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에 살어리랏다’...신중년 ‘4060+ K-산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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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지자체의 농촌진흥청이나 인생이모작지원센터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신중년을 대상으로 ‘신중년 특화 귀농·귀촌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귀산촌 지원사업은 귀농·귀촌사업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다.

경상북도는 중장년층의 안정적인 귀산촌 정착을 돕기 위해 ‘4060+ K-산촌 드림’이라는 새로운 산촌 활성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은 퇴직을 앞둔 중장년층이 산촌에서 인생이모작을 설계하고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거, 일자리, 휴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초기 투자비와 지역민과 소통 문제 등으로 망설이는 귀산촌 예정자들이 투자비용 없이 임대료만으로 산촌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일자리․주거 공간과 지역민과의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4060+ K-산촌 드림’ 사업 개념도. 이미지=경북도 제공

‘찾고 싶고, 살고 싶은 산촌'

‘찾고 싶고, 살고 싶은 산촌’을 만들기 위해, 이번 시범사업은 산촌 생활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3가지 유형의 모델로 구성된다. 중장년층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 ▲소득형 ▲자연형 ▲웰니스형으로 나누어,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산촌 생활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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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형 모델 ‘산채 스마트팜 혁신단지’

‘산채 스마트팜 혁신단지’는 영양군 일월면에 조성될 예정으로, 2027년까지 120억원이 투입된다. 이곳은 임대형 스마트팜과 모듈러 주택을 20동 제공하여 신중년이 어수리나물 등 고소득 임산물을 재배하며 소득을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귀산촌 예정자 20명은 스마트팜과 임대주택을 최대 5년간 임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재배 기술을 습득하고 안정적으로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팜의 장점은 자동화된 기술로 임산물 재배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며, 임산물 유통 및 판매 지원을 통해 귀산촌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임대 기간 종료 후에도 귀산촌인은 지역 재배단지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바이오매스 연료를 활용한 에너지 자립마을을 조성해, 친환경적인 산림 자원 이용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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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형 모델 ‘산속 자연인 마을’

자연형 모델은 자연 속에서 평온한 삶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산속 자연인 마을’이다. 영양군 일월산 일원에 위치한 공유림 300여 헥타르에 신중년 귀산촌 예정자들이 임산물을 재배하며 자급자족하는 자연인의 삶을 체험할 수 있다.

각 귀산촌 예정자는 5~10헥타르의 공유림과 숲속의 집을 임대받아 임산물 재배를 통해 소득을 마련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산채, 버섯류, 두릅 등 다양한 단기 임산물 재배가 가능하며, 산촌 생활의 현실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교육과 지원도 함께 제공된다. 임대 기간 정착에 필요한 준비와 지역의 산촌 생활․문화에 적응할 수 있어 성공적인 귀산촌 정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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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형 모델 ‘자작누리 명품 산촌마을’

웰니스형 모델은 국내 최대 자작나무 군락지를 활용한 '자작누리 명품 산촌마을'이다. 영양군 수비면에 위치한 자작나무 숲은 산림 치유와 웰니스 프로그램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귀산촌 예정자들은 6개월에서 1년간 단기 체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아, 자연 속에서 웰빙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산촌에서의 힐링 라이프를 추구하는 신중년은 산림휴양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동시에 로컬푸드 마켓과 연계된 경제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워케이션(휴가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 사무실이 마련되어, 은퇴 후에도 경제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경북도는 이번 시범사업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산림·산촌 활성화 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이 센터는 귀산촌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산촌 생활 정착에 필요한 교육과 주거, 일자리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산림 자원을 활용한 목재 이용 사업과 부가수익 마련을 돕는 등 다양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이번 ‘4060+ K-산촌 드림’ 시범사업을 통해 영양군의 생활 인구 증가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산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촌 지역이 활력을 되찾고, 신중년에게는 자연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조현애 경북도 산림자원국장은 “이번 사업은 산림 자원을 활용해 중장년층이 자연 속에서 새롭게 정착할 기회를 제공하는 귀산촌 모델”이라며, “경북 산촌을 찾고 싶은, 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번 ‘4060+ K-산촌 드림’은 귀산촌을 꿈꾸는 신중년에게 구체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첫 단계로, 경북의 풍부한 산림 자원을 활용한 미래형 산촌 정착 모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인터뷰...경북도 산림자원국 산림소득과

Q. 선발인원은 20명이다. 가족이 함께 생활해도 되는가?

A. 모듈 주택 안에 가족이 함께 생활해도 된다. 이 사업이 귀산촌을 위한 사업이기 때문에 오히려 가족이 함께 생활하면 반가운 일이다.

Q. 귀산촌 사업의 참가자격은?

A. 먼저 영양 지역에 연고를 둔 군민이 우선 선발 절차를 거치고, 타 지경의 경우에는 귀산촌에 정착할 의지를 보고 선발할 예정이다. Q. 소수 인원만 선발하는데?

이번 귀산촌 사업은 시범사업으로 운영되며, 앞으로 확대할 것이다. 최소한의 예산으로 귀산촌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기술지도와 일자리 마련을 해 자립할 수 있게끔 할 예정이다.

Q. 귀농귀촌 사업은 많이 하고 있는데, 귀산촌사업은 2017년도에 산림청에서 한 것 이외에는 잘 보이지를 않는다.

A. 산림청이 운영하는 귀산촌 사업은 전국 단위의 국유지에서 유휴 산림자원 활용화 사업으로 일부 운용되고 있다. 경북도처럼 지역에서 귀산촌 사업을 하는 사업은 처음 실시하는 것이다.

Q. 귀산촌 부지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A. 스마트팜은 부지 매입을 통해 임대하고, 자연형은 영양군의 군유림을 이용한다. 산촌 스테이 웰리스형은 자작나무 숲 인근에 마을 주민집을 리모델링하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이 사업은 지역 상생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귀산촌 사례...오덕수 별내리 산촌생태마을 사무장

오덕수 별내리 산촌생태마을 사무장. 사진=한국임업진흥원 제공

“산촌의 미래는 도농 교류 활성에 달렸죠”

오덕수(45) 씨는 고향인 전북 전주에서 IT업체를 운영하며 ‘전도유망한’ 벤처기업가로 이름을 날렸다. 갑작스러운 불행이 닥치기 전까지 그는 비록 작은 규모의 사업체를 운영했지만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꿈꿨다. 그러나 2013년 화재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모든 것이 ‘재’로 변해버린 현실 앞에 그의 꿈도 사라져 버렸다. 오 씨는 인생을 포기한 채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어느 날 지인이 집에 찾아와 “그렇게 시간 죽이지 말고 바람이나 쐬러 가자”는 말에 억지로 끌려 나갔다. 지인이 그를 데려간 곳은 전남 장성군 북하면 신성리 ‘별내리마을’. 내장산 남창계곡을 끼고 있어 ‘남창마을’이라고도 했다.

별내리마을 이장과 친분이 있던 지인은 오 씨를 이장에게 소개했다. 이장은 오 씨에게 마을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때마침 산촌생태마을 사무장을 구하고 있는데 여기서 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오 씨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바로 사업계획서와 이력서를 작성해 별내리마을을 다시 찾았다.

고로쇠 수액을 이용해 된장·간장을 만들고 있다. 사진=한국임업진흥원 제공

오덕수 씨는 2013년 7월 정식으로 산촌생태마을 사무장 겸 영농조합법인 사무장이 됐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았던 그는 산촌생태마을 정상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마을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사업도 꾸려나갔다. 고로쇠 수액을 이용한 된장·간장 만들기, 감 홍시를 이용한 고추장 만들기 및 체험 사업 등을 적극 펼쳤다. 천문학 전문가들을 초청해 별자리 관측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별내리마을은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선정됐고 2015년에는 한국임업진흥원의 6차산업 활성화 사업지로 뽑혔다. 적자를 면치 못했던 영농조합법인이 흑자로 돌아섰다.

오덕수 씨는 인생 최대 위기 속에 찾아온 ‘우연한 기회’를 제대로 잡았다. 산촌마을에 ‘취직한’ 그는 별내리마을에 들어온 후 결혼도 했다. 이제 온전한 ‘별내리 사람’이 됐다. 오 씨는 “산촌의 미래는 도농교류에 달렸는데 도시와 농·산촌의 생활습관과 삶의 양식이 너무 다르다”며 “차이를 조정하고 도농 간 교류를 활성화시켜 산촌 경쟁력을 높이는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귀산촌에 정착한 사례집 ‘산촌에 살어리랏다’ 중에서)