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한화그룹의 KAI 인수 가능성을 두고 시장 독과점으로 국내 항공 산업 인프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화와 KAI가 인수합병되면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에 관해서도 외교·국제정세와 복잡하게 얽힌 방산 수출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장밋빛 기대라고 반박했다.
KAI 노조는 3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한화의 KAI 인수시도 저지를 위한 제3차 전조합원 상경투쟁을 벌였다. 주최측 추산으로 KAI 구성원 1300여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 대부분은 KAI 본사가 있는 경남 사천에서 아침 일찍 서울을 향했다.
곽상훈 KAI 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은 <블로터>와 만나 "한화가 인수하면 독과점과 수직계열화로 국내 항공 산업 인프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주요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자주포·천무 등 지상 무기체계와 항공엔진, 우주발사체·위성 사업을 진행한다. 한화시스템은 레이더와 지휘통제, 전투체계 시스템 등을 구축·운영한다. KAI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기를 개발·제조하고 위성발사체를 조립하는 항공우주체계종합기업이다.
한화그룹이 KAI를 인수하면 지상·해양·우주·항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이 된다. 이를 두고 곽 기획실장은 "한화가 우리 회사를 인수하면 내수 시장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독과점 기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현재 KAI는 전투기를 제작할 때 레이더·항공전자·유도무기 등을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 양쪽에서 공급받는다. 그러나 KAI가 한화에 속하게 되면 이 균형이 깨질 수 있다. 곽 기획실장은 "인수합병 뒤엔 당연히 KAI 전투기에 한화시스템 것을 쓰지, 날마다 경쟁하는 LIG넥스원 것을 왜 쓰겠냐"고 말했다.
곽 기획실장은 한화의 인수 뒤 구조조정을 우려했다. 그는 "인수하면 위성체·발사체, 완제기 체계종합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요 계열사와 합치고 나머지는 다 구조조정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동안 KAI는 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이면서 공공성을 지켜야 하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크지 않은 사업도 진행했다. 사기업의 인수 뒤에는 이러한 공공성이 저해될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고용 안정성도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한화가 KAI를 인수하면 록히드마틴, 보잉 같은 글로벌 우주항공기업과 어깨를 겨누고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관해 KAI 노조는 미국 기업인 록히드마틴과 보잉은 끝없이 경쟁하기 때문에 독과점 가능성이 높은 이번 인수 시도와 비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출에 관해 곽 기획실장은 "항공기 수출도 기업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간 협상이 중요한 사업"이라며 "한화가 인수한다고 해서 수출이 무조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국가가 항공우주산업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가가 경영에 책임을 지는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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