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아포피스' 탐사 사실상 좌절…향후 소행성 탐사 계획은?

박정연 기자 2024. 10. 17. 16: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포피스 탐사선의 상상도.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우주항공청이 주요 우주 임무로 제시한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 임무 추진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향후 한국이 새롭게 추진할 새로운 소행성 탐사 임무에 관심이 집중된다. 기존 아포피스와는 다른 유형의 소행성을 겨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소행성이 지닌 학술적·자원적 가치에 관심이 모인다. 

17일 우주항공계에 따르면 각국 우주항공계가 주목하고 있는 소행성 유형은 철이 풍부한 'M-유형'과 탄소를 비롯한 유기물이 많이 포함된 'D-유형'이다. 두 유형 모두 아직까지 지구에서 샘플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풍부한 철질 자원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M-유형 소행성은 경제적 자원의 보물창고로 주목받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10조 달러(약 1경3679조원)의 가치를 매긴 것으로 유명한 소행성 '사이키'가 대표적이다. M-유형 소행성은 태양계 초기 원시 행성이 거대한 충격을 입고 표면의 지각과 맨틀이 벗겨지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계 초기 원시가스 구름이 응축되면서 소행성의 구성성분이 결정되는 만큼 M-유형 소행성의 내부 구조를 알면 소행성 형성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로 목성의 위성들이 속하는 D-유형 소행성은 규산염과 탄소와 같은 유기물질이 풍부한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대 초반 NASA와 미국 하와이대 공동연구팀은 D-유형 소행성의 내부에 얼음이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주 환경에서 얼음이나 물이 존재하는 조건을 찾는 것은 우주에서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중요하다. 얼음 자체를 분해해 수소와 산소 같은 연료 자원을 얻을 수도 있다. D-유형 소행성은 또한 해왕성 궤도 밖에 존재하는 천체들의 집합소인 '카이퍼 벨트'에서 처음 탄생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시 태양계의 형성 과정과 관련해 중요한 학문적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소행성은 기존 우주탐사에서 미개척 분야인 만큼 한국이 연구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ASA는 2029년 M-유형 소행성인 프시케에 대한 원격 탐사를 시도한다. 착륙과 샘플 채취는 임무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D-유형 소행성으로 추정되는 화성에 위성 포보스의 토양 샘플을 채취하는 미션을 추진 중이다. 당초 올해 말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우주 정책 기본 계획이 수정되면서 2026년으로 연기했다.

기존 소행성 탐사는 태양계에서 가장 흔한 소행성 유형인 'C-유형'과 지구와 가까운 우주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규소질인 'S-유형' 위주로 이뤄졌다. 지난해 NASA가 샘플 채취에 성공한 소행성 베누와 2020년 JAXA가 하야부사 2호 탐사선을 통해 샘플을 얻는데 성공한 소행성 류구는 모두 C-유형이다. 일찍이 한국이 탐사 목표를 수립했던 아포피스도 C-유형에 해당한다.

주요 선도국들은 이미 M-유형 소행성과 D-유형 소행성에 대한 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NASA는 2029년 M-유형 소행성인 프시케에 대한 원격 탐사를 시도한다. 착륙과 샘플 채취는 임무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JAXA는 D-유형 소행성으로 추정되는 화성의 위성 포보스의 토양 샘플을 채취하는 미션을 추진 중이다. 당초 올해 말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우주 정책 기본 계획이 수정되면서 2026년으로 연기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소행성 탐사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선 탐사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자는 "샘플을 채취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할 지, 소행성 궤도를 돌면서 관측 데이터를 획득하고 분석하는 것에 주안점을 둘 지 등 소행성 임무는 목표에 따라 그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어떤 목표를 정하는가에 따라서 소행성 탐사 분야에 대한 우주 역량의 육성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소행성 탐사 계획을 수립하는 것 자체에 천착해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아포피스 소행성의 경우 소행성이 어느 때보다 지구에 근접한다는 천문학적 기회에서 탐사 임무가 설득력을 얻었다. 우주항공분야 한 교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탐사 적기' 측면에서 설득력 있는 후보 소행성이 제시돼야 임무가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항공청은 연내 새로운 소행성 탐사 임무 수립의 타당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8월 공고한 '2024년 신규프로젝트 탐색연구' 사업에는 화성, 소행성, 유인탐사 임무 발굴을 위한 기획연구가 포함됐다. 우주청은 이 사업을 통해 향후 탐사 가치가 있는 소행성이 어떤 것인지 확인할 계획이다.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가 무산된 이후 국내 천문학계는 새로운 소행성 탐사 임무의 등장을 고대하고 있다. 국내 한 천문학 연구자는 "소행성 탐사는 지구 충돌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우주감시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주 선도국들이 보유한 기술만로는 소행성 충돌로 인해 지구에 가해질 충격 에너지의 수준을 측정하거나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주감시 측면은 NASA와 같은 대형기관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되는 경향도 있는데 우주강국의 대열에 들기 위해선 한국도 과감한 목표를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