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세상만사 <26>] 전 세계가 주택 가격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4. 10. 1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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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시대 변화를 수용하는 주택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주택 부족과 임대료 상승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셔터스톡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 박사,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주택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필수 요소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국가에서 주택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싱가포르와 네덜란드는 각기 다른 접근 방식으로 모범적인 주택정책을 펼쳐온 국가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국 모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주택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토지 90% 국유지인 싱가포르, 저렴한 공공 주택정책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 이후 저렴한 공공 주택정책을 통해 주거 안정성을 확보했다. 현재 가구의 80%가 공공 주택에 거주하고 있으며, 주택 보유율은 90%에 달한다. 독특한 싱가포르의 공공 주택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몇 가지 핵심적인 요소가 있다. 첫째는 국유지 확보와 활용이다. 싱가포르는 주택 분양 시 토지를 99년 임대 조건으로 분양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토지의 90%를 국가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 직후부터 국유지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안정적인 주택 공급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둘째는 중앙후생기금(CPF)의 존재다. 1968년부터 도입된 CPF를 통해 싱가포르 정부는 주택 건설 자금을 확보했고 국민은 구입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재직 기간에 의무적으로 납입하는 이 기금은 일종의 강제 저축 제도로 작용하여 주택 건설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주택 구매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들 조치와 별개로 싱가포르 정부는 소득수준 증가에 맞춰 주택 면적을 넓혀왔고, 재건축 시 시장 평가액 보상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주거 품질 향상과 자산 가치 상승을 도모해 왔다. 또한 단지별 인종 할당제를 통해 다민족 사회의 안정을 도모하는 정치적 목적도 달성할 수 있었다.

임금 상승, 해외 자산가 유입에 싱가포르 주택 가격 껑충

그러나 최근 싱가포르의 주택 시장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주택 가격이 5.4배 상승했는데 특히 2009년 이후 80%가 급등했다. 2022년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하면서 17분기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는 실질임금 상승, 해외 인력 및 자산가 유입으로 인한 주택 수요 확대 등이 이유로 꼽히고 있다. 주목할 점은 싱가포르의 독특한 주택정책이 결혼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35세 미만 청년은 약혼이나 결혼 계획이 있을 때만 공공 주택을 신청할 수 있어, 조기 결혼 풍조가 형성되었고, 그 결과 25~29세 여성의 혼인율이 2000년 45%에서 2014년 60%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성급한 결혼으로 인한 이혼율 증가라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외국인 구매자에 대한 취득세를 대폭 인상함으로써 수요를 위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공급 확대를 위해 교통이 편리하여 선호되는 도심 지역에 47층 규모의 주상복합 공공 주택을 공급하는 등 수요자 선호를 충족시키는 주택 공급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은 점차 상승하고 있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내년 선거를 앞둔 정부로서는 추가적인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사회주택’ 시스템 펼친 네덜란드도 10년간 주택 가격 두 배 증가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사회주택 시스템으로 유명한 국가였다. 비영리 주택협회가 운영하는 사회주택은 주택의 34%(225만 채)를 차지하며,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도 대상으로 하는 포용적인 정책을 펼침으로써 사회 통합을 위한 수단으로서 각광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네덜란드 역시 심각한 주택 위기에 직면해 있다.

네덜란드의 주택 문제는 기본적으로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10년간 네덜란드 주택 가격은 두 배 이상 상승했으며, 2023년 2분기의 경우 전년 대비 7.2% 상승하면서 3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현재 네덜란드의 평균 주택 가격은 45만2000유로(약 6억6700만원)로, 평균 연봉의 열 배를 넘어섰다. 이러한 급격한 가격 상승의 원인은 심각한 주택 부족이다.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공급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2023년을 기준으로 약 39만 채의 주택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부족 주택의 물량이 3년 연속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2030년까지 100만 채 공급을 통해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사회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입주할 때까지 소요되는 대기 시간은 전국 평균 7년, 암스테르담 등 대도시에서는 18~19년에 이르고 있다. 사회주택 입주가 용이하지 않은 만큼 수요는 민간이 공급하는 임대 물량에 쏠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민간 부문의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의 경우 싱글룸 셰어하우스가 월 950유로(약 139만원), 3베드룸 아파트는 월 3500유로(약 512만원)에 달한다.

네덜란드의 주택 가격 상승과 부족의 원인으로는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에 더해 외국인 투자자 증가에 따른 수요 증가 그리고 과거의 시장 위주 정책 등이 이유로 꼽히고 있다. 특히 2010년대 초반 주택 및 계획부 폐지, 사회주택 주식 매각 자유화 등의 정책이 투기 수요를 불러일으켜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덜란드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지만, 일부 정책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2013년 네덜란드 정부는 집주인 부담금 제도를 도입하여 50가구 이상의 사회주택 임대자에 대해 세금을 부과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한 주택협회는 주택을 매도해 버리거나 세입자의 수리 요청을 거부하여 거주의 질이 낮아지는 부작용이 초래됐다. 이 제도는 2023년 폐지되었지만, 큰 후유증을 낳았다. 여기에 더해 2022년부터는 자가 거주 확대 정책에 따라 일정 가격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실입주하도록 하고 임대를 금지했다. 하지만 이는 임대 주택 수 감소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임대료 상승이 정치적 이슈가 되자 2023년에는 임대료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주택 임대 기대 수익이 낮아지자 대규모 임대 기업이 주택 매각에 나서면서 주택 공급이 더욱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정책은 특히 중산층에게 큰 타격이었다. 저소득층은 엄격한 임대료 상한의 혜택을 받지만, 소득이 애매한 중산층은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민간 임대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늘어나는 주택 수요, 정부 장기적 관점서 문제 해결해야

싱가포르와 네덜란드는 서로 다른 주택정책을 펼쳐왔지만, 최근 들어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두 나라 모두 주택 가격 급등, 공급 부족, 중산층의 주거 불안 등의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인 주택 문제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대량의 주택 공급은 1960~80년대에 마무리됐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기존 주택은 노후화됐고 경제 환경 변화에 적응한 국가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주택 수요는 증가했다. 하지만 시대 변화를 수용하는 주택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주택 부족과 임대료 상승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택 문제는 단순히 공급과 수요의 문제를 넘어 사회의 다양한 측면과 연결된 복잡한 이슈다. 정부는 장기적 안목으로 다각적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단기적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압력에 직면하면서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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