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원형 그대로, 토요타 랜드크루저 70의 흥미로운 업데이트
지난 2일, 토요타가 새로운 랜드크루저 250 시리즈를 공개했다. 최상위 스테이션 왜건 랜드크루저 300시리즈 아래에 자리할 모델로, 투박하고 각진 오프로더 스타일을 앞세워 사륜구동차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토요타의 신차공개 행사엔 이 모델 외에 1984년형 랜드크루저 70 시리즈가 나란히 서 있었다. 이 차는 랜드크루저의 세대별 변천사를 보여주기 위해 등장한 차가 아닌, 실제 토요타가 판매할 ‘신차’다.
세 줄기로 나눈 랜드크루저 역사
랜드크루저는 현존하는 모든 양산차 가운데 가장 장수한 모델이자, 토요타의 대표 사륜구동 정통 SUV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토요타가 만든 AK10 소형 화물차가 직계 조상이다. 전쟁 후 토요타는 AK10을 밑바탕 삼아 1951년 BJ(B형 엔진 얹은 Jeep라는 뜻)를 생산했다. 랜드크루저의 시작이었다.
랜드크루저라는 이름을 세계 무대에 알린 건 1960년 FJ40을 통해서다. BJ의 후속으로, 토요타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과 맞물려 세계로 뻗어나갔다. 튼튼한 트럭의 뼈대를 가진 만큼 내구성이 뛰어났다. 그래서 도로 환경이 안 좋은 국가에서 인기를 끌었다. 남극 대륙을 정복한 최초의 자동차이기도 하다. 정통 지프 스타일에 직렬 6기통 3.9L 가솔린 엔진 얹고 1984년까지 도로를 누볐는데, 한국에선 1968년 신진자동차가 조립 & 생산한 바 있다.
1980년대를 기점으로 랜드크루저는 ①스테이션 왜건 ②헤비 듀티 ③라이트 듀티 등 세 가지 라인업으로 나눠 역사를 이어갔다. 스테이션 왜건은 1967년 등장한 50 시리즈로 시작해, 1980년 60시리즈, 1989년 80시리즈, 1998년 100시리즈, 2007년 200시리즈, 그리고 현행 300시리즈가 2021년 등장해 랜드크루저 라인업의 플래그십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프 왜고니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역사적 배경이 비슷하다.
헤비 듀티는 1984년 랜드크루저 70 시리즈로 시작했다. 스테이션 왜건이 넉넉한 뒷좌석 공간과 편안한 승차감까지 양립해 북미 시장을 노크했다면, 70 시리즈는 초기 모델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은 2도어 오프로더로 데뷔했다. 70시리즈 역시 2열 도어와 뒷좌석을 갖춘 ‘프라도’라는 파생 모델이 나왔으며, 이 차가 라이트 듀티의 출발점이다. 최근 토요타가 공개한 최신 랜드크루저 250이 직계 후손이다.
1984년 원형 그대로, 랜드크루저 70의 재탄생
최초의 70 시리즈가 등장한지 벌써 40년이나 흘렀지만, 토요타는 이 차를 계속해서 만들 계획이다. 토요타에 따르면, 공식 SNS 채널에 70 시리즈 팬들로부터 많은 댓글을 받았는데, ‘생산을 포기하지 마!’ ‘하나도 바꾸지 마!’와 같은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이에 토요타는 70 시리즈를 업데이트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테이션 왜건과 라이트 듀티 라인업은 세대를 거치며 신기술을 수혈 받아 개선해왔지만, 70 시리즈는 오리지널 아날로그 방식 그대로다. 그 동안 유럽에선 배출가스 인증을 받지 못 해 주로 아프리카 수출 모델로 만들었지만, 이제 새 엔진을 탑재해 일본에서도 올 겨울부터 다시 판매할 계획이다.
디자인은 1984년 초기 모델과 똑같다. 투박하고 터프한 외모와 동그란 헤드램프, 그릴 속 ‘TOYOTA’ 엠블럼이 과거의 향수를 자극한다. ‘툭’ 튀어나온 범퍼, 네모난 펜더, 트렁크 리드에 달린 스페어타이어도 오리지널 그대로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890×1,870×1,920㎜. 휠베이스는 2,730㎜다.
토요타는 오프로드 마니아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듯하다. 실내 역시 ‘Back to 1984’다. ‘돌리고 & 당기는’ 아날로그 공조 장치와 수직으로 떨어지는 센터페시아, 패브릭 시트, 사이드 브레이크가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달라진 건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중앙 모니터와 기어레버 정도. 변속기 옆엔 사륜 로우 기어 등을 조작할 수 있는 레버가 있는데, 가죽 부츠가 향수를 자극한다. 겉모습은 예전 그대로지만, 차선이탈 경고와 오토 하이빔 등을 적용해 안전성 또한 높였다.
새로운 랜드크루저 70은 토요타가 개선한 직렬 4기통 2.8L 디젤 터보 1GD-FTV 엔진을 얹는다. 최고출력은 204마력에 불과하지만, 토크가 좋아 극한의 험로주행에 걸맞다(51.0㎏‧m). 변속기는 6단 자동이며, 토요타에 따르면 높은 토크의 디젤 엔진에서만 가능한 터프한 오프로드 성능을 제공하면서 저소음과 정숙성, 향상된 연비를 구현했다. 이 엔진은 신형 250 시리즈에도 적용하며, 유럽에도 판매할 예정이다.
72년 동안 명맥을 잇고 있는 랜드크루저. 토요타는 랜드크루저의 가치를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랜드크루저가 고장 나면 불편함이 아니라 생명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글 강준기 기자(joonkik89@gmail.com)
사진 토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