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MZ기자가 본 영화 '암살자(들)' 솔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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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는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역사적 사건을 영화로 만든 것은 '암살자(들)'만은 아니다.
적어도 기자에게 '암살자(들)'은 1974년의 사건을 정치적 문제로 받아들이게 한 영화가 아니라 '그날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남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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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는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8·15 기념식에서 육영수 여사가 피격되는 현장을 목격한 신입기자 영일(이민호 분), 행사장 경호를 담당했던 중부경찰서 경감 철구(유해진 분), 사건의 이면을 좇는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박해일 분)이 사건을 둘러싼 의문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시간10분의 러닝타임동안 관객들도 세 사람을 따라 사건의 단서를 하나씩 추적하게 된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운은 길게 남았다. 영화가 하나의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끝났기 때문이다. 사건을 추적하던 기자와 형사는 여러 가능성과 마주하지만 끝내 무엇이 진실인지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동안 이들을 따라 사건을 추리했다면, 영화가 끝난 뒤에는 오히려 '그래서 그날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궁금증이 남았다. 영화에서 보여준 내용 가운데 실제 기록으로 확인되는 것은 무엇이고, 어디서부터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진 것인지 찾아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이 영화가 왜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1974년은 지금으로부터 50년도 더 전이다. 20대인 기자에게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은 직접 경험하거나 기억하는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 학교에서 배우거나 각종 기록을 통해 접한 역사에 가깝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둘러싼 당시의 정치적 기억 역시 기자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면서도 이것이 어느 정치세력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판단할 수 없었다. 아예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영화 속 기자와 형사가 하나씩 의문을 제기할 때마다 '실제로도 이런 의문이 있었나', '당시 기록에는 어떻게 남아있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영화가 어떤 정치적 주장을 담았다기보다 지나간 역사적 사건을 되짚어보는 계기로 여겨졌다.
역사적 사건을 영화로 만든 것은 '암살자(들)'만은 아니다. 영화 '가비'도 1896년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아관파천을 배경으로, 고종이라는 실존 인물과 당시의 정치 상황에 고종 암살작전과 가상의 인물들을 결합했다. 실제 역사에 기록된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허구의 서사를 만든 것이다. 물론 '가비'와 '암살자(들)'이 역사를 다루는 방식이나 허구를 더한 정도까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는 점에서는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
100여년 전 고종을 둘러싼 사건과 50여년 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사이에는 분명한 시간적 차이가 있다. 특히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은 사건을 직접 기억하거나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단순한 역사적 소재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기를 경험하지 않은 20대인 기자에게는 '가비'나 '암살자(들)'이나 그냥 역사적 사건에 불과하다.
그런데 유독 이 영화에 대한 논란은 이상하게 정치적 색깔론으로 흐르고 있다. 제작사와 주연배우들까지 고초를 겪고 있다. 주연배우가 출연한 광고에 대해 계약해지를 요구하는가 하면, 감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지어 영화 상영중단을 주장하는 이도 있다. 확인되지 않은 가설을 실제 사건에 끌어들인 영화의 선택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영화비평가들이 영화를 평가한 것이나 영화배우들을 사잡아 비판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적어도 기자에게 '암살자(들)'은 1974년의 사건을 정치적 문제로 받아들이게 한 영화가 아니라 '그날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남긴 영화였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확인하기도 전에 영화는 정치적 소품으로 전락하기 시작했고, 진실 규명에 대한 역사적 과제가 묻혀버리는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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