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손정완의 세계는 언제나 단단하게 흐른다. 14년간의 뉴욕 컬렉션, 그리고 36년간 이어져온 브랜드의 시간. 2025 F/W 시즌, ‘흐름’을 주제로 다시 한번 기억과 감각을 직조한다. 변화의 시대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 그의 디자인 언어와 컬렉션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디자이너 손정완의 흐름과 궤적, 2025 F/W 컬렉션

이번 2025 F/W 컬렉션의 주제는 ‘Go With The Flow’이다. 어떤 영감으로부터 컬렉션을 출발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번 컬렉션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단순히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 자체를 하나의 즐거운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삶을 추구하고자 했다.
컬렉션을 통해 과거의 기억과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나?
과거의 경험과 기억은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들이 현재의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었다.
이번 시즌 가장 신경 쓰신 실루엣이나 디테일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몸에 자연스럽게 흐르듯 감기는 핏을 구현하면서도, 여성의 곡선미(Curve)을 우아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특히 지나치게 타이트하거나 구조적인 느낌이 아니라, 여유로운 핏속에서도 'Easy Luxury'의 가치를 추구하며, 세련된 실루엣을 유지할 수 있게 섬세한 디테일을 더하는 것에 집중했다.

손정완 컬렉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요소 중 하나가 ‘컬러’다. 기존의 강렬하고 고급스럽고 컬러 사용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한층 정제되고 차분한 컬러 팔레트가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변화를 시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패션에서 컬러는 실루엣만큼이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컬렉션의 전체적인 무드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시즌의 라인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컬러를 선택한 결과이다.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컬러들을 활용하여 섬세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실루엣과 텍스처가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를 통해 보다 세련되고 우아한 감성을 전달하고자 했다.
반면, 소재에서는 더욱 과감한 변주가 느껴졌다. 자주 사용해 오던 오간자 소재에서 나아가 메탈릭한 새틴, 벨벳, 페이턴트 가죽 등 다양한 텍스처가 조화를 이루었는데, 이번 컬렉션에서 소재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이번 시즌에서는 다양한 텍스처의 조합을 통해 디자인의 임팩트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오간자 같은 기존의 클래식한 소재뿐만 아니라 메탈릭한 새틴, 벨벳, 페이턴트 가죽 등 개성 있는 소재들을 조화롭게 사용해 미래적인 이미지와 감성을 더했다.

쇼를 열었던 공간이 의외여서 인상적이었다. 쇼장이었던 ‘IAC 빌딩’이 컬렉션에 미친 영향이 있을까?
쇼가 열린 'IAC 빌딩'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건축물이다.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은 유기적인 곡선과 독창적인 구조미를 통해 미래적인 감각을 전달한다. 하지만 단순히 차갑거나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 아니라 빛의 반사와 곡선적인 형태 덕분에 부드럽고 유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러한 점이 이번 컬렉션의 방향성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형성한다’는 나의 디자인 철학과도 맞닿아 있었고, 컬렉션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배경이 되었다.
손정완 컬렉션은 종종 예술적인 요소를 강조한다. 이번 시즌에서도 특별히 참고한 예술적 영감이 있을까?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색면 추상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밝으면서도 차분한 색감이 특징인데, 이러한 색채 감각을 컬렉션에 녹여내고자 했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손정완 브랜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비전은 무엇인가?
손정완 브랜드가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사랑받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나만의 디자인 철학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컬렉션에서 나아가, 디자이너 손정완과 브랜드에 대해 더 깊게 이야기해 보자. 손정완 브랜드는 36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한국 대표 디자이너 브랜드다. 오랜 기간 브랜드를 유지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은 무엇인가?
늘 공부하는 자세로 임하려 한다. 마치 시험 준비하는 학생처럼, 나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4년 동안 뉴욕 컬렉션을 지속해 오고 있다. 브랜드와 디자이너 모두에게 큰 터닝포인트이자 수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 같은데, 뉴욕이라는 무대가 디자이너로서의 성장과 브랜드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뉴욕은 패션의 메카이자, 최첨단 트렌드의 중심이다. 그런 뉴욕에서 쇼를 한다는 것은 브랜드의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서, 한국 패션이 세계적으로 더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100년 이상 지속되며 사라지지 않는 브랜드가 한국에서도 탄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럭셔리 브랜드들이 많지만, 한국 패션 시장은 아직 그런 면에서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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