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에…공기관·지자체, 미혼 남녀 만남 주선 '앞장'

경기도 기관 노조원 봉사행사
2030 자연스러운 소통의 장
성남·수원시 등 잇따라 개최

▲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 총연맹은 지난 21일 오후 '도 공공기관 청춘봉사단'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21일 오후 2시쯤 수원시 영통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16층 Function Room. 한껏 차려입은 경기도 공공기관(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도일자리재단, 경기관광공사 등) 소속 노동조합원 20~30대 미혼남녀 52명(남 32명, 여 20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경공노총)이 개최한 '도 공공기관 청춘봉사단'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행사는 기관별 참가자 노조비를 각출한 예산으로 케이크를 제작, 아동보호시설에 기부하는 봉사활동을 통해 자연스러운 교류 장을 만들고자 마련됐다. 이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선호하는 20~30대 특성을 고려한 주선 방식이기도 하다.

성비를 맞춰 5~6명당 한개 테이블에 둘러앉은 남녀 참가자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설렘 반, 기대 반인 표정이었다. 행사 참여를 위해 20여분 일찍 온 A 기관 20대 남성 참가자는 “회사 선배 추천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평소 잘 안 뿌리는 향수도 뿌리고 왔다”고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각 테이블당 이름과 소속, 사는 곳, MBTI, 취미, 좋아하는 음식 등을 적는 종이가 놓였다. 남녀 참가자들은 10여분간 자기소개를 한 뒤 소소한 질문을 이어갔다.

한 여성 직원이 자신은 '빵 먹는 걸 좋아한다'고 하자 옆에 앉은 남성 직원은 '요즘 제빵을 취미로 하고 있다'며 호응했다. 자기소개 시간이 끝난 이후 이들은 1인당 1개씩 동그란 모양 케이크시트 위에 하얀 생크림을 짜고 아이싱 작업을 한 뒤 케이크 꾸미기를 진행했다.

한 남성 직원이 생크림을 잘 펴 바르지 못하자 같은 테이블에 있던 여성 직원은 '이렇게 하면 된다'며 아이싱 작업을 대신해주기도 했다. 2시간여 케이크를 만들 동안 서로 자연스럽게 취미 등을 물으며 소통했다.

이후 20명은 별도로 경공노총이 제공한 100만원 한도 내 예산으로 저녁 뒤풀이까지 진행했다.

B 기관 30대 여성 참가자는 “각 기관 여러 분야 담당자를 만나다 보니 자연스러운 만남뿐 아니라 업무적 협력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한영수 경기도일자리재단 노조위원장은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하는데 공공기관 노조 차원에서 진행한 건 경기도가 최초”라며 “기관 직원 교류 활성화로 미혼남녀 만남 기회 제공뿐 아니라 도민 서비스 질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저출생에 주선나선 지자체

혼인 감소와 저출생 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기지역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들도 미혼남녀 만남 주선 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 결혼정보회사처럼 다양한 이벤트를 동원하면서 백년가약을 맺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성남시는 2년째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한 주선 행사 '솔로몬(SOLO MON)의 선택'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까지 6차례 행사에서 120쌍커플을 탄생시켰다. 지난해 11월 행사에서 만나 다음 달 결혼식을 앞둔 커플도 있다.

수원시도 지난해 12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빛이 나는 솔로, 싱글 미팅' 행사를 열었다. 여주시는 지난달 미혼남녀의 여주·이천·양평 지역에 거주하거나 이들 지역 기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미혼남녀 만남을 주선한 '솔로 엔딩' 행사에서 10쌍 커플 매칭을 성사했다.

지난 3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제7차 인구톡톡위원회에 참석해 미혼남녀가 자연스러운 만남 기회가 부족하다는 도민 제안을 반영해 시군별로 마련된 청년 공간 등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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