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냉전시대에 중국 탁구선수와 스웨덴에서 몰래 혼인신고 해버린 국가대표

“처음 본 순간, 서로에게 마음이 갔어요”

1984년 가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한국 대표 안재형과 중국의 간판스타 자오즈민은 국제대회에서 처음 마주쳤다.

서로 다른 언어, 다른 나라, 냉랭한 시선 속에서도 두 사람은 금세 호감을 느꼈다.

안재형은 연하라는 사실이 들킬까 봐 두 살 속였고, 자오즈민은 ‘믿음직한 사람’이라며 마음을 열었다.

두 사람은 국제대회를 통해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갔다. 연락처는 기억 속에 저장했고, 편지는 짜장면집 주인이 번역해줬다.

냉전의 시기였고, 한국과 중국은 수교도 안 된 상태였지만, 그들의 마음은 언어보다 앞서 있었다.

스캔들, 대립, 그리고 끝내 지켜낸 사랑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조용히 지나가지 않았다. 일본 언론에 의해 열애가 보도되면서, 안재형과 자오즈민은 졸지에 ‘국제 스캔들’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한국과 중국은 적성국가였고, 두 선수는 각국의 집중감시 대상이 됐다. 경기는 곧 전장이었다.

1987년 뉴델리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서로 적으로 만나 혼합복식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자오즈민의 서브를 제대로 받지 못하던 안재형의 모습은 “사랑의 패배”라는 말까지 낳았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숙소에서 몰래 데이트를 이어온 둘.

양국의 관계가 민감했던 시절, 두 사람은 몰래 상견례를 하고, 제3국 스웨덴에서 혼인신고를 마친 뒤 1989년 12월 서울에서 전통혼례를 올렸다.

결혼식엔 500명이 넘는 하객이 참석했고, 국제올림픽위원장 사마란치는 직접 선물을 보냈다.

세계는 국경을 초월한 사랑에 주목했다.

다시 함께, 제2의 신혼

결혼 후 자오즈민은 중국에서 사업가로 성공했고, 안재형은 아들 안병훈을 위해 미국 PGA 투어를 따라다니며 캐디 역할까지 도맡았다.

약 20년간 떨어져 살았지만, 최근 다시 함께 서울에서 지내며 "매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서대문구에 탁구클럽을 열고, 여전히 탁구와 사람을 중심으로 살아간다.

말보다 마음으로 통하고, 갈등보다는 이해로 지낸다는 부부.

이들의 러브스토리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시작된 따뜻한 연결의 시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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