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총선백서···참패 요인으로 당정 관계·이조심판론 지적
국민의힘이 22대 총선 참패 원인과 책임을 기술한 총선백서를 28일 공개했다. 지난 4·10 총선이 끝난 후 200여일 만이다. 백서는 용산발 리스크를 잘 관리하지 못한 불안정한 당정 관계와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한동훈 대표가 내세운 시스템 공천·이조심판론 등을 총선 패배 원인으로 꼽았다. 한 대표는 “평가는 국민이 하시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총선백서특별위원회는 이날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의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백서를 보고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이 붙은 백서는 총선 패배 원인으로 ‘불안정한 당정 관계’를 우선 짚었다. 백서는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이종섭)호주대사 임명, (황상무)시민사회수석 발언 논란, 의대 정원 정책, 대파 논란 등 연이은 이슈가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였지만 당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함께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위의 이슈들에 대해 당은 정부 기조를 따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건강하고 생산적인 긴장감이 조성되지 못했다”고 했다. 특위 설문조사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친 이슈를 묻는 질문에 ‘이종섭·황상무 이슈’가 8.90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고, 이어 대파 논란(8.75점), 김 여사 이슈(8.51점) 등 순이었다.
총선 직전인 4월1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한 지적도 담겼다. 백서는 “의대 정원 이슈에서 당 지도부가 모든 의제를 열어놓고 대화를 시작할 것을 대통령실에 제안했고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국 당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대국민담화 직후 후보자들 사이 ‘이제 끝났다’라는 절망이 팽배했고 민심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정갈등이 집중 부각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싸우지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선거가 끝났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했다.
지난 7·23 전당대회 과정에서 드러난 한 대표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도 언급됐다. 백서는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실 모두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으며 원활하지 못했던 당정 관계가 주요 패배 원인이었음을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확인해줬다”고 평가했다.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한 대표가 내세운 시스템 공천과 이조심판론도 총선 패배 원인으로 들었다. 백서는 “총선 업무를 총괄한 사무총장(장동혁 의원) 스스로 ‘반쪽짜리 시스템 공천’이었다고 평가했다”며 경선·결선 기준, 현역의원 재배치 등에 대한 일부 출마자의 불만이 있었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공천의 절차적 하자, 총선 막판에 불거졌던 비례대표 ‘사천 논란’도 언급됐다.
이조심판론을 두고는 “집권여당의 선거전략으로 적절하지 못했다고 판단되며 오히려 선거를 정권심판론에 가두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전략 관련 특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조심판론이 선거운동에 도움이 됐다고 답한 비율은 18.2%였다. 백서는 “결과적으로 힘 있는 여당의 이점을 살린 공약 부재로 이조심판론과 같은 다른 정치 이슈가 중심이 돼버리는 등 ‘공약 없는 선거’로 진행된 것은 집권여당으로서 굉장히 뼈아픈 실책”이라고 짚었다.
지난 4·10 총선 패배 이후 출범한 총선백서특위는 당초 6월 말~7월 초 백서 발간이 목표였지만 지난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발간 시점이 논란이 되면서 발간이 지연됐다. 일각에선 비대위원장으로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한 대표가 당대표가 되면서 발간이 더 늦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평가는 백서가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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