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덕성원’ 인권유린 공식 확인…"할당량 못 채우면 구타"
부산지역 아동보육시설 ‘덕성원’에서 강제노역을 비롯해 구타·가혹행위 등이 자행된 사실(국제신문 2022년 12월 12일 자 6면 등 보도)이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로 공식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덕성원 피해 사실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위원회는 안종환(48)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를 비롯한 미신청 피해자 45명의 진술과 당시 공문 등의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지난 8일 열린 제88차 위원회에서 이처럼 결정했다.
덕성원은 부랑아 시설이 아닌 아동보육시설이었다. 영화숙·재생원이나 칠성원, 형제복지원과 달리 부산시와 부랑아 수용에 관한 위탁 계약도 맺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곳에는 형제복지원 내 부랑인 일시보호소에서 옮겨진 원생이 적지 않았다. 위원회에 따르면 1977년부터 10년간 덕성원에 입소한 원생 중 57명이 형제복지원 내 부랑인 일시보호소에서 이곳으로 전원된 경우였다. 당시 덕성원의 정원이 120명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큰 규모였다.
안 씨 역시 형제복지원 출신이다. 그는 1982년 어머니 품에 안겨 부산역에 왔다가 경찰에 불법적으로 단속돼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갔다. 입소 이후 안 씨는 아동소대, 엄마는 성인소대로 배정됐다. 그날 이후 안 씨는 엄마를 보지 못했다. 성인이 돼 찾아간 형제복지원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이 때문에 지금도 안 씨는 어머니의 생사를 모른다. 이번에 확인된 피해자 중 3명 역시 부모가 있었는데도 경찰의 폭압적인 태도 탓에 억지 고아가 돼야 했다.
덕성원은 원생들을 숱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농장일이나 공사에 동원됐고, 원장 등 시설 임원의 식모 노릇과 같은 사적 업무에도 차출됐다. 평일에는 하교 후 저녁 식사 전까지, 일요일과 방학 기간에는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덕성원 내 농장과 공사 현장 등에서 일해야 했다. 이들은 깻잎 1000장 따기, 파리 100마리 잡기 등 작업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구타를 당했다. 이에 대해 안 씨는 “지상 과제가 ‘맞지 않고 잠자기’였다. 형제복지원처럼 원생이 방장을 맡았다. 원생이 원생을 때렸는데, 학교 다녀오면 꼭 집합을 시켰다. 늦으면 방망이로 맞았다. 또 하교 후에는 매일 돌과 흙을 날랐다”고 증언한 바 있다.
1974년~1986년생 수용된 여자 원생 15명은 “설립자와 원장 가족의 아침 식사와 설거지, 청소를 마치고 덕성원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원생들의 점심식사 준비와 마무리를 한 후에야 학교에 갈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폭행과 괴롭힘도 일상적이었다. 주로 원장 김모 씨와 그의 장남 등 임직원과 그의 가족들에 의한 것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초등학생부터 중학생인 남자 원생들을 옥상·도서실로 집합시켜 폭행하거나, 원생들끼리 서로 싸우도록 한 후 이를 지켜보기도 했다고 한다. 상습 성추행과 성폭행도 자행됐다.
경찰은 덕성원에서 자행된 피해를 신고받고도 이를 묵인했다. 총 6차례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원장 측 말만 듣고 복귀했다고 피해자들은 진술했다. 한 퇴소자가 1989년 김 원장과 그의 가족들이 자신과 원생들을 폭행했다며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경찰은 “교육상 필요할 때 원생들을 때린 사안을 범죄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했다.
덕성원은 성인이 된 원생들이 퇴소하며 받는 국가 자립정착금을 가로챘다. 퇴소한 이들 중 자립정착금을 받은 원생은 1명뿐이었다. 이마저도 부산시가 지급한 140만 원 중 50만 원만 받았다. 위원회는 덕성원 일가가 원생들의 급여·교육비 등 정부 보조금도 착복한 것으로 봤다.
위원회는 국가에 덕성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덕성원의 인권침해에 대해 관리·감독 소홀 및 묵인·방조한 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안씨 이외의 미신청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동등한 자격의 피해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덕성원은 1953년 부산 동래구(현 해운대구) 중동에 설립돼 1996년 사회복지법인 덕성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보육원은 2000년에 폐원했으며, 해당 부지에는 아파트가 들어선 상태다. ‘은화복지재단’으로 이름을 변경한 법인은 현재까지 부산 해운대구에서 노인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