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지원에 한숨 돌린 크레디트스위스, 위기수습 방안은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위기설에 휩싸인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으로 한숨 돌렸지만, 이는 잠시 시간을 번 것일 뿐인 만큼 향후 어떠한 방식으로 위기를 수습할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크레디트스위스가 현 시스템을 고수하면서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을 비롯해 분사, 매각, 폐쇄 등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우선 크레디트스위스가 최근 수년간 대규모 손실과 여러 스캔들 속에도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왔고,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3천억원)을 대출받아 유동성을 확보한 만큼 기존 전략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울리히 쾨르너 크레디트스위스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부유층 자산관리에 집중하는 식으로 사업을 간소화하는 '전략적 전환'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또 직원들에게 보낸 고객 응대 지침을 통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전후인 8일부터 14일 사이에 큰 변화 없이 150% 수준을 유지했다며 불안심리 진정에 나섰다.
LCR은 단기 유동성 지표로서 통상 100%가 넘으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지난해 4분기 크레디트스위스의 자금 순유출액이 1천105억 스위스프랑(약 155조원)에 이르지만, 당장 SVB 붕괴의 여파는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또 이날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 국립은행에서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3천억원)을 대출받은 것과 관련해 은행의 생존 능력이 걸린 사건이 벌어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만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현상 유지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라면서 "(크레디트스위스에 대한) 거래 상대방들의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가능성은 크레디트스위스가 자금 확보를 위해 일부 사업 부문을 떼어내 매각하는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이미 해고를 비롯한 긴축 경영을 해온 가운데, 채권·주식 사업부를 축소하거나 IB 업무를 완전히 접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10월 위기설 당시 이미 인수 자문·레버리지 금융 사업부를 분사해 매각하는 방안을 밝히기도 했다.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크레디트스위스 고위층이 일부 사업 부문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며, 도이체방크 등이 자산운용 사업부에 관심이 있다는 관측 등을 전했다.
다만 일부 매각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시장 상황이 이를 기다려줄 정도로 여의치 않은 만큼, 스위스의 경쟁 IB인 UBS그룹 등에 회사를 통째로 넘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스위스 당국과 크레디트스위스 간 사태 수습 관련 논의에서도 이러한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UBS가 크레디트스위스 관련 위험을 떠안는 강제 인수방식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두 회사가 이를 최후의 수단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의 키안 아부호세인 애널리스트 등도 결국 이번 사태가 UBS 등에 인수되는 식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UBS가 크레디트스위스 인수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가격대면 인수할 만하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스위스 당국으로서는 UBS가 인수할 경우 인력 감축에 따른 실업 문제나 독점 우려 등도 고려할 요소로 꼽힌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이대로 문을 닫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 금융 중심지로서 스위스의 위상에 타격을 가하고 세계 경제에도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크레디트스위스의 모든 예금을 보호하는 등 구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납세자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번 사태 이후 첫 투자자 소송을 당했다.
크레디트스위스 미국 주주 등은 크레디트스위스가 중대한 허위이자 투자자를 오도하는 발표를 했다며 뉴저지주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최근 연례 보고서를 통해 2021∼2022년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다고 밝혀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는데, 원고들은 크레디트스위스 측이 2021년 연례보고서에서 이러한 문제를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scha@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나 물개 수신! 기다려라"…우크라, 북한군 암호 감청 공개 | 연합뉴스
- [삶] "누굴 유혹하려 짧은치마냐? 넌 처맞아야"…남친문자 하루 400통 | 연합뉴스
- '캔디맨' 등 공포영화 명연기 배우 토니 토드 별세…향년 69세 | 연합뉴스
- 서산서 운전자 살해 후 차량 불태우고 달아난 40대 체포(종합) | 연합뉴스
- 광안대교 조명 꺼진 부산불꽃축제…"연출 직전 케이블 파손" | 연합뉴스
- 안산 지하 노래방서 불…4층 PC방 이용객 27명 구조 | 연합뉴스
- 수원 이어 의왕에서도 사슴 나타나 포획…"인근 농장서 탈출"(종합) | 연합뉴스
- "친애하는 한강님 나와주세요" 노벨상 시상식서 한국어로 호명한다 | 연합뉴스
- "해외계좌서 130억 찾아가라"…황당 메일에 속아 마약 운반 | 연합뉴스
- 동네 후배 참혹 살해하곤 자수 직전 성매매하러 간 60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