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축구팀 홈에서 브라질전 0:5 참패!

브라질전 0-5. 스코어만 보면 쓰라리지만, 그 안에는 지금 홍명보호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났다. 비가 쏟아지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6만 3237명이 들어찼고, LED 연출과 응원으로 분위기는 뜨거웠다. 손흥민의 A매치 최다 출전(137경기) 신기록, 이재성의 센추리클럽(100경기) 가입이라는 역사적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팬들의 기대를 달래기 어려웠다. 전반 13분 이스테방의 선제골, 전반 41분 호드리구의 추가골, 후반 시작과 함께 나온 연속 실점(이스테방·호드리구) 그리고 후반 32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쐐기골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들은 한국의 빈틈을 집요하고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이 패배로 한국의 브라질전 통산 성적은 1승 8패가 됐고, 1999년 이후 이어진 브라질전 6연패가 더 길어졌다. 승패 자체보다 뼈아픈 대목은 ‘어디서 무너졌는가’였다.

홍명보 감독은 미국·멕시코 원정에서 호평받은 스리백(3-4-3)을 다시 꺼냈다. 김민재–조유민–김주성이 스리백, 좌우 윙백은 이태석과 설영우, 중원 더블 보란치는 황인범과 백승호, 최전방에는 손흥민이 섰다. 계획은 분명했다. 수비 때는 윙백이 내려와 파이브백으로 버티고, 공을 잡으면 윙백과 2선이 동시에 전진해 빠른 전환을 노리는 그림. 그러나 브라질은 그 계획의 약한 고리를 정확히 압박했다. 첫째, 중원 앞·뒤 간격이 넓었다. 브루노 기마랑이스가 전진 패스를 넣을 때, 황인범–백승호 라인이 공의 진행에 ‘몸을 던져’ 끊어야 할 지점에서 반 박자 늦었다. 하프스페이스(측면과 중앙 사이 좁은 길)를 통해 뛰어드는 이스테방을 추적하는 1차 압박과, 그를 건네받는 2차 커버 둘 다 느슨했다. 수비 라인이 5명이라도, 그 앞의 문이 열려 있으면 한 번의 침투로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전반 13분 장면이 보여줬다.

둘째, 전환 국면의 ‘안전장치(레스트 디펜스)’가 서지 않았다. 후반 2분 김민재의 빌드업 실수, 2분 뒤 백승호의 탈압박 실패는 개인의 실수로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도 위험이 쌓여 있었다. 스리백을 쓰면 좌우 센터백이 넓게 벌어지고, 윙백이 전진해 측면을 잡는다. 이때 볼을 잃으면 남는 수비가 둘 혹은 셋인데, 중원이 뒤를 막아주지 못하면 상대의 첫 패스, 첫 드리블에 바로 골문이 열린다. 브라질은 이 지점을 기다렸다는 듯 비니시우스–호드리구에게 공을 찔러 넣었다. ‘실수’는 언제든 나온다. 강팀은 그 실수가 나오기 전에 위험을 반으로 줄여 놓는다. 한국은 그 안전망이 얇았다.

셋째, 공격 시작 장면에서의 ‘첫 패스’와 ‘첫 터치’가 불안했다. 브라질은 전방 압박을 걸 때, 백 패스 유도→측면 트랩→역습 전개를 한 세트로 준비한다. 한국은 이 트랩에서 공을 빼낼 방법을 끝까지 찾아내지 못했다. 빌드업의 첫 패스가 뒤로 향하고, 다음 패스가 터치 라인 쪽으로 몰릴수록 선택지는 줄어든다. 결국 손흥민–이강인이 상대 박스 앞에 도착하기 전에 볼이 끊겼고, 유효슈팅은 1개에 그쳤다. 스리백을 쓸 때는 2선 미드필더 한 명이 내려와 ‘임시 레지스타(첫 패스 관제탑)’ 역할을 해야 한다. 혹은 센터백 중 한 명이 과감히 미드라인을 밟아 상대 1선을 끊어줘야 한다. 이날은 그 역할이 모호했다.

넷째, ‘마킹의 주고받음’이 매끄럽지 않았다. 전반 41분 추가 실점 장면을 보면, 비니시우스의 컷백→호드리구의 힐패스→카세미루의 원터치 리턴으로 이어지는 짧은 연쇄에 한국 수비의 시선이 카세미루에게 쏠렸다. 이때 가장 위험한 선수는 공이 없는 호드리구였다. 스리백의 강점은 숫자가 많아 ‘한 명은 공, 한 명은 주변, 한 명은 뒷길’을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순간의 역할 교환이 늦었고, 호드리구가 홀로 마무리할 시간과 공간을 얻었다. 이는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순간 집중·커뮤니케이션의 실패다. 브라질을 상대로는 반 박자 늦으면 곧바로 실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고쳐야 하나. 첫째, 중원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더블 보란치의 간격을 줄이고, 한 명은 늘 ‘라인 앞 스토퍼’로 서게 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상대가 하프스페이스로 파고들 때, 가장 가까운 센터백이 튀어나가 압박하면, 그 뒤를 6번(수미)이 잠그는 1-2 커버 구조가 기본이다. 미국·멕시코전에서는 이 간격이 유지됐다. 브라질전에서는 ‘볼만 쫓는’ 수비가 되면서 뒤가 비었다. 카스트로프처럼 수비 밸런스 감각이 좋은 자원을 전반부터 배치하거나, 황인범에게 수비 우선 임무를 명확히 부여하는 식의 선발·역할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둘째, 빌드업의 첫 단추를 단순·확실하게 가져가야 한다. 스리백이면 결국 3-2(스리+더블보란치) 출발이다. 이때 ‘3’ 중 한 명이 과감히 라인을 끌어올려 상대의 1선 압박을 파열시키거나, 보란치 한 명이 완전히 내려와 4인 빌드업으로 전환해 압박 각을 지워야 한다. 브라질처럼 개인 수비가 뛰어난 팀을 상대로는 ‘깔끔한 탈압박’보다 ‘압박을 피하는 초기 설계’가 더 중요하다. 터치 수를 줄이고, 첫 패스 방향을 바꾸며, 측면으로 몰리지 않도록 중앙에 역삼각형 받침대를 분명히 세우는 게 출발점이다.

셋째, 전환 대비를 습관으로 만들자. 공격 시 최소 두 명은 공 뒤에 남아 있어야 한다. 오늘처럼 윙백이 동시에 전진하면, 반대쪽 윙백은 한 박자 늦게 올라가거나, 6번이 사이드 커버를 서야 한다. 공격 전환 순간에 “지금 잃으면 어디가 위험한가?”를 선수들이 자동으로 떠올리게 만드는 훈련이 필요하다. 브라질의 다섯 번째 골은 한국의 코너킥 직후였다. 세트피스 이후의 ‘2초’가 경기의 흐름을 바꾼다. 세컨볼 대비 위치, 역습 차단 파울의 판단, 마지막 수비의 라인 설정이 더 냉정해져야 한다.

넷째, 공격에서 손흥민·이강인의 강점을 더 단순하게 꺼내야 한다. 손흥민을 원톱으로 둘 때는 등지기보다 ‘뒤로 침투’가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측면·중앙에서 손흥민 등이 뛰어들 타이밍에 맞춰 ‘맞춤형’ 직선 패스가 나와야 한다. 이강인은 이 패스를 그릴 수 있는 선수다. 다만 이강인이 공을 오래 갖고 판단하는 장면이 늘어나면, 주변의 움직임과 템포가 엇박자가 난다. 이강인에게는 ‘첫 터치 전방, 두 번째는 벽패스’ 같은 단순한 룰을 주고, 손흥민과의 약속된 2인 콤비네이션(원투, 벽돌파, 역침투)을 초반부터 반복해 시도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강호전일수록 복잡한 해답보다 ‘준비한 두세 개의 길’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끈기가 필요하다.

다섯째, 심리·집중의 핸들링이다. 김민재, 백승호의 실수는 실력 부족이 아니라 순간 집중의 균열이었다. 강팀과의 경기에선 첫 실수 이후 ‘멘탈 리셋’ 속도가 승부를 가른다. 벤치의 즉각적 코칭(간격 줄여!, 길 바꿔!)과 주장단의 현장 정리(라인 올려!, 한 템포 늦춰!)가 더 날카로워야 한다. 손흥민이 경기 후 “넘어질 시간 없다. 털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 건 정확한 메시지다. 다만 ‘털고’ 일어나려면, 같은 실수를 막는 작은 장치들이 곧바로 훈련장에 올라가야 한다.

이 경기를 ‘재앙’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상대는 비니시우스·호드리구·이스테방·카세미루·브루노 기마랑이스가 이끄는, 개인과 팀의 속도가 동시에 빠른 브라질이었다. 이런 팀을 만났을 때 어설픈 실험은 바로 벌점을 먹는다. 반대로 말하면, 취약점 점검에는 더없이 솔직한 시험지였다. 스리백을 완전히 접을 이유도 없다. 동아시안컵과 9월 원정에서 가능성은 분명히 보였다. 문제는 상대에 따라 ‘스리백의 모드’를 바꾸는 유연성이다. 라인을 더 내리고 역습에 집중할지, 라인을 올려 압박할지, 혹은 후반 시작과 함께 포백으로 전환할지, 경기 안에서의 플랜B·C가 살아 있어야 한다.

또 하나 짚을 건, 팬과 현장 분위기다. 비가 오는 가운데도 6만이 넘는 관중이 자리를 채웠고, LED 연출과 응원으로 선수들을 밀어 올렸다. 결과는 참담했지만, 이런 환경은 분명 힘이다. 선수단이 그 응원에 걸맞은 ‘집요함’을 보여주면 된다. 슈팅 4개(유효 1개)로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전진 패스 두세 번을 더 과감히 선택하고, 박스 안에서의 시도와 압박을 더 공격적으로 늘려야 한다. “최강에게 배운 날”을 “최강에게 질식당한 날”로만 남기지 않으려면, 파라과이전에서 슈팅 수와 박스 터치를 확 늘리는 실전 변화가 꼭 필요하다.

정리하자. 브라질전 참패는 스리백의 흠이 아니라, 스리백을 운용하는 세부의 실패였다. 중원 앞·뒤 간격 관리, 빌드업 첫 패스 설계, 전환 대비 안전망, 마킹 교환의 디테일, 그리고 손흥민–이강인을 살리는 단순한 공격 원칙. 이 다섯 가지에 손을 대면, 스코어는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 손흥민의 137경기, 이재성의 100경기라는 큰 이정표 앞에서 고개를 숙였지만, 기록은 끝이 아니라 출발선이다.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다행히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는 눈에 보인다. 이제는 ‘틀을 믿고, 디테일을 뜯고, 다시 뛰는’ 일만 남았다. 팬들은 비 속에서도 자리를 지켰다. 팀이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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