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해서 상담받으세요”…유명무실 가격표시제, 실효성 논란 여전

헬스장·수영장 가격·환불 소비자 분쟁에도 ‘변동’ 수두룩, 필라테스·요가 ‘사각지대’
ⓒ르데스크

헬스장이나 수영장 등 체육시설업 가격표시제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육시설의 경우 가격이나 환불 기준 등을 놓고 소비자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가격표시제 실효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매장 수가 급증하고 있는 필라테스와 요가 등의 업종은 가격표시제 적용조차 받지 않는 등 소비자 피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회원권을 결제한 이후 환불 없이 폐업하는 이른바 먹튀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례가 속출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명무실 가격표시제…헬스장·수영장 등 체육시설 가격은 ‘변동’

직장인 왕선영 씨(26·여)는 “최근 헬스장을 다녀보려고 여러 시설을 검색해봤지만 가격을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없었다”며 “대부분의 시설은 매장에서 직접 상담한 후에 알려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왕 씨는 “결국 한 곳에 방문해서 상담을 받아봤는데 플랜카드보다 비싼 가격을 제시해서 당황스러웠다”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가격이 달라지는 점과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에는 저렴하게 해주겠다는 말이 헬스장 연간 이용권을 강매를 당하는 기분이라서 불쾌했다”고 덧붙였다.

2021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체육시설 가격표시제’를 시행하며 가격 표시와 환불 절차를 의무화했다. 업종도 기존 미용업소, 학원, 음식점에서 헬스장, 수영장 등 체육시설까지 확대했다. 6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치고 2022년 6월부터 전면 시행됐다. 가격표시제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비자가 등록신청서 작성 전에도 가격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 가격 표시제는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가격과 환불 절차에 대한 내용을 안내하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은 체육 시설 이벤트 배너의 모습. ⓒ르데스크

가격표시제를 위반할 경우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인은 1000만 원, 사업장은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과태료를 낸 업체는 단 1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제도 시행 이후 미이행 업체에 시정 권고만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자 뒤늦게 부과한 것이다.

그러나 가격표시제가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의 체육 시설은 가격과 환불에 대한 내용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체육 시설 앞에 가격을 고지해둔 곳들도 막상 등록을 하려고 알아보면 행사 적용 등의 이유로 표시된 가격과 다른 경우도 빈번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헬스장 등 체육시설에선 회원의 상황마다 다른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정확한 가격을 공지하기에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용권에 퍼스널 트레이닝(PT)까지 포함될 경우 일반 헬스 이용 가격까지 달라질 수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서빈 씨(25·여) “헬스장 이용 요금은 회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신규 회원인 경우 따로 들어가는 할인 혜택도 많다. 또 현금으로 계산하는 회원들도 있다 보니 제대로 된 가격을 공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다보니 소비자들은 업체에 직접 연락하거나 방문해야만 정확한 가격을 파악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매번 할인 이벤트 내용이 바뀌거나 현금 또는 묶음상품 등을 유도하는 식으로 소비자의 알 권리는 물론 합리적 선택을 제약하고 있다.

필라테스·요가 등 가격표시제 사각지대…‘먹튀’ 소비자 피해 여전

▲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필라테스와 요가는 가격 표시제 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필라테스 시설의 모습. ⓒ르데스크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매장 수를 늘리고 있는 필라테스와 요가 등의 경우 아예 가격표시제 적용을 받지 않아 소비자 피해 우려가 높다. 현행법에 따르면 필라테스와 요가는 체육시설이 아닌 자유업종으로 분류된다. 소비자에게 가격 기준과 환불 절차 등을 안내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

필라테스 먹튀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로 1년치 회원권을 먼저 결제하도록 한 뒤 환불 없이 갑작스레 폐업하는 식이다. 많은 피해자는 회원권을 등록할 때 환불 절차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 필라테스나 요가 등의 업종도 가격표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직장인 김영선 씨(38·여)는 “최근 다니고 있던 필라테스 학원이 갑자기 폐업했는데, 등록 당시 환불 절차에 대한 고지를 전혀 받지 못했다”며 “유선으로 안내받을 때보다 현장에서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며 1년치 결제를 유도했고 이후 갑작스럽게 폐업 처리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 씨는 “갑작스러운 폐업과 부실한 환불 정책으로 인해 큰 재정적인 손실을 입었다”며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나도 문제지만 업체에서도 사전에 제대로 고지했다면 이런 피해는 입지 않았을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 같다는 지적이 반복된다면 제도 시행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데 소비자 보호 장치와 같은 제도적인 개선이 없다면 소비자들한테 피해 상황을 해결할 의지 없이 방관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소비자들도 “체육 시설에 정확한 가격과 환불 절차를 요구하는 것도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제공되는 권리이기도 하다”며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겪을 때 본인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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