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공부 잘하기 위해서 ADHD 약을 먹을 수 있나요?
정신의학신문 | 이지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얼마 전 인기 드라마에서 고 3 수험생들이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ADHD 약을 오남용하여, 약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실신하여 실려가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이 장면은 사실과 달라 ADHD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ADHD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키울 수 있다.
일단, 아무나 ADHD 약을 받을 수 있을까? ADHD 약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ADHD로 정확히 진단받은 사람만이 처방을 받아 구매할 수 있다. ADHD가 아닌 사람이, 공부를 잘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ADHD 약을 처방받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어떤 학생이 ADHD 약을 먹는다면, 그 학생은 ADHD로 진단받고 ADHD를 치료하기 위해 ADHD 약을 복용한 것이지, 공부를 잘하기 위한 목적으로 약을 복용했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ADHD 약을 복용하면, 공부를 잘하게 될까? 물론 ADHD로 진단받은 학생이 ADHD 약을 복용하면, 주의 집중력이 좋아져서 전보다 수업시간에 집중할 수 있고, 숙제할 때 딴짓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더 빠르게 숙제를 마칠 수 있다. 시험을 볼 때 사소한 실수들이 줄어, 성적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학생이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주의 집중력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ADHD 약을 먹어서 원래 남들보다 부족했던 주의 집중력이 보완이 되어 남들처럼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기 수월해지는 것이지, 갑자기 남들보다 훨씬 더 뛰어나지고, 남들보다 더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만드는 마법의 약은 아니다. 그러므로, 만약 ADHD 약을 먹고 성적이 많이 오른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는 애초에 주의 집중력이 남들보다 많이 부족한 ADHD였을 가능성이 크다. 즉, ADHD로 진단받은 학생의 경우, ADHD 약을 복용하면 전보다 공부를 잘할 수 있지만, 원래 주의 집중력이 부족하지 않은 학생이 ADHD 약을 먹는다고 공부를 더 잘하게 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ADHD 약이 실신을 해서 실려가는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이 흔하게 있는 약일까? ADHD 약이 부작용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가장 흔하게는 식욕 저하, 두통, 오심, 불면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ADHD 약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많은 임상시험을 통해 그 안정성이 확립되었다. ADHD약을 먹고 쓰러져서 실려가게 될 가능성은, 감기약을 먹고 쓰러져서 실려가게 될 가능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ADHD 약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는 무서운 약이라고 할 수 없다.
ADHD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편견과 오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ADHD를 진단받고도 치료를 망설이게 된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ADHD 치료율은 선진국에 비해서 매우 낮다. ADHD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개선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