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렌즈 업체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해외 시장으로 확장 중인 국내 콘택트렌즈 산업을 조명한다
국내 콘택트렌즈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아큐브로 유명한 존슨앤드존슨을 비롯해 아콘, 바슈롬, 쿠퍼비전 등 기능성 위주의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시장의 과반 이상을 장악한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인정받거나 K뷰티와 결합한 컬러렌즈를 앞세워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특히 K컬처의 파급력이 큰 아시아를 기반으로 유럽과 중동, 북미로 뻗어 나가는 양상이다.
4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콘택트렌즈 수출 규모는 2억1226만 달러로 집계됐다. 총 1억7834만 달러를 기록한 2020년과 비교해 19% 증가한 수치다. 2020년 당시 코로나19로 외출이 줄어 렌즈 수요가 주춤했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국내 콘택트렌즈 업체들은 K팝 아티스트 IP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내 컬러렌즈 오렌즈 운영사 스타비젼은 2023년 뉴진스를 브랜드 앰버서더로 발탁해 올해로 3년차를 맞았다. 이는 앞서 2022년 말 일본 할인점 돈키호테 점포 200여곳에 입점하며 한국 브랜드로는 최초로 일본에 진출한 것과 맞물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현재 일본과 중국은 물론 호주, 미국, 아랍에미리트 등 2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스타비젼은 글로벌 수요에 힘입어 5년 연속 외형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2020년 721억원에 그쳤던 연결 기준 매출은 지난해 112.8% 증가한 1537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3억원에서 538억원으로 251.6% 늘었다.
세계 무대에서 스타비젼의 경쟁력은 몸값으로도 증명됐다. 올해 1월 유럽계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CVC캐피탈파트너스는 스타비젼의 기업가치를 6000억원 후반대로 책정하고 지분 49%를 인수, 창업주 박상진(51%) 대표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섰다. 기업가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10배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국외 자본의 유입으로 스타비젼의 해외 시장 진출은 탄력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CVC는 인수와 동시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유럽, 중동, 미주 등 CVC가 보유 중인 글로벌 네트워크와 소비재 기업과의 파트너십 노하우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고유의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업체도 있다. 인터로조는 아이유와 손잡고 전개하는 자체브랜드 클라렌과 함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영위하며 전 세계 100여개 국가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금형제작 및 사출, 원료배합 측면에서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터로조는 당사 기술력을 집적한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를 독자 개발, 관련 시장에 진입하며 글로벌 날개를 달았다. 그 결과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158억원 중 해외 비중은 86.3%에 달했다. 2021년만 해도 66.1% 수준이었지만 3년 만에 20%p를 끌어올렸다.
인터로조는 현재 유럽 콘택트렌즈 유통사와의 공급 계약을 앞두고 막바지 임상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이 내년 초 나올 것으로 예상돼 판로를 대폭 넓힐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FDA 승인이 나고 나면 OEM 방식으로 북미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장원영 렌즈로 잘 알려진 컬러렌즈 브랜드 하파크리스틴을 운영하는 피피비스튜디오스는 지난해 북미에 둥지를 트고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있다. 2024년 2월 미국 LA 멜로즈 애비뉴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연 후 11월 마이애미 원우드에 2호점을 연이어 오픈하는 등 본토 공략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하파크리스틴은 미국·일본 등 전 세계 7개국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데 국내 코스메틱 브랜드와 연계한 공간 마케팅이 특징이다. 마이애미 매장을 K뷰티 체험 공간으로 기획한 것이 일례로 회사는 이곳에 티르티르와 협업한 '티르티르 코스메틱존'을 마련했다. 검안이 필수인 현지 렌즈 구매 절차상 고객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매장에 머무는 1시간가량을 K뷰티 체험의 시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 아래 구현됐다. 하파크리스틴의 컬러렌즈가 한국 코스메틱 문화의 일환이라는 인식을 주고 K뷰티와 연계한 수요를 잡으려는 전략이다.
피피비스튜디오스의 경우 앞선 두 업체보다 덩치는 작아도 마케팅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산업의 성장기에는 인지도를 넓히는 게 수익성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이 회사의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24.5% 증가한 490억원을 기록했다. 스타비젼과 인터로조가 각각 1000억원대 매출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광고선전비에 쏟은 금액은 84억원으로 77억원을 쓴 스타비젼과 23억원(해외시장개척비 포함)을 쓴 인터로조를 따돌렸다.
K렌즈의 활약은 K뷰티 신드롬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K콘텐츠로 노출되는 K팝 스타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스킨케어와 색조에 이어 컬러렌즈까지 소비자들의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점유율로만 보면 아직 1% 내외에 불과하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특히 글로벌 콘택트렌즈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에서 한국산 콘택트렌즈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Global Trade Atla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의 주요 콘택트렌즈 수입국 중 한국은 31만달러로 11위를 기록했다. 2021년 24만달러, 2023년 28만달러에서 성장을 거듭한 수치다.

하파크리스틴의 LA 플래그십 매장 내부 전경. / 사진 제공 = 피피비스튜디오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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