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없는 광고하는 침대 브랜드 '시몬스', 과연 실적은 어떨까?
* 해당 아티클은 22년 4월에 집필되었습니다.
청담동에 있는 그로서리 스토어에 다녀왔어요. 무엇을 샀냐고요? 폰케이스랑 볼펜, 수세미를 샀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어디 다녀왔는지 알겠죠? 맞아요, 2월에 오픈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입니다.
시몬스가 힙한 건 인정합니다. 매장에 침대는 그림자도 없더라고요. 유럽 정육점 컨셉의 인테리어에 삼겹살 모양 수세미, 조각 케이크 상자, 그리고 그물 가방까지... 그 굿즈들을 사려고 줄 선 사람들을 보니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더군요. 와우, 브랜딩이 끝내주네요.
문득 궁금해졌어요. 우리가 “시몬스 잘하네”라고 한 지도 벌써 몇 년이 됐잖아요? 그런데 과연 사업 감각도 탁월할까요? 회계 장부를 열어봤습니다.
Chapter 1. 매출로 에이스 추격하는 시몬스, 왜 영업이익은?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1993년, 이 카피 하나로 에이스는 부동의 매트리스 시장 1위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최근에 공개한 2021년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에이스침대는 3454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전년 대비 19.5% 증가한 수치입니다.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매트리스 시장에서 절대적인 1위입니다.
이 뒤를 바짝 따라붙는 것이 시몬스입니다.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1년 매출액은 3000억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합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아직 에이스침대 매출을 앞서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은 알 수 없다는 전망입니다. 최근 2년 매출 성장세는 시몬스가 더 좋습니다.
왜 자꾸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를 비교하냐고요? 그러한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은 에이스침대가 업계 1위, 시몬스가 바짝 뒤를 따라붙는 2위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이유는 에이스침대 안성호 대표와 시몬스 안정호 대표가 친형제이기 때문입니다.
에이스침대는 1963년 창업자 안유수 회장이 금호동에서 연 천막 공장에서 출발했습니다. 미군 잡역부로 일하던 안 회장은, 미군 부대에서 처음 침대를 보고선 침대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안 회장은 1993년 미국 시몬스 본사에서 한국 법인 상표권을 인수했습니다. 2001년에 시몬스를 차남인 안정호 대표에게, 2002년 에이스를 장남인 안성호 대표에게 물려주었습니다. 형제가 1, 2위 브랜드를 운영하며 침대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서 독과점 논란이 일기도 했었죠.
그런데 형제가 운영하는 두 침대 브랜드는 최근에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브랜드 마케팅부터 유통 구조까지 완전히 다르거든요.
이 차이는 재무제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죠. 결과적으로만 보자면, 시몬스가 에이스의 매출액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 했지만, 영업이익은 아니에요. 시몬스의 영업이익은 2020년 기준으로 147억원인 반면, 같은해 에이스침대의 영업이익은 503억원으로 한참 못 미치고 있어요. 영업이익률도 에이스침대가 17.4%인 반면 시몬스는 5.4%로 크게 차이가 나죠.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비슷한 매출액의 두 침대 회사. 그런데 영업이익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요? 시몬스가 뭔가 단단히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분석해보니 이유가 있었어요.
Chapter 2. 광고 맛집의 비결, 장부에 드러날까
시몬스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이었습니다. 그 해에 시몬스는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디자이너들과 브랜드 전문가들을 영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본사 출신의 럭셔리 브랜드 전문가인 김성준 브랜드 전략부문장도 이 무렵 입사했죠.
취재를 종합해보면, 2001년부터 시몬스를 이끌어온 안정호 대표가 2015년 당시에 고민했던 것은 이러했을 것 같습니다.
‘시몬스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닙니다. 기능을 강조한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드 경험이 부족한 유통 매장으로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될 수 없습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부터 유통까지, 모두 바꿔야 합니다.’
사실 그 전에 시몬스는 뭘로 유명했죠?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었죠. 기능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유명했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럭셔리 브랜드는 기능을 강조하지 않아요.
영입된 전문가들은 2016년부터 시몬스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변경했죠.
시몬스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세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비쥬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 중 비쥬얼 커뮤니케이션은 우리가 보는 광고와 마케팅 콘텐츠에 해당합니다. TV를 틀면 시몬스 광고가 힙하게 느껴졌던 때가 있었죠? 2016년부터 디자인과 브랜딩 전문가들이 들어오면서 광고의 ‘깔’을 바꾼 것입니다.
2017년 혼네(Honne) 음악이 배경에 깔리면서 화제가 된 TV 광고부터 2019년 본격적으로 등장한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시리즈, 그리고 올해 1월에 나온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시리즈까지. 시몬스의 콘텐츠 대박 행렬이 이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OSV 캠페인은 1월에 유튜브에 오픈한 뒤 한 달도 안 돼 조회수 2000만 뷰를 넘었고요. 2월 첫째주 동안 TV 광고 시청률 1위를 차지했습니다.
대박 캠페인을 많이 했으니까 광고선전비를 꽤 많이 썼을 것 같죠?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장부를 보면 시몬스의 광고선전비는 2017년 253억원에서 2020년 266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서울영상광고제 은상을 수상한 2019년에는 오히려 광고선전비가 215억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광고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1년 12달 내내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1년에 딱 5달, 성수기를 겨냥해서 광고를 세게 하고 사라집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기억할만한 강렬한 영상을 만들려고 노력하죠. 또 하나의 팁은 반스텝 빠르게 광고하는 거예요. 보통 가구 브랜드들이 혼수철을 맞아 3월에 광고를 많이 해요. 저희는 2월부터 광고합니다. 더 빨리 소비자에게 각인되기 위해서죠.”
_김성준 브랜드전략부문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Chapter 3. 굿즈 맛집 팝업스토어, 실제 투입 비용은
화제가 된 시몬스의 공간들은 MZ 직원들의 감각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시몬스 테라스와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등 말이죠.
그럼 이런 팝업 스토어 관련 비용은 재무제표 중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이 고민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시몬스의 공간 이벤트들은 대부분 비용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2월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시몬스 부스가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 페어에 시몬스가 쓴 돈도 0원이었습니다. 리빙페어 부스 비용만큼 굿즈와 침대가 팔린 거죠.
지난 2월 중순에 청담동에서 연 그로서리 스토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팝업 스토어는 한 달 만에 1만80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면서 굿즈 매출만 1억원 가까이 올렸습니다.
시몬스는 굿즈 매출을 올리려고 팝업 스토어를 하는 걸까요? 물론 아니죠. 엄연히 비용을 충당하는 정도입니다. 굿즈로는 큰 돈을 벌 순 없으니까요.
시몬스는 애착을 통해 팬덤을 형성하기 위해 팝업을 열었습니다. 누구나 제품을 사면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침대는 자주 사는 제품이 아니죠. 애착이 생기기 어려워요. 소비자들에게 작은 물건을 계속 사게끔 해서,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심어준다는 거죠.
“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은 건축·인테리어를 잘하는 것과 달라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전시와 굿즈를 계속 바꾸면서 소비자들이 시몬스가 창조하는 문화를 소비하게끔 합니다.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고, 그걸 통해서 제품을 소비하게 돼요. 제품을 소비하면 애착이 생기죠. 그게 팬덤을 만드는 순서예요.”
_김성준 브랜드전략부문장, 롱블랙 인터뷰 중에서
Chapter 4. 250개 매장을 140개로, 유통망 정비 실험 통할까
광고 선전비도, 팝업 스토어 운영비도 크게 쓰지 않는 시몬스. 그럼 대체 왜 영업이익이 왜 낮은 걸까요? 살펴보니 2017년 이후 크게 치솟은 비용이 두 가지 있더라고요. 바로 임차료와 감각상각비예요.
시몬스의 임차료는 2017년만 해도 한해 20억원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2020년에 84억원으로 빠르게 치솟았죠. 감가상각비도 마찬가지예요. 2017년 12억원대였던 감가상각비는 2020년 62억원대로까지 늘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앞서 얘기했죠. 시몬스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고 싶어했다고 해요. 그래서 바꾼 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말고 또 있어요. 바로 유통이죠.
국내 가구 브랜드는 대부분 대리점을 중심으로 제품을 팔아요. 대리점주들이 가구단지 등에 매장을 열면, 제조업체가 대리점에 물건을 납품하죠. 어디에 매장을 열지, 인테리어에 얼마를 투자할지를 대리점주가 결정해요. 판매 방식이나 최종 할인 폭도 대리점주의 재량에 따라 조금씩 바뀌곤 하죠. 그러니 브랜드 경험을 일관되게 전달하기가 어려워요.
시몬스는 2017년부터 유통 방식을 완전히 바꾸기로 해요. 대리점을 없애고 모든 매장을 직영 또는 위탁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어요.
직영 매장은 알겠는데, 위탁 매장은 뭔가요? 본사가 직접 대리점을 빌리고 인테리어를 해요. 제품도 본사 돈으로 들여놓죠. 매장을 운영할 사람을 찾아 운영만 맡기는 거예요. 운영자가 판매 수익의 일부를 나눠 가져요. 매장의 입지와 인테리어, 운영 방식을 본사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게 대리점과 다른 점이죠.
2017년 이후 3년 동안 장부 상의 임차료가 4배로, 감가상각비가 5배로 치솟은 건 모두 매장 투자 비용이었어요.
시몬스의 매장 수는 2020년 150여개로 확 줄었어요. 이 기간 시몬스 매출액이 700억원 이상 늘어난 거 기억하시나요? 점당 효율은 엄청 좋아졌어요. 매장 당 연간 매출액은 2년 새, 두배 이상으로 늘었어요.
에이스침대는 시몬스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어요. 에이스침대의 판매는 대부분 대리점 또는 ‘에이스 스퀘어’라고 하는 본사 직영점에서 이뤄지죠. 그런데 매장을 빌리지 않아요. 에이스 스퀘어는 대부분 에이스침대가 소유한 부동산에 열려요. 그러다 보니 에이스는 장부 상 임차료가 제로에 가까워요. 매출 3400억원이 넘는 회사의 2021년 임차료가 2억5572만원에 불과했어요.
완전히 다른 두 회사의 유통 방식. 현재로서는 에이스침대의 방식이 실속이 있는 건 확실해요. 매장에 대한 투자를 본사가 맡을 필요가 없어 위험도도 낮아요. 장기적인 매장 투자를 통해 브랜드 프리미엄을 얻겠다는 시몬스의 전략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광고 뿐 아니라 유통 매장에도
변화를 주고 있는 시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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