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생존 사이, 역사를 뒤흔든 전염병

인류의 역사 속에서 질병은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사회와 문명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동력이기도 했다. 전 세계를 뒤흔든 전염병들을 통해, 인류가 맞서 싸워온 질병들의 역사와 그로 인한 변화를 돌아본다.

유럽을 휩쓴 죽음의 행진
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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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47년 대유행

흑사병으로도 불리는 페스트는 단 5년 만에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희생시킨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페스트균이 쥐벼룩을 통해 확산되었으며 열악한 위생 환경이 전파 속도를 더욱 높였다. 14세기 크림반도의 카파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며 유럽 경제의 중심이었던 제노바 상인들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거리엔 오물이 넘쳐났고 사람과 가축이 밀집해 살던 환경은 벼룩과 쥐의 번식을 돕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17세기 이후 위생 관념의 발달과 함께 점차 사라졌지만 역병이 몰고 온 변화도 있었다. 노동력 부족으로 임금이 상승했고, 농지는 목초지로 전환되었으며, 기술 혁신과 곡물 가공 시설 확대가 이루어졌다. 오늘날 페스트는 대부분 통제되고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항생제 치료와 방역 조치 덕분에 대규모 확산은 막을 수 있지만 여전히 감시가 필요한 전염병으로 남아 있다.

오염된 물이 불러온 대재앙
콜레라

알프레드 레텔의 판화, ‘복수자로서의 죽음’ (1853) 1832년 파리에서 발생한 콜레라 창궐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해골 모습의 '죽음'(Death)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주위에는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 ⓒgettyimagesbank

■ 1830년경 유행

콜레라는 심각한 탈수 증상을 동반하며 빠르게 확산되었다. 당시에는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고 믿었지만, 영국의 의사 존 스노가 오염된 물이 감염의 원인임을 밝혀냈다. 이를 계기로 도시의 수도 시설과 공공위생이 개선되었고, 콜레라도 점차 사라졌다. 현대 도시 위생 환경을 개선한 것이다.

그러나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콜레라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위생 수준 향상과 백신 개발로 선진국에서는 거의 퇴치됐지만, 저소득 국가에서는 여전히 풍토병으로 남아 있다. WHO에 따르면 매년 10만~14만 명이 콜레라로 사망하고 있으며, 결국 질병보다 열악한 주거 환경이 더 큰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낭만으로 미화된 비극
결핵

19세기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era)의 간호사들이 결핵으로 죽어가는 환자를 돌보는 그림. ⓒgettyimagesbank

■ 1800년대 유행 시작

19세기에는 결핵을 ‘아름다운 질병’이라 여겼다. 창백한 외모가 당시 미인상과 맞아떨어졌기 때문. 왕가의 권위를 강화하는 도구로도 활용되었고, 예술에서도 결핵은 종종 미화된 주제로 다뤄졌다. 하지만 결핵은 고대부터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으며, 당시 유럽 인구 7명 중 1명이 결핵으로 사망할 만큼 현실은 치명적이었다.

오늘날에도 결핵은 여전히 위협적인 감염병이다. WHO에 따르면 하루 4,000명 이상이 결핵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앙골라·캄보디아 등 저소득 국가에서는 여전히 확산 중이다. WHO는 2030년까지 결핵 퇴치를 목표로 백신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전 세계를 멈춰세운 팬데믹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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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대 유행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코로나19는 빠르게 확산되며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번졌다. 강력한 전파력과 높은 치사율로 인해 국경이 봉쇄되고 경제 활동이 멈추며 전례 없는 글로벌 정지 상태가 이어졌다. 의료 시스템은 붕괴 위기에 처했고 일상은 마스크와 거리두기로 급변했다.

현재 코로나19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통제 가능한 감염병이 되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으며, 면역력이 낮은 계층에서는 여전히 위협이 되고 있다. WHO는 코로나19를 엔데믹 단계로 전환했지만 철저한 방역과 백신 접종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질병으로 남아 있다.

ㅣ 덴 매거진 Online 2025년
에디터 안우빈 (been_1124@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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