거제 개편이 거론됐지만 소선거구제와 지역구 수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지난 2017년 20대 국회에서도 정동영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5당 연대를 만들어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했으나 여러 현안에 밀려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18년에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자체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시했으나 흐지부지된 바 있다.
결국 이번 선거제 개편 논의는 위성정당 문제를 야기한 제도를 일부 수정하거나 3안의 도농복합선거구제(도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농어촌은 현행 소선거구제 적용)를 채택하는 안이 주로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를 확대해 의원 수를 늘리는 방법(1, 2안)은 국민 반감이 크고,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법(3안) 경우 현역 의원들이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을 1년여 앞둔 지금이 과거와 다르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연초 윤 대통령이 직접 화두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신년 인터뷰에서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관련 논의를 제안한 바 있다.
김 의장의 선거제 개편 완수 의지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순방 중인 김 의장은 지난 16일 여야 의총 전 모든 의원에게 편지를 보내 "현행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에 따른 진영 양극화와 팬덤 정치는 국민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선거제 개편 동참을 촉구했다. 지난달 방송기자클럽토론회에선 "(선거제 개편을) 제 정치 인생에 마지막 소명으로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당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의석수를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중선거구제에서는 소선거구제였으면 낙선했을 2~3등까지도 당선될 수 있기 때문에 거대양당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보탠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회의원 수를 늘리려면 의원들이 월급을 깎는 식으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또 내각제하에서 실시되는 권역별 비례제는 제대로 하려면 권력 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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