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전의 막이 오르면서 시장의 시선은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쏠리고 있다. 특히 지상 무기 체계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는 유일한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지상무기 패권 강화의 핵심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일 풍산 탄약사업부(방위산업 부문) 매각을 위한 비공개 입찰에 참여해 최종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가격은 1조원 중후반대 수준으로 거론된다.
한화에어로가 인수 후보로 부상한 이유는 지상 무기 체계의 수직계열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는 K9 자주포와 천무 등 무기 플랫폼을 생산하고 있어 재래식 탄약 등 소모품과 결합했을 때 '종합 패키지' 판매가 가능하다.
특히 탄약과 포신 기술을 통합 관리하면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반면 경쟁 후보로 거론되는 LIG넥스원과 현대로템은 인수 동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도무기 전문인 LIG넥스원은 재래식 탄약과의 접점이 낮고 현대로템 역시 전차 중심의 구조상 풍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곡사포탄과 소구경 탄약과의 연계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한화에어로가 인수가를 무리하게 높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동관 부회장을 필두로 그룹의 지향점이 우주항공과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매입하며 항공우주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재래식 탄약사업부를 고가에 인수할 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풍산 측이 오너 3세인 류성곤 부사장의 미국 국적 문제로 방위사업법상 승계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몸값이 낮아질 때까지 한화가 느긋한 행보를 보이며 인수가를 조율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금 7조'의 여유+FI 지원군 든든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말 연결 기준 7조7133억원, 별도 기준 4조2174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현금만으로도 인수자금 조달이 가능할 정도이지만 인수전에 단독으로 참여하기 보다는 금융 계열사와 재무적투자자(FI)를 동원해 리스크 분산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룹 산하 한화생명, 한화자산운용 등이 직접 지분을 출자하거나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이다.
한화생명이 지분 15%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센트로이드PE도 우군으로 거론된다. 센트로이드PE는 2025년 기준 2조7000억원의 총 운용자산(AUM)을 보유하고 있어 한화에어로의 자금조달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
센트로이드PE가 테일러메이드 매각 등 까다로운 대형 딜을 수행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풍산의 방산부문 매각 역시 물적·인적 분할에 따른 소액 주주들의 반발을 넘어야 하고, 방위사업법상 정부 승인 등 난관이 많기 때문이다. 센트로이드PE의 전문성이 거래의 복잡함을 푸는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딜은 철저히 전략적투자자(SI) 중심의 딜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방위사업법 제35조에 따라 방산업체의 경영권이 변동될 때는 산업통상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와 방위사업청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사실상 정부가 인수자의 자격을 결정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통해 최대한 빠른 기간 내에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PEF)가 안보와 직결된 방산업체 지분을 매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신 PEF 등 FI가 SI인 한화에어로를 보조하며 자금을 분담하는 조연 역할은 가능하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가 경영권을 갖는 대주주로서 정부 승인을 받고 한화생명·센트로이드PE 등이 FI로 참여해 지분 20~40% 정도를 채워주는 방식은 한화 입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신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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