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라인업이 이제는 완성형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차량이 바로 ‘아이오닉9’이다. 단순히 전기차 하나 더 나온 정도가 아니라, 내연기관 시대의 그랜저, 팰리세이드처럼 브랜드를 대표할 플래그십 전기 SUV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차량 전반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오히려 제네시스를 연상케 할 만큼 고급스러웠다.

실제로 운전석에 앉아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인테리어 구성이다. 아이보리 톤의 스티어링 휠은 제네시스 GV70을 떠올리게 했고, 깔끔하고 넓게 설계된 실내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핸들은 스포츠형 D컷 대신 전통적인 원형으로 설계되어 부드러운 인상을 줬다. 다만, 2026년부터 순차 적용될 예정인 신형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는 아직 탑재되지 않아 UI 측면에서의 차별성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진정한 매력은 2열에서 시작된다. 아이오닉9의 2열은 상위 세그먼트에 걸맞게 ‘승차감과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풍부한 레그룸과 헤드룸은 기본이고, 통풍시트까지 탑재되어 장거리 여행이나 VIP 셔틀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제네시스 G80이나 G90에서 보던 ‘뒷좌석 감성’을 현대차가 얼마나 잘 흡수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아이오닉9만의 결정타가 있다. 바로 2열 시트가 180도 회전 가능한 ‘스위블 시트’라는 점이다. 이 기능은 실내에서 3열과 마주 보며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줘, 차박과 캠핑에 최적화된 UX를 구현한다. 특히 자동차 캠핑을 즐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필수 기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현대차가 강조해왔던 ‘차박 감성’을 이제는 진짜로 실현해냈다는 느낌이다.
스위블 시트와 함께 후석 모니터가 하방 전개되는 방식으로 탑재된 점도 인상적이다. 이는 제네시스의 상위 라인업에서나 볼 수 있었던 구성이다. 아이오닉9은 운전자 중심이 아닌, 탑승자 모두의 경험을 고려한 차량으로 진화한 셈이다. 단순히 고급소재를 쓰는 수준을 넘어, UX 전체에서 감성품질을 끌어올리고자 한 노력이 엿보였다.

또한 감성은 주행에서도 이어진다. 아이오닉9에는 제네시스 GV70 일렉트리파이드 모델에 들어갔던 VGS(Virtual Gear Shift)와 e-ASD(가상 주행 사운드)가 탑재됐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함에 주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로, 조용함 속에서도 ‘운전하고 있다’는 감각을 놓치지 않게 해준다. 소리 하나로 고급스러운 운전 경험을 만든 셈이다.
실용성도 뛰어나다. SK온에서 공급하는 110.3kWh 대용량 배터리가 들어가 최대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532km를 실현했다. 이는 단순히 출력이나 성능을 넘어서 장거리 이동이 필요한 가족 단위 사용자를 고려한 구성이라 볼 수 있다. 전기차의 고질적 약점 중 하나인 주행거리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한 것이다.

다만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인 아이오닉 시리즈만의 독자적인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외관이나 실내에서 “이건 아이오닉이다”라고 단번에 느낄 수 있는 고유성이 약한 편이다. 다른 전기 SUV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정체성이 생긴다면 플래그십으로서의 위상은 더 강화될 것이다.
종합하면, 아이오닉9은 현대차가 만든 전기차 중 가장 고급스럽고 넓은 모델이다. 제네시스 감성을 한 스푼 얹은 듯한 구성, 스위블 시트와 후석 모니터 같은 고급 옵션, 넉넉한 주행거리까지 갖췄지만, 현대 전기차 라인업만의 아이덴티티는 아직 모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오닉9은 분명히 현대 전기차의 '현 시점 최고 정점'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