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품 사고, 지역 업체에 일 맡겨 ‘반전’ 노린다 [커버스토리]

장병진 2026. 2. 2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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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인천과 벌어지는 GRDP 격차
2024년 부산 GRDP 121조 원
인천 126조보다 5조가량 떨어져
공공부문 지역 업체 계약률 60%
민간 건설 하도급 70%로 상향 등
부산시, 지역 상품 구매 확대 통해
부가가치 2조 원 이상 증대 기대
R&D 투자, 양질 일자리 발판도
부산시가 지난 10일 지역 내 총생산을 높이기 위해 지역상품 우선구매 업무협약식을 진행했다. 부산시 제공
인천에 역전당한 부산의 경제 규모(GRDP·지역 내 총생산)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특히 미래 먹거리를 선점한 인천의 가파른 성장세에 비해, 부산은 주력 산업인 건설업과 내수 시장의 부진으로 성장 동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부산시는 2026년을 지역 경제 순환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지역 자본의 역외 유출을 막아 약 2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부산 경제, 인천과의 격차 고착 우려

23일 국가데이터청의 ‘2024년 지역소득’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GRDP는 약 121조 원으로 인천(126조 원)과의 격차가 약 5조 원까지 벌어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 근소한 차이로 제2의 도시 위상을 다투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추격이 버거운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성장률이다. 인천이 바이오와 반도체 수출을 앞세워 3%대 성장을 기록할 때, 부산은 1.5%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부산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건설업의 부진이 뼈아프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민간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지역 내 생산 지표를 끌어내린 것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고용률 증가율 1위(68.4%)를 기록하고 역대 최대 규모인 8조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경제 체질 개선에는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거시적 성과가 정작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주머니로는 흘러 들어가지 않는 낙수효과 미흡이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역에서 돈이 돌아야 산다

부산시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역 상품 구매 확대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지역 내 예산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한 번만 더 회전해도 생산유발효과는 3.5배 이상 증가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른 것이다.

부산시가 참고로 삼은 모델은 영국의 ‘프레스턴 모델’이다. 쇠락하던 공업도시 프레스턴은 공공기관 조달 물량을 지역 기업에 집중시키는 전략으로 지역 내 지출 비중을 5%에서 25%까지 끌어올렸다. 그 결과 취업률은 80%대로 급증했다. 지역의 경제가 살아나니 덩달아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9%나 상승했다.

서울과 인접해 부의 외부 유출이 손쉬운 인천 역시 역외 소비 유출을 방어하며 경제 규모를 키운 경험이 있다. 부산시가 이번에 내놓은 전략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단순한 기업 지원을 넘어 부를 지역 내에 가두는 ‘커뮤니티 부의 구축’(CWB) 전략이다.

■2조 408억 원 어떻게 실현하나?

부산시는 이번 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현재 41.5% 수준인 공공부문 지역업체 계약률을 60%까지 끌어올리고, 민간 건설 현장의 지역 하도급률을 7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부산시가 한국은행 부산본부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를 적용해 분석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기대 이상의 파급효과를 예고하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시가 설정한 공공부문 지역 계약률과 민간 하도급 목표치를 달성할 경우 지역 내 총 구매액은 현재보다 2조 5510억 원이나 수직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부산 지역의 부가가치 창출력을 나타내는 유발계수 0.8을 적용하면, 실제 지역 경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부가가치 확대 규모는 무려 2조 40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히 자금이 순환하는 수치를 넘어, 지역 예산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안에서 한 바퀴 더 회전할 때마다 생산유발효과가 3.5배 이상 증폭된다는 경제 법칙이 작용한 결과다. 결국 이 2조 원의 부가가치는 부산 기업의 새로운 R&D 투자와 양질의 청년 일자리로 치환되는 경제 선순환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생 등급제’와 용적률 인센티브

계획의 핵심은 실효성이다. 이에 따라 시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예고했다. 시는 민간 건설사가 지역 업체와 70% 이상 하도급 계약을 맺을 경우 골든(Golden) 등급을 부여하고, 전국 최고 수준의 용적률 우대와 인허가 기간 단축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반대로 40% 미만인 사업장은 데인저(Danger) 등급으로 관리한다.

공공부문에서는 ‘지역업체 수주 하이패스’를 추진한다. 상반기 내에 건설 예산의 70% 이상을 조기 발주하고, 수의계약 시 지역 업체를 우선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또한, 지역 상품 전용 공공구매 플랫폼을 구축해 소위 몰라서 못 사는 구조를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지난 10일 부산지방조달청 등 정부 기관, 부산 소재 공공기관, 16개 구·군, 대학·금융기관, 지역 경제단체, 주요 지역 언론사 등 총 140여 개 기관과 함께 ‘지역상품 우선구매 업무협약식’을 개최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관공 상생 연대를 공식 선포했다.

박형준 시장은 “지역 상품 구매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내 이웃의 일자리를 만들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경제 정책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