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프로야구에 열광하는 이유가 있다 “양지의 나이트클럽 된 야구장”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25. 8. 3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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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2년 연속 1000만 관중 돌파, 현 추세라면 1200만 넘을 듯
“야구 규칙 몰라도 응원 문화에 엄청난 도파민 느껴”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1000만. 한국 프로야구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쓴 '숫자'다. 2년 연속 천만 관중을 돌파했다. 올 시즌에는 속도가 더 빨랐다. 지난해에는 671경기 만에 달성했지만, 올해는 무려 84경기를 앞당겨 587경기 만에 단숨에 1000만 고지를 밟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야구의 날'(8월23일)에 '쌍천만'을 기록하며 상징성은 더욱 컸다.

8월24일 프로야구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야구팬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2025 시즌 KBO리그는 8월23일 올 시즌 587경기 만에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연합뉴스

팀 성적과 관중 수 반드시 비례하지 않아

야구장은 연일 관중이 넘치고 있다. 한여름 무더위에도 티켓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주중, 주말 가리지 않는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대결이 펼쳐진 8월21일 잠실야구장도 그랬다. 평일(목요일)이었지만 매진됐다. 3연전(19~21일) 내내 관중이 꽉 들어찼다. 1루석(LG), 3루석(롯데)에서 쏟아지는 육성 응원이 야구장 곳곳에 울려 퍼졌다. 관중 60% 이상이 유니폼을 입고 있어, 색깔만으로도 어느 쪽 팬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팬층이 얕고 성적 또한 최하위지만 키움 히어로즈의 홈인 고척 스카이돔 또한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한 시즌 최다 매진 기록을 훌쩍 넘어섰다.

8월25일 현재 10개 구단 평균 관중은 1만7197명이다. 작년(1만4743명)보다 17% 증가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프로야구는 정규리그 때 최종 1238만 관중을 맞이하게 된다. 지난해(1088만7705명)보다 100만 명 넘게 더 야구장을 찾은 셈이 된다. 관중 수입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으로 객단가(티켓 평균가격)가 올라가며 프로야구 10개 구단 관중 수입은 지난해보다 32% 늘어나 현재까지 1707억1722만원을 벌었다. 지난 시즌 관중 수입(1593억1403만원)을 이미 넘어섰다. 

프로야구 흥행 요인은 복합적이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코로나19 시기에 억눌렸던 욕망이 분출되면서 '밖에서 함께하는 경험'에 대한 갈망이 야구장에서 터져 나왔다. 가수 싸이의 '흠뻑 쇼' 같은 대형 공연에 관객이 몰린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처음엔 보상 심리로 찾았던 야구장에서 관중은 새로운 재미를 느꼈고, 이는 다시금 야구장으로 발길을 이끄는 동력이 됐다. 게다가 프로야구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6개월 동안 월요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열린다. 중독성에서 따라올 스포츠가 없다.

티빙(TVING)이 3년간 유무선 뉴미디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40초 미만의 2차 영상 가공을 허용한 것도 컸다. 2023년까지 네이버 등 포털에서 중계할 때는 KBO나 구단조차도 자체 유튜브 채널에 경기 영상을 전혀 쓸 수 없었다. 하지만 티빙이 이를 허용하면서 여러 플랫폼에서 경기 영상이 재가공됐고, 야구를 모르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구단이 자체 제작해 올리는 더그아웃 영상이나 직캠, 숏폼 등도 새로운 경험을 갈구하는 2030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례로, 10개 구단 중 한화 이글스는 가장 많은 유튜브 구독자(이글스TV·48만7000명)를 보유 중인데 현재 유의미한 수입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브랜딩과 팬덤 강화를 목적으로 개설한 구단 채널이 또 다른 수익 창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에서 커진 '호기심'은 오프라인으로 번졌다. 야구는 규칙이 꽤 까다롭지만, 직관 응원 문화는 그 장벽마저 무너뜨렸다. 3시간 가까이 선수별 응원가를 부르고 율동을 따라 하다 보면, 경기 상황을 잘 몰라도 그 응원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지인을 따라 난생처음 야구장을 찾았던 한 팬은 "야구 규칙을 전혀 모르는데 응원을 함께 하다 보니 엄청난 도파민을 느꼈다. 지금은 매일 야구장 티켓 사이트를 클릭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모 구단 마케팅부장은 "야구장이 놀이터를 넘어 양지의 나이트클럽이 됐다"고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팀 성적=관중 수' 등식이 반드시 성립하진 않고 있다.

대구를 연고지로 둔 삼성 라이온즈가 단적인 예다. 삼성은 올해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는데 관중 수는 정규리그 2위를 했던 지난해보다 오히려 30% 늘어났다. 10개 구단 최초로 홈 100만 관중을 넘었고, 홈 평균 관중(59경기 기준)은 2만2963명으로 10개 구단 최다다. 라이온즈파크는 10개 구단 중 수용 가능 인원(2만4000명)이 제일 많기도 하다. 8월25일까지 135만4816명의 관중을 불러모은 삼성은 KBO리그 최초로 140만 관중 돌파를 목전에 뒀다. 여차하면 150만 관중도 가뿐히 넘어설 태세다. 

굿즈 소비에도 적극적…스포츠 마케팅 새 지평 열어

관중 증가 흐름은 프로야구 산업 전반으로 파급되고 있다. 2030세대 팬들은 단순히 경기 입장권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굿즈 소비에도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구단 상품은 유니폼과 모자에서 인형, 타월, 컵, 스냅백, 슬리퍼 등 생활용품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두산의 '망곰', KIA의 '티니핑', 롯데의 '포켓몬'처럼 인기 캐릭터와의 협업은 굿즈 판매를 한층 끌어올렸다. 선수 기록에 맞춘 기념 티셔츠 판매도 이제는 일상적인 수익 모델이 됐다. 관중 증가와 함께 구단 수익 구조도 다변화하면서 전광판 광고, 유니폼 패치, 경기 이벤트 협찬 단가 역시 상승하고 있다. 이는 구단이 모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 스포츠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다른 프로 스포츠 대부분이 여전히 모기업이나 지자체 예산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물론 2년 연속 1000만 명이라는 성적표가 프로야구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인구 절벽, 청년층의 여가 다변화, 경기력 불균형 심화 등으로 인기는 갑자기 사그라들 수 있다. 승부 조작이나 음주운전, 과거 학교폭력 같은 선수들의 일탈이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으로 달아올랐던 프로야구 인기가 2017년을 기점으로 시들어갔던 점을 상기해야만 한다. 인기는 길어야 10년이다.

천만이란 숫자는 단순한 흥행 성적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여전히 집단적 즐거움을 원하고, 공동체적 감각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증거일 수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광장에서 느꼈던 '함께' '같이'의 의미를 대중은 야구장에서 다시 표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인기는 모래성과 같다. "야구 안 봐?"라는 질문이 한순간에 "야구 왜 봐?"로 바뀔 수 있다. 현재의 열기를 지속시키기 위해 KBO와 각 구단은 리그 경쟁력 강화, 지역 밀착, 새로운 팬층 발굴 같은 장기 전략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 흐름에 맡기지 말고 흐름을 이끌어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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