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된 집, 창문까지 싹 다 부쉈더니?! 못 알아보겠네요..

도면 before

도면 after

크고 작은 구조 변화가 있었는데 가장 큰 변화는 거실과 주방 사이에 있던 벽을 허문 것입니다. 거실과 이어지는 식탁이 있는 방의 문도 텄습니다. 반대로 안방에는 오히려 가벽을 쳐서 복도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Intro_

저희 집은 1960년대에 지어진 제법 늙은 집입니다. 1962년부터 2016년까지 54년간 운영한 연탄공장의 사무실 겸 기숙사로 사용하다가 연탄공장이 문을 닫은 이후로는 청과물 가게가 들어왔던 건물입니다. 2층 양옥인데 당시로서는 꽤 신경 써서 지었지만 세월을 정통으로 후드려맞은 흔적이 물씬 느껴지는 집이었습니다.

저희 집에 견적을 내러 온 인테리어 업체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두르고 가곤 했습니다. 여기서 남편은 또 한 번의 큰 결단을 내립니다. 인테리어 업체 없이 셀프로 시공하겠다는 결단이었죠. 대신 남편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두 명이 디자인과 감리 작업을 함께 담당해 주기로 합니다. 그렇게 남편과 두 디자이너의 힘든 여정이 시작됩니다. 집 내부 철거에 꼬박 6일이 걸렸고 목공 작업에만 2주가 걸리는 대공사였습니다. 그 여정의 결과를 찬찬히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외관 Before

원래 계획은 기존 외관의 빈티지한 느낌을 살리면서 최소한으로 보수하는 것이었는데 보수할 곳이 너무 많아 ‘최소한’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오래된 집이라 단열이 취약하기도 해서 공사를 진행하던 중에 외단열을 하고 스타코 작업을 하기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외관 After

아무래도 예산은 좀 더 들었지만 외관이 아주 멀끔해졌고 내단열과 다르게 외단열은 내부 공간이 좁아질 일이 없어 집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워낙 드라마틱한 변화였기 때문에 이전 건물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새로 건축한 건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가끔 집 밖을 나설 때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카페 들어오려나 봐” 하고 얘기할 때 괜히 으쓱해집니다. 물론 카페를 운영할 계획은 없지만요.

현관 Before

현관 After

옛날 집이다 보니 현관이 워낙 좁았습니다. 현관을 대폭 확장할 방법도 찾아봤지만 쉽지 않아 기존 크기를 거의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조그마한 현관이지만 디자이너가 추천해 준 귀여운 모찌 조명으로 포인트도 주었습니다. 그리고 현관 옆에 일괄 소등 스위치를 설치해서 외출할 때 모든 전등을 쉽게 끄고 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거실과 접한 벽면은 허물어 아래에는 신발장을 만들고, 위에는 반투명 유리를 사용해서 좁은 현관에 개방감을 더하면서도 거실 공간과 적절히 분리되도록 했습니다. 신발장 위 공간은 거실 쪽에 위치해서 이것저것 올려두기 좋습니다. 현관과 거실 둘 다 넓지 않았기 때문에 신발장 공간은 현관에서 쓰고 그 윗 공간은 거실에서 쓰는 식으로 공간을 사이좋게 나누었습니다.

거실 Before

거실 After

기숙사로 쓰던 건물이라 그런지 평수에 비해 방이 많고 거실은 좁은 형태였습니다. 답답한 느낌을 줄이기 위해 벽면은 도배를 하되 무몰딩 도배를 했고 걸레받이도 가장 얇은 것을 사용하여 시선이 공간을 훑을 때 방해물 없이 부드럽게 연결되도록 했습니다. 남편의 로망이었던 라인조명과 실링팬도 설치했습니다. 특히 라인조명은 어플로 밝기 조절뿐 아니라 주광색-주백색-전구색 등 색을 선택을 할 수 있어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에어컨은 목공 작업을 하는 김에 천장형으로 깔끔하게 매립했습니다.

소파와 커튼은 오늘의집에서 구매했습니다. 특히 소파는 디자인이 깔끔하고 적당한 탄성과 보들보들한 촉감으로 세 식구 모두 만족하며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이동식 TV를 살 계획이었기 때문에 거실에 TV는 설치하지 않았고 대신 디자이너 추천으로 흔하지 않게 에탄올 램프를 설치했습니다. 매립 공간을 고려하면 벽면이 상당히 앞으로 당겨지기 때문에 버리는 공간이 발생하게 되어 나름 큰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라도 에탄올 램프를 설치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어둑어둑한 밤에 에탄올 램프를 켜는 것 하나만으로 공간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일반 벽난로와 달리 연기 없이 불멍할 수 있어 좋은데 저희 집 고양이가 제일 불멍을 즐깁니다. 에탄올 램프 밑에는 대리석으로 받침대를 제작해서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벽면을 심플하고 비싸게(!) 꾸며보았습니다. 소파 테이블에도 목공소에서 직접 제작한 나무 테이블 위에 동일한 색의 대리석을 올려 통일감을 추가했습니다.

에탄올 램프 설치로 버려질 뻔했던 공간에는 남편의 아이디어로 자투리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조명을 매립해둬서 멋있는 오브제를 놔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방 Before

주방 After

주방과 거실 사이에 있던 벽면을 터서 공간을 시원하게 개방하였습니다. 디자인을 두고 남편과 함께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웠던 공간이 바로 이 주방입니다. 일자냐 ㄱ자냐 11자냐 창문은 그대로 두냐 위치를 옮기냐 막아버리냐 인덕션과 싱크볼의 위치는 어디로 잡을거냐 등등 고민거리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치열한 고민에 실수가 더해져 꽤 괜찮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주방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냉장고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디자이너가 일자와 ㄱ자, 11자로 각각 디자인을 해서 보여줬는데 11자 형태가 가장 깔끔하면서도 수납이 충분해 보여 11자로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냉장고 크기를 고려해 좌우 균형을 맞추어 수납장을 짜다 보니 인덕션과 싱크볼을 일직선에 놓기 어려웠는데요, 후드를 벽면에 설치하는 게 더 간편했기 때문에 후드와 인덕션을 벽면 쪽 싱크대에 설치하고 싱크볼은 아일랜드에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있던 창문은 디자인을 위해 과감하게 메워버렸습니다. 전반적으로 배치가 일반적이지 않아 신선한 느낌을 주는 듯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실수를 고백하자면 제가 프리스탠딩 냉장고를 세미 빌트인으로 착각했다는 것입니다. 세미 빌트인보다 프리스탠딩 냉장고가 용량이 커서 폭도 더 깊은데 그 크기에 맞추다 보니 뜻하지 않게 광폭 싱크대를 얻게 되었습니다. 싱크대를 다 짜고 냉장고가 배송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정말 당황했지만 그 덕에 요리할 때 이것저것 놔둘 공간이 충분해서 편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덕션은 구매대행으로 디트리쉬 제품을 구매했고 후드는 싱크대 안에 매립했습니다.

다이닝룸 Before

다이닝룸 After

저희 집에서 주연을 담당하고 있는 공간 다이닝룸입니다. 현관을 열고 들어오면 제일 먼저 마주하게 되는 식탁방입니다. 원래 있던 미닫이문을 제거하고 인방을 철거해서 거실과 연결되는 듯하면서도 공간이 완전히 열려있는 건 아니어서 적당한 개방감과 적당한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여기에 간접등을 설치해 따뜻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둥근 나무 식탁과 수납장은 디자이너가 디자인하고 저희 옆집에 있는 목공소 선생님께서 직접 제작해 주셨습니다. 맞춤 가구여서 찰떡같은 느낌이 있죠.

그리고 식탁 위 조명이 이 집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집에 불이 나면 남편과 고양이, 지갑, 그리고 이 조명을 챙겨서 나갈 것 같습니다. 양정모 작가의 한지조명인데 처음에 디자이너가 추천할 때만 해도 남편과 저는 반신반의하며 주문했다가 한 번 취소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디자이너가 확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 재주문했고 이 조명을 통해 공예품이 주는 즐거움에 대한 인식이 조금 생긴 것 같습니다. 아름답다는 감정을 참으로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침실 Before

침실 After

인테리어를 준비하며 유튜브에서 무아 연구실 TV를 즐겨봤는데 이 채널에서 여러 번 강조했던 것 중 하나가 침실의 위요(圍繞)였습니다. 안방 문을 벌컥 열었을 때 잠자는 공간이 곧바로 침해받지 않도록 완충지대를 만들어주는 것이었죠.

남편이 잠귀가 밝고 폐쇄된 공간에서 자는 걸 좋아해서 안방 디자인은 위요를 최우선으로 고려했습니다. 처음에는 침대 옆에 책장을 두거나 루바를 설치하는 방법 등등을 구상했는데 무아연구실 TV의 다른 영상을 보다가 복도를 만든 디자인에 착안하여 우리도 복도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복도 끝에는 원래 있던 창문을 픽스창으로 바꾸어 채광을 살렸고 거실에 썼던 것과 동일한 대리석을 활용하여 디자인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줬습니다.

복도 끝 안방 출입문은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하여 문이 열리는 시차를 두었고 이로써 위요의 목적을 좀 더 충실하게 달성하였습니다. 시공하러 오시는 분들이 “이 집은 미로를 만들어 놨다”라고 얘기하셔서 목적을 초과 달성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침대 옆에는 남편의 아이디어로 책이나 작은 소지품을 놓아둘 수 있는 귀여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복도를 만들었더니 안방이 아늑해져 버려 수납공간은 침대 양측에 조그마한 서랍만 두었고 그래도 침대는 큰 걸 쓰고 싶어 라지킹 사이즈를 두었습니다. 침대 프레임과 서랍장 모두 목공 작업을 해주신 목수분이 직접 제작해 주셨습니다.  침실 안쪽에는 간접등을 설치해서 침실의 아늑함을 더했습니다. 잠이 아주 잘 오는 침실입니다.

그리고 남편의 또 다른 로망 실현을 위해 무려 프로젝터 스크린을 매립했습니다. 원래는 남편이랑 영화관에 자주 가곤 했는데 요즘에는 거의 발길을 끊었습니다.

안방 화장실 Before

습식 공간에는 남편이 목욕을 좋아해 큼지막한 조적 욕조를 만들었고, 목욕하고 나오면 추우니 온풍 기능이 있는 휴젠뜨를 천장에 설치했습니다. 휴젠뜨는 온풍 제습 환풍 바디드라이 기능까지 같이 있어서 저는 머리 감고 말릴 때 드라이 기능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용 화장실 Before

공용 화장실 After

안방 화장실을 소개했으니 거실에 있는 공용 화장실도 소개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안방 화장실은 남편의 취향을 반영해 호텔 느낌으로 꾸몄다면 공용 화장실은 저의 취향을 반영해 좀 더 발랄한 느낌으로 만들었습니다.

귀엽게 생긴 원통형의 세면대와 해바라기 샤워기를 설치했습니다. 그렇지만 공용 화장실의 포인트는 뭐니 뭐니 해도 삼각형의 거울장이 아닌가 합니다. 거울이 세면대 측면에 비스듬하게 있어 독특한 느낌을 주면서도 수납장의 존재가 가려져 좁은 욕실이 넓어 보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저는 그저 발랄한 느낌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디자이너가 기가 막히게 풀어내어 이 부분에서는 정말 감탄했습니다.

오피스룸 Before

오피스룸 After

오피스룸에서 아직 업무를 본 적은 없지만 간이 서재 겸 손님방 느낌으로 꾸며보았습니다.

책상과 책장은 목수분이 제작해 주셨고 역시 페인트 칠로 마무리했습니다. 책상 위에는 기다란 조명으로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방 뒤편에는 원래 있던 붙박이장을 정비해서 이불장을 만들었고 옆면은 철거하면서 숨겨져 있던 벽장을 발견한 곳이었는데 헐고 깔끔한 수납장으로 다시 제작했습니다.

Outro_

거의 건축에 가까운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별일이 다 있었습니다. 저는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 중간에 나자빠졌기 때문에 끝까지 버텨낸 남편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남편에게 이 집은 낳고 기른 새끼 같은 존재인 반면 저에게는 애정 어린 눈으로 옆에서 크는 모습을 본 조카 같은 존재이지만 그래도 "너 애기 때 내가 업어키웠다!"라고 생색내며 집을 아껴주고 잘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집의 조물주 역할을 해 준 두 디자이너에게 감사하다는 얘기를 꼭 해주고 싶습니다. 인테리어 막바지에 깊이 상한 그 얼굴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디자이너 인스타 아이디 : workshopp.seou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