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적기행문3] 부여의 어느 여름: 백제 유물 속으로의 여행
8월의 어느 여름 주말이었다.
나는 대학교 비교과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견학지로 선택한 부여박물관에 향했다. 나의 집인 청주에서 대략 2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부여읍의 모습은 오랜만에 봐도 소박하고 정겨운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날은 9시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더웠다.. 터미널에서 박물관까지는 15분정도의 거리였지만, 나는 이 더위를 참고 걷기 시작했다. 걷기 시작한 지 5분 후, 저 멀리 정림사지 오층석탑이 보였다. 단아한 석탑의 모습에서 백제인들의 미학이 돋보였다. 열심히 걸어 도착한 박물관 전시관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부여 송국리 유적의 토기였다. 청동기 시대에 제작된 갈색 둥근 형태의 토기는 아마도 식량이나 곡식을 저장하는 데 사용되었을 것이다. 설명문에 따르면 일본에도 이러한 토기 형식이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이어서 사택지적비를 보았다. 아크릴판에 해석된 글을 읽으며, 인간의 늙어감은 과거와 현재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 비석은 백제 의자왕 시기 인물인 사택지적이 은퇴 후 절에 세운 비석으로, 늙음에 대한 허무함과 그가 불교에 귀의하려 했던 모습이 담겨 있다. 사택지적비는 백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유산이다. 그 다음으로 부여 백제금동대향로를 보았다. 금동대향로의 모습은 우아하고, 신선들이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뚜껑의 입체적인 산과 본체의 연꽃 모양이 특징적이며, 그 위에 있는 동물들 또한 인상적이었다.
다음으로 국립부여박물관의 마스코트인 호자를 만나러 이동했다. 제2전시실의 독보적인 존재감인 이 호자는 호랑이 모양의 휴대용 변기로, 백제 귀족들이 사용했다고 한다. 미간이 벌어지고, 흐릿한 눈과 둥글게 벌어진 입구를 보니 비록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이러한 생김새가 오히려 귀엽다는 생각하였다! 여러 장의 호자 사진을 찍고 불교 전시관(제3전시관)으로 향했다.
구아리 나한상의 얼굴은 나한의 본래 의미와는 다르게 중생을 구제하지 못한 수행자의 모습을 보였다. 이 나한의 얼굴을 보자마자 미국 드라마 로스트(2009)의 권진수가 떠올랐다. 그의 특유의 억울한 얼굴이 생각이 나 웃음을 지어버렸다. 모든 전시실 관람을 마친 후 느낀 것은, 백제의 사람들이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유물들을 통해 백제의 정교하고 부드러운 미학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필름으로 기록되어 과거의 순간들로 형성될 것이고, 미래의 사람들이 이를 보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길 바라는 소망이 일 것이다. 이러한 의식의 흐름 속에서 태양이 내려쏘는 더운 밖으로 나가, 나의 발걸음 재촉하여 부여읍으로 다시 향했다.
너무길어서 세줄요약
1.부여박물관을 방문하여 백제의 유물들을 관람하며 그들의 미학과 역사적 의미를 탐구했음
2.송국리 유적의 토기와 사택지적비, 백제금동대향로 등을 통해 백제 문화를 깊이 이해한 시간이었음
3.과거의 유물들과의 연결 속에서, 미래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느낌
박물관의 많은 유물도 많이 보고왔지만, 설명하면 너무 길어줘서 대표적인 유물만 적었어!
사진
사용한 필름: 후지필름 엑스트라400, 네오판1600(정감도)
촬영에 사용한 카메라: 캐논 eos5 + EF 50mm stm f1.8, 오토보이 루나35
- 참고한 사이트들
1. 구아리 나한상 설명, 국립부여박물관(https://buyeo.museum.go.kr/rprsPsn/view.do?rprsPsnCmdtyMngSn=2001010078&key=2302150017&sc_detailAt=&pageIndex=1&orderBy=regYmd+desc&sw=나한&recordCountPerPage=8)
2. 백제금동대향로 설명, 국가유산청-국가유산포털(https://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pageNo=1_1_1_1&sngl=Y&ccbaCpno=1113402870000)
3. 백제사택지적비 설명, 국가유산청-국가유산포털(https://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jsessionid=DjCv2xitGgUXE8WEPjN7S3kAVfuHhK8trkWb1abMd4HCS59hvj4PwNlRalgmGcjt.cpawas_servlet_engine1?VdkVgwKey=21,01010000,34&pageNo=1_1_1_0)
4-1. 호자상 마스코트와 관련된 이야기, 국립부여박물관 마스코트라는 '이것'의 정체? -> 크랩(KBS)
4-2. 호자일기링크모음, 백제문화플랫폼 (https://buyeo.museum.go.kr/baekjeplatform/bbsctt/view.do?key=2105250015&bbscttSn=2403280002)
부여박물관 주소: 충남 부여군 부여읍 금성로 5
여는 시간: 화-일 09:00분~18:00분까지(월요일 휴무)
혹시 글의 오류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다음 글에 쓸 좋은 양분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