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울산 각계서 ‘1인 1 주식 갖기’ 운동

김명진 기자 2024. 9. 23. 12: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울산 울주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사모 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함께 시작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고려아연의 사업 거점인 울산에서 향토기업을 지키자며 ‘1인 1 주식 갖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2개 문화예술단체, 50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울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3개 사회복지단체가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캠페인 동참을 호소했다.

이들은 “고려아연은 대한민국 비철금속 산업의 중추적인 기업으로 울산과 국가 경제에 중요한 기여를 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경영권 인수 시도는 회사의 독립성과 장기적인 성장에 중대한 위협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울산시민의 땀과 애정이 녹아 있는 지역 향토기업인 고려아연을 지켜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반드시 우리 손으로 향토 기업을 지켜내기 위해 120만 시민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오후 2시에는 재울산연합향우회가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캠페인 참여를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연다. 재울산연합향우회는 울산에 거주하는 대구·경북, 호남, 충청, 강원, 제주 출신 인사들의 연합 단체다.

재울산연합향우회는 “50년간 울산과 함께 성장해 온 울산의 향토기업 고려아연이 현재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을 받아 인수합병 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고려아연의 위기는 울산의 안정적인 일자리 뿐만아니라 수소, 이차전지 소재 등 울산의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우리가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울산의 위기와 직결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울산시민과 앞으로 울산에서 살아갈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 재울산 연합향우회는 사모펀드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를 강력히 반대하는데 모든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16일 성명문과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주식 사주기 운동을 제안했다. 19일에는 1호 매입자로 나섰다. 20일에는 이윤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순걸 울주군수가 각각 2·3호로 주식을 매입했다.

지난 20일에는 지역 6개 경영인 단체가 “고려아연은 현 경영진 체제에서 어느 때보다 견조한 사업 성과를 내고 있다”며 1인 1 주식 매입을 선언하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울산에 약 50년간 사업 거점 중 하나인 온산제련소를 운영해 왔다. 또 고려아연은 국내 핵심 기간산업의 주축 중 하나다. 전자·전기,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요 산업에 아연·연·동·은 등 ‘산업의 쌀’ 역할을 하는 기초 원자재를 공급한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연휴 직전인 지난 12일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 및 장형진 영풍 고문 측(약 33.13%)이 MBK에 ‘자기 지분 절반+1주’를 넘기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다음 날인 13일에는 MBK가 오는 10월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를 공개 매수한다고 밝히면서 현 경영진과의 지분 대결이 시작됐다.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은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했고, 영풍그룹 안에서 영풍은 장씨 집안이 고려아연은 최씨 집안이 경영해 왔다. 하지만 최근 주력 사업이 부진한 영풍은 고려아연에 현금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고려아연은 반대로 장기 투자에 나서며 장씨 집안과 거리를 두려 하자 갈등이 생긴 것이다. MBK가 이 분쟁에 가세하면서 우려가 더 커졌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