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국가연구데이터법'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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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국가연구데이터법'이라는 새 법이 만들어졌다. 국가 예산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나온 데이터를 잘 모으고 관리해 다시 쓸 수 있게 하자는 법이다.
이번 법 제정으로 국가 R&D 과제를 맡는 연구자는 '데이터 관리계획(DMP)'을 의무적으로 세워야 한다.
KISTI는 국가 과학기술 데이터를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이번 법 시행에 맞춰 전국의 연구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는 핵심 창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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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자산으로 바꾸기 속도
미래산업 밑거름 될 수 있길

지난 6월, '국가연구데이터법'이라는 새 법이 만들어졌다. 이름은 낯설지만 내용은 단순하다. 국가 예산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나온 데이터를 잘 모으고 관리해 다시 쓸 수 있게 하자는 법이다. 당연해 보이지만, 지금까지는 이게 잘 지켜지지 않았다. 연구가 끝나면 데이터는 논문 속 그래프 몇 개로만 남고, 그 원본은 개인의 하드디스크에서 조용히 사라져 왔다.
정부는 매년 국가 R&D에 약 30조 원을 쓴다. 수만 건의 연구 과제가 진행되며 실험 데이터, 측정값, 시뮬레이션 결과가 쏟아진다. 문제는 이 데이터 대부분이 연구자 개인의 컴퓨터에만 저장된 채 끝난다는 점이다. 담당 연구자가 자리를 옮기거나 은퇴하면, 데이터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조차 알 수 없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논문 한 편이 나오면, 그 뒤에 있던 수백 수천 번의 실험 기록과 실패 데이터는 그대로 묻힌다. 다른 연구자가 같은 연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해외 연구관리기관들은 이렇게 사라지는 연구데이터의 경제적 손실을 연간 수조 원 규모로 추산한다. 국가 예산으로 만든 자산이 국가 어디에도 남지 않고 사라지는 셈이다.
이번 법 제정으로 국가 R&D 과제를 맡는 연구자는 '데이터 관리계획(DMP)'을 의무적으로 세워야 한다.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기록하고, 어디에 보관하고, 누구와 공유할지 미리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개인 소유가 아니라 국가의 공공 자산으로 관리된다. 법으로 못 박은 만큼, 담당자가 바뀌거나 과제가 끝나도 데이터는 그대로 남는다.
물론 법만 있다고 저절로 좋아지지는 않는다. EU와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FAIR 원칙', 즉 데이터를 찾기 쉽고(Findable), 접근 가능하고(Accessible), 서로 호환되고(Interoperable), 다시 쓸 수 있게 만드는(Reusable) 원칙을 국가 정책으로 삼아왔다. 데이터를 쌓아두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 형식이 제각각이면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있어도 찾아 쓰기 어렵다. 정리되고 표준화돼야 실제로 쓸모가 생긴다.
이 역할을 맡을 기관이 KISTI다. KISTI는 국가 과학기술 데이터를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이번 법 시행에 맞춰 전국의 연구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는 핵심 창구가 된다. 목표는 단순한 데이터 창고가 아니다. 논문, 특허, 연구보고서는 물론 실험실 원천 데이터까지 모아, 연구자가 필요할 때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형식의 자료를 표준화해 검색하고 비교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 일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AI 때문이다. 생성형 AI와 스스로 실험을 설계하는 AI 연구 도구는 모두 학습할 데이터가 있어야 작동한다. 데이터의 양뿐 아니라 질이 AI 성능을 좌우한다. 정확하고 편향 없는 전문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각국 AI 경쟁력의 차이를 만든다. 지금 세계 주요국들이 국가 차원의 데이터 표준화에 앞다퉈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에 정비된 국가연구데이터는 한국이 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밑천이 될 수 있다.
제도는 이제 갖춰졌다. 남은 건 실행이다. 연구자 개인의 서랍 속에 갇혀 있던 데이터를 꺼내, 누구나 확인하고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바꾸는 작업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과정이 쌓여야 비로소 국가 R&D 예산이 논문 한 편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연구와 다음 산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KISTI는 그 첫 단계를 책임 있게 맡아 나가겠다. 최장원 KISTI 정책전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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