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월 27일, 시리아 타르투스 도로를 가득 메운 건 탱크도 장갑차도 아니었습니다. 흰색과 파란색 경찰차 수백 대가 줄지어 섰고, 그 위엔 익숙한 로고가 박혀 있었습니다. 바로 현대자동차였습니다.
시리아 내무부는 이날 타르투스 주 내부 보안 사령부에 신규 차량을 인도했습니다. 주지사와 내무부 지휘관이 참석한 이 행사는 단순한 차량 교체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도로를 통제한다"는 메시지였죠.

왜 하필 경찰차가 먼저인가
전후 국가들엔 공통된 수순이 있습니다. 이라크, 리비아, 아프간 모두 재건 초기에 전차보다 순찰차가 먼저 깔렸습니다. 치안 없이는 투자도 재건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시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경찰 정상화' 단계입니다. 다음은 행정 복구, 그다음이 군 현대화입니다. 밀덕들이 기대하는 K-방산 수출은 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바닥을 깔고 있는 건 이미 한국입니다.

또 현대차...74% 점유율의 이유
지난해 11월 다마스쿠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새 경찰차 수백 대가 카퍼레이드를 펼쳤고, 대다수가 현대차 로고를 달고 있었습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2010년 시리아 수입차 시장의 74%를 한국산이 차지했습니다. 내전으로 교역이 끊겼지만, 시리아 국민은 여전히 현대·기아를 기억합니다. 높은 내구성, 쉬운 부품 수급. 전쟁 겪은 나라에서 이건 생존 문제입니다.
지난 12월 4일 다마스쿠스 한-시리아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자동차 산업 협력'이 주요 의제였습니다. 시리아 경제부 장관은 "전쟁의 폐허에서 경제 강국으로 거듭난 한국이 시리아 재건의 롤모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타르투스 경찰차 인도는 그 결과물입니다.

경찰차 다음은 무엇인가
치안 차량이 깔렸다면 다음은 명확합니다. 통신 장비, 군수 차량, 병참 체계 순입니다. 아직 무기 수출 단계는 아니지만, 군사 물류의 '바닥'은 이미 깔리는 중입니다.
코트라는 시리아 재건 시장을 2,160억 달러(약 300조 원)로 추정합니다. ICT 인프라, 도로·철도, 발전소 등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가진 분야가 산적해 있습니다.
밀덕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총이 아니라 바퀴를 볼 시점입니다. 오늘은 경찰차지만 내일은 군용 트럭일 수 있습니다. 전쟁은 총으로 시작되지만 재건은 경찰차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시리아 도로 위에 가장 먼저 깔린 건, 한국산 바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