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0대 사망 뒤엔…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있었다
서울 강남 한 고층건물에서 10대 여학생이 추락해 숨졌다. 이 여학생은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건 당일 갤러리에서 활동했던 다른 남성을 만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남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무서워서 쨌다(도망쳤다)”며 갤러리에 글을 올렸는데, 함께 극단적 선택을 모의한 정황도 담겼다.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을 해온 A양은 사건 당일 갤러리에서 활동하던 B씨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둘은 갤러리에서 알게 된 사이로, 함께 극단적 선택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에는 B씨로 추정되는 이가 올린 글이 남아있다. B씨는 전날 오후 1시32분쯤 ‘실시간 OO이, 무서워서 쨌어’라는 글을 올렸다. B씨 본인의 휴대전화 화면을 캡처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도 첨부했는데, 해당 사진엔 A양으로 추정되는 이의 ‘ㅃㄹ왕’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떠 있었다. ‘쨌다’는 ‘도망갔다’의 은어고, ‘ㅃㄹ’는 ‘빨리’란 뜻이다.
B씨는 오후 1시48분 조금 더 구체적인 글을 올렸다. B씨는 ‘플랜세운거 다하고 뛸려했는데’라는 제목의 글에서 “고급 소고기 먹고 노래도 부르고 겜도 하고 이야기로 한 다 풀고 가려 했는데 너무 다 무시하고 그냥 바로 뛰자고 했다”며 “준비도 안 된 상태라 무서워서 추노뛰었다(도망갔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B씨에게 자살방조죄의 혐의가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극단적 선택을 할 장소와 방법 등을 논의했고 이 같은 내용이 증거로 남아있으면 자살방조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이 건의 경우 방조의 여지가 있다”며 “극단적 선택을 위해 장소를 물색하고 방법을 얘기하는 행위는 방조 행위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는 그간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2019년엔 고양이를 학대한 뒤 살해하고 이를 인증한 사진이 올라왔다. 당시 이 사건을 경찰에 고발한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글 작성자는 ‘고양이 살해 4마리째’라는 제목의 글에 고양이가 죽어 있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엔 피와 털이 묻은 칼과 ‘브이’ 모양을 한 손이 찍혀 있었다.
지난해엔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여성 유저를 ‘능욕’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 주간지 ‘시사인’의 지난해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라이브 방송 중인 여성 유저의 얼굴을 캡처하거나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셀카를 저장한 뒤 ‘능욕’글을 쓰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을 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이 더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유저는 이날 ‘한두명이 죽은게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비슷한 일들 몇 번이고 있었다”며 “뉴스 몇 개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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